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산 전승

조회 수 3957 추천 수 0 2008.08.21 14:50:56
가르멜 산 전승

가르멜 산 전승에 따르면 엘리야는 아합에게 바알 예언자 450명과 아세라 예언자 400명을 모아달라고 했다.(왕상 18:19) 합계 850명이다. 그들이 실제로 그곳에 모였는지는 본문으로만 본다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엘리야가 백성들에게 한 말에 따르면 단지 바알 예언자 450명만 거명된다. 과연 이런 싸움이 가능한가? 어느 한쪽이 거짓 신앙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쪽이 이런 대결을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양쪽 모두 나선 걸 보면 양쪽이 스스로 진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실제라고 보기에는 좀 곤란하지 않을는지. 하늘로부터의 직접적인 응답을 원하는 고대인들의 신앙적 태도가 여기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신과 신의 직접적인 대결이라는 게 웬만해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라는 말이다.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앞뒤 이야기의 진행과정을 보더라도 그렇다.
예컨대 엘리야는 이렇게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왕비 이세벨의 협박에 휘둘려 멀리 도망친다. 브엘세바에서도 하룻길을 더 들어가 싸리나무(로뎀나무) 덤불 밑에서 하나님께 “죽여 달라.”고 기도했다.(왕상 19:4) 엘리야가 바알 선지자들을 몰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세벨이 엘리야에게 독기를 품었기 때문에 엘리야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다. 가르멜 산에 실제로 바알과 야훼와의 직접적인 싸움이었다고 한다면, 성서가 묘사한 내용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엘리야는 일거에 권력을 획득해야만 했다. 야훼의 불이 내려왔다는 사실과 이어서 가뭄이 해갈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왕을 비롯한 문무백관과 백성들이 목도했으니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다시 망명을 시작하다니!
아무래도 가르멜 사건은 오랜 전승의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구성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엘리야 전승에 이런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 본문으로 한 설교에서도 언급했지만 평소에도 놀라운 초자연적 카리스마를 행사하던 엘리야는 마지막에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가르멜 산 이야기도 일련의 엘리야 전승 안에서 읽어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무엇에 근거해서 가르멜 산 전승을 지켜왔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이야기는 바알 신앙과 야훼 신앙의 대결이다. 그 대결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친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은 바알 신앙을 떨쳐내기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바알 신앙이 말도 되지 않는다면 이런 싸움을 벌일 필요도 없다. 바알은 말이 되는, 아주 그럴듯하고 합리적인 신이었다. 대다수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알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예언자 집단은 바알의 헛됨을 뚫어보고 백성들과 왕들을 향해서 야훼 하나님으로 돌아오라고 외쳤다. 그들의 외침은 때로 공허하고 더 나아가 심한 반발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결국 야훼가 참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그가 이스라엘을 지키시리라는 사실을 믿었고, 그런 믿음에 근거해서 바알신앙과의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신앙의 역사적 해석이 곧 가르멜 전승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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