선교(3)

조회 수 3470 추천 수 1 2008.09.13 22:08:49
선교3)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선교에 대해서 이미 60년대부터 신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된 동기는 아주 명확하다. 복음 전파와 사회 정의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주로 제삼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는데, 그리스도교 복음이 전파되어도 사회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60,70년대에 기독교인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정의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었다. 동남아와 라틴 아메리카는 상황이 더 열악했다. 빈부격차는 하늘과 땅이었고, 군사독재 체제는 더 강력해졌다. 기독교가 단지 교회를 세우고 세례만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이런 비인간적인 사회체제를 바꾸는 것에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하면서 선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고민과 질문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피식민지 국가에서는 독립운동이 본격화했으며, 군사독재 국가에서는 무력적인 반정부 운동이 일어났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이 세상 앞에 대답을 주어야 했다. 도대체 교회는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도대체 기독교 선교는 무엇인가? 복음화(evangelization)인가, 아니면 인간화(humanization)인가? 복음화는 순전히 종교적인 차원의 선교라고 한다면, 인간화는 정치 경제적 개혁을 포함한 사회 선교라 할 수 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비교적 후자에 무게를 두고 활동했다. 이들의 자금이 간혹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의 반군들에게 흘러들어가서 자체 내에서도 큰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여기서 반군들은 우익 정부에 대항한 좌익 게릴라들을 가리킨다. 이런 논란이 한국교회의 분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장로교가 통합과 합동으로, 성결교회가 기성과 예성으로 갈라졌다. 합동과 예성은 세계교회협의회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쪽이었다. 어쨌든지 세계교회협의회는 그동안 복음화에 치중하던 선교의 방향을 인간화에도 큰 무게를 두고 활동하게 되었다.
이런 방향전환은 단순히 실용적인 필요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신학적 성찰에서 일어났다. 이 신학 개념은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이라는 의미이다. 이 개념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기독교의 많은 도그마와 연관된 아주 복잡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최소한 신론, 교회론, 구원론이라는 도그마가 연관된다.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이라는 말은 이 더 이상 교회가 선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은 교회 너머에서 하나님 고유의 통치방식으로 선교를 하신다는 뜻이다. 그 통치방식은 물론 정치 민주화와 경제 정의와 같은 인간화를 포함한다.
사람들에게 예수를 믿게 하고 세례를 베풀며 교회를 세우는 것만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선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인간화도 역시 기독교 선교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바로 위해서 짚은 한국교회의 분열도 이런 심각성에서 일어났다. 어쨌든지 세계교회협의회는 선교를 훨씬 폭넓게 받아들임으로써 세상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위에서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는 여러 도그마가 연관된다고 지적했는데, 그 중에 교회론 문제만 한번 짚도록 하자. 만약 하나님이 교회 밖에서도 스스로 선교하신다면 도대체 교회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것은 또한 구원이 교회 안에만 있는가, 아니면 밖에도 있는가,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에큐메니칼의 입장과 복음주의 입장이 갈라진다. 에큐메니칼 입장은 세계교회협의회가 대표하는데, 교회 밖의 구원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반면에 복음주의 입장은 주로 ‘로잔언약’이 대표하는데, 교회 밖의 구원을 거부한다.
물론 세계교회협의회 가입교단이 모두 똑같은 입장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 안에도 120개 이상의 나라에 있는 400개 가까운 교단이 가입해 있는 세계교회협의회이기에 신학적 견해가 한결같을 수가 없다. 다만 전체적인 방향으로만 본다면 교회 밖의 구원에 열려 있다는 건 분명하다. 복음주의 입장은 비교적 개인구원에 근거한 복음화에 무게를 두면서 사회구원에 근거한 인간화에 반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독교인의 사회적인 책임을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완고한 근본주의자들과는 대비된다. 이들의 입장은 다음번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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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08.09.14 01:15:48

아...목사님
첩첩산중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선교'가 아니네요.
요즘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지...

어제 사랑하는 목사님 가정과 모처럼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의 코드가 조금 달라진건지 예전같지 않더군요.
어차피 서로가 다 온전하지 않기에
새로운 것을 들어주고,
한번 고려하면 더 풍성해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앗, 벌써 주님의 날에 들어와버렸네요.
목사님, 은혜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8.09.15 22:23:01

유니스 님,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재미있군요.
약학을 공부하셨지요?
일반인들에게 약학의 세계가 첩첩산중인 것처럼
평신도들에게 신학의 세계도 그렇답니다.
다비아를 통해서 좋은 영적 사귐이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주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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