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교회, 진짜 교회

조회 수 3633 추천 수 1 2008.08.21 14:51:26
가짜 교회, 진짜 교회

일전에 서 아무개 목사님이 평양의 봉수교회가 가짜라고 발표했다. 그 분은 원래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었는데, 요즘은 한기총에 깊숙이 관여하고 계신 것 같다. 물론 한기총이라고 해서 개혁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보수적인 신앙을 견지하는 사람들도 역시 개혁적일 수 있으며, 그꾸로 진보적인 신앙을 견지하는 사람들도 역시 반개혁적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보수보다는 진보가 개혁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지 서 아무개 목사님은 ‘경실련’을 창립하신 분으로서 한국 시민단체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도 있다. 그 당시 나는 그걸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서 목사님은 그 후로 탈북자를 돕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었고, 급기야 반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반김정일, 북한인권 등을 아주 강하게 외치는 대표적 기독교 인사로 활동하시게 되었다.
서 아무개 목사님보다 더 노골적으로 우파(?)에 기울어져 있는 분은 청계천 판자촌에서 빈민선교에 앞장섰던 김 아무개 목사님이시다. 아마 이 두 분, 서 목사님과 김 목사님이 현재 남한정권과 북한정권을 반대하는 기독교 계 인사로서 쌍두마차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이 두 분만이 아니라 대다수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이런 입장이다. 그들은 북한정권만이 아니라 남쪽의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옆에서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 정권이 북한을 옥죄이지 않는 게 마음이 불편한 것인지, 현재의 정책이 좌파적이라고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이념적인 차원만 따진다면 기독교는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잘 사는 쪽보다는 평등한 쪽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예수의 가르침과 어울리기 힘들다. 나도 지금 어쩔 수 없이 이런 자본의 힘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내 삶을 걸어두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현실 사회주의인, 왕년의 공산주의가 대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접자.
북한의 봉수 교회가 가짜라는 서 목사의 주장은 진짜인가? 이처럼 선정적인 발언은 무책임의 극치이다. 도대체 서 목사님이 말하는 진짜와 가짜의 준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봉수 교회가 우리 남한의 교회와 전혀 다른 형태일 가능성은 높다. 그쪽에서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불교도 역시 공산주의와 조화롭게 지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우리 남한 교회가 자본주의와 조화롭게 지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곳에 모이는 사람은 동원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공산당 체제가 그런 걸 모의할 가능성은 높다. 예배 안에서 공산당 선전 문구가 들어와 있지는 않을까? 좋다. 그 모든 게 사실이라고 해도 된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문제가 있다고 하자. 서 목사의 말대로 외국에 보여주기 위한 위장 교회라고 하자. 성령은 그런 방식으로 북한에 복음의 빛을 비추는 건 아닐까? 왜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방식대로, 우리의 예상대로만 그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자유로운 성령에 대한 불신이며, 독선이다.
간혹 남한 교회 대표자들이 평양의 봉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많다. 그쪽에도 우리의 한기총이나 KNCC 같은 조직도 있다. 그렇게 서로 어울려서 예배를 드리고 선교정책을 논의하다보면 그들이 설령 가짜라고 하더라도 진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장통합에서는 교단 차원에서 봉수교회를 증축한다고 한다. 최소한 1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일이다. 이렇게 교단적으로 북한 교회를 지원하는 예장통합 측이 그 봉수 교회를 가짜라고 말한 서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 뭐라 할는지. 한발 더 물러서서, 봉수교회에 아무런 기독교적인 요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 문제를 이렇게 떠벌리는 게 하나님의 선교에서 무슨 도움이 되는가? 지금 당장 북한 교회와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말이 아니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의 입장에서 지금 북한 교회를 진짜다 가짜다 하고 주장할 수 있을까? 우리 남한의 교회는 모두 진짜인가? 자발적으로 나오기만 하면 그게 모두 진짜 교회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만 두자. 알 만한 사람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는 12월10일, 세계인권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0만 명이 모여 북한 인권을 위해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물론 서 목사가 이끌고 있는 기독교 단체가 주동이 되었다. 모양이 우습다. 북한에 인권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말할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다. 드러낼 때가 있고, 감추어야 할 때가 있다. 봐도 못 본 척 하는 게 훨씬 지혜로울 때도 있다. 지금 이렇게 우리가 드러내놓고 북한인권을 외친다는 것은 그 때를 모른다는 증거이다.
지금 북한 인권을 가장 앞장서서 제기한 사람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다. 이게 코미디라는 거다. 부시가 인권을 말하다니. 다른 건 몰라도 그가 인권을 말하다니. 터무니없이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략한 부시가 인권을 말하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앞으로 세계역사 학자들이 아마 인류 역사가 가장 야만적인 전쟁으로 기록할 전쟁이 21세기 벽두에 벌어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일 것이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을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가 두 눈으로 경험하듯이 후세인의 집권보다 이런 전쟁이 훨씬 많은 불행을 생산했다.
내가 주일 밤에 왜 이런 일로 흥분할까. EU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이 유엔 총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동기가 얼마나 순수한지, 거기에 어떤 복합적인 내막이 깔려있는지, 미국이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나는 아는 게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그 인권법이,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으나, 유엔 총회에서 대략 60% 정도의 지지로 통과된 것 같다. 우리 정부는 기권했다고 한다.
이걸 트집 잡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 미국이나 유렵연합과 우리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 북한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 형제들이다. 만약 북한이 세계로부터 창피를 당한다면 그건 곧 우리의 창피다. 이런 마당에 미국에 덩달아 춤을 춘다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를 게 무엇인가?
아마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론을 펼칠 것이다. 북한에 인권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말이냐? 인권은 천부적인 것이니까 상황에 상관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당한 말씀들이다. 지당하다고 해도 그게 늘 진리는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 게 진리라고 한다면, 인권문제 제기가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닌지 우리가 세심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인권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남한과 북한의 공조를 살려나가는 길이 최선이다. 그들이 우리와 더불어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 문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절로 해결된다.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남북 화해가 시작된 다음에 그들의 인권문제가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한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봉수교회가 가짜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밖에서 한건 터뜨리는 식으로 까발릴 게 아니라 진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진짜라고 자칭하는 우리가 그들과 자주 접촉하면 그들도 우리처럼 진짜가 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우리를 닮을까,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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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바람

2008.08.23 11:32:19

김목사님은 그렇다치더라도 서목사님의 변신을 보면...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정말 기가막힐 지경입니다.
빈민촌, 시민단체등은 결국 그들이 세상에서 이름을 얻는데 활용한 도구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MB가 들어서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뭐 한다고 하더니...
오히려 남북관계만 경색시켜서, 금강산 사고, 남북경협,
북한의 식량위기 등...
그간 십년 노력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 놓았네요...
정말 생명을 살리는게 무언지, 어떤 방법이 지혜로운것인지...
제발 현정권과 현정권을 지지하는 교회 지도자들...
철딱서니 없는 일 좀 고만 하시고,
철좀 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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