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영성이다

조회 수 3558 추천 수 2 2008.07.31 23:09:00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성’을 어딘가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김으로써 그것에 대한 인식과 경험도 역시 비현실적인 방식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쉬운 예를 들자면 기도원에 들어가서 일정한 기간 기도를 하거나, 그것도 금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영성이 깊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도가 깊은 사람은 영적인 체험도 깊게 마련이지만 영적인 힘이 그렇게 우리의 인위적인 조작이나 방식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요한복음에서 묘사되고 있듯이 바람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영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영성은 확보된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민감하고 정확하게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야만 한다. 하나님의 영이 인간의 의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우리를 초월하는 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우리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람들은 영의 초월을 말하는 같으면서도 사실은 매우 인간적인 방식에 갇혀 있는 셈이다. 즉 어떤 고행이나 종교적 의식을 통해서 그것에 도달해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경험은 하나님의 영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현상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의 영혼에 심리적인 현상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단지 인간 영의 자기 도취에 머물게 되면 하나님과 연결될 수 없다. 이에 반해 하나님의 영을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와 이 세계의 피조물을 초월하여 생명을 견인하는 힘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세상의 모든 현실들을 직관하면서 하나님의 영이 활동하는 내면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한번 짚어야 할 대목은 기독교 신학이 서술하는 이러한 영성을 거의 근본적인 차원에서 진화의 산물로 간주하려는 일단의 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뇌가 일정한 시기에 지금 우리가 영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주장이 거의 폐쇄적인 유물론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대화할만한 대상이 못되지만 특히 생명을 공학적으로 접근해가려는 요즘의 거대한 시대정신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어떤 반론이나 우리 나름의 해명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의 영(Geist)은 하나님에 의해서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주어진 생명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배타적인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기계적인 작용에 불과한 것일까? 이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알기 원하는 분들은 ‘신, 인간 그리고 과학’(도서출판 시유시, 2000, Gott, der Mensch und Wissenschaft)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 독일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다섯 사람이 모여 나눈 토론을 묶은 것인데, 이들 중에는 기독교의 창조론을 무시하는 학자도 있다. 이 토론에서 판넨베르크가 설명하고 있듯이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영은 그런 진화에서 벗어난 원래적 생명의 힘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의 역사에 개입되어서 모든 생명으로 하여금 자신을 초월해 나가게 하는 힘이다. 오늘 여기서 인간의 영과 하나님의 영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되는지, 영과 육의 관계는 어떤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풀어갈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의 직접적인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기독교는 창조 때 인간에게 하나님의 ‘루아흐’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점만 확인하면 된다. 이 루아흐로 인해서 인간은 하나님에 이르기까지 초월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럴 능력이 주어져 있다. 인간 스스로 구원의 경지에 도달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비록 육체의 한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생명의 영인 성령에게 자신을 완전히 위임하는 초월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신학은 매우 현실적인 신비주의이다. 자연과 인간의 역사와 상관없는 초월이 아니라 이런 세계와 일치되어 있는 초월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학문은 이 세상만을 말하지만 신학은 그 세상의 영적인 현실을 말한다. 물론 이 세상 학문도 그런 현상에 머물지 않고 훨씬 근원적인 질서를 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분야별로 분산되어 실질적으로 그 근원적인 힘을 파악하지 못한다. 여기서 신학은 그 모든 학문들이 조금씩 열어주고 있는 그 모든 근원의 핵심을 제시해야만 하며, 그럴 수 있다. 그것이 곧 하나님이며, 곧 생명의 영이다.

[레벨:1]india

2008.08.17 12:56:14

정용섭 목사님 여전히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글쓰기를 하시고 계시는군요. 트리니티 학교 기숙사에 정착하면서 오랜동안 다비아에 들르지 못했는데 최근 'Doing Theology in today's world' 라는 책을 읽으면서 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신학 함,,,영성, 길, 사유,,, 체화된 신학... 저는 요즘 윌로우크릭 교회 부터 시작해 여러 미국 교회와 미주 한인교회들을 방문하며 말씀을 들어보는 기회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교회를 가든지 '성경이 말씀하게 하게 설교' 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과연 제 자신이 얼마나 제대로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더 점검해 봐야겠지만,,, 성경이 말씀하는 설교,,성령이 임재하는 설교, 성령이 우리의 영에 계시하시는 설교가 분명히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오랜만에 와서 목사님 단상들과 댓글에 답을 하신 것을 보면서 더 부드러워지신듯한 느낌(이게 제 스스로가 안식하면서 부드러워져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지만)을 받습니다. 느낌..

멀리 다른 나라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여러가지 상황들을 보면서 기도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님 건강하시와요...특별히 더 건강하시와요...

트리니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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