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부유세

조회 수 3097 추천 수 1 2008.08.23 23:34:49
교회의 부유세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부유세를 당론으로 내세웠는데,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이다. 정치경제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는 내가 이런 부유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제도가 경제정의를 위해서, 특히 우리와 같이 일방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사회에서는 필요한 조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시장경제 제도 아래서 부유하다는 사실 하나로 어떤 사람을 매도할 수는 없다. 재주가 좋든지 운이 좋아서, 또는 부모를 잘 만나서, 또는 성실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런 부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결국 부자에게도 무조건 바람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대로 부의 재분배하는 제도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이 사회의 부유세에 관한 논란은 그만두자. 사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전에 우선 교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고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매우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 목사이신 조용기 목사의 후계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제 안개에 가려졌던 후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는 건 그 교회 하나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후계가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다른 대형교회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매스컴이 전하고 있는 그 교회의 규모가 대충 75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게 실제 숫자인지 아니면 그들 교회의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한 교회가 75만 명의 신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일까? 교회 역사의 불가사의로 남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서울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지성전의 숫자를 포함한 것일 텐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75만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전체 개신교 숫자가 7백만에서 8백만, 또는 8백5십만 정도 된다. 그렇다면 대략 계산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전체 개신교 신자의 10분의 1이라는 말이 된다. 아무리 줄여 잡아도 12분의 1은 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신자 수에 거품이 있다는 건 전제하더라도 최소한 20분의 1은 되지 않겠는가.
한국의 개신교회 숫자가 얼마인가? 2만, 3만? 어쨌든지 그중의 한 교회가 10분의 1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 사실은 한국교회의 희망인가, 절망인가? 이런 계산이라고 한다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더불어 수만 명의 교인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형교회 전체가 한국 개신교 신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 나는 정확하게 계산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저 어림짐작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교회 개혁을 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분들이나 아니면 여기에 관계된 신학자들이 정확한 분석을 하는 게 좋겠다. 나는 다만 방향만 제시하려고 한다. 지난 정부 인구센서스에서 나온 결과는 오늘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반증이다.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 대형교회는 늘어났지만 전체 개신교인 숫자는 줄어들었다. 반면에 천주교의 대형교회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전체 천주교 신자는 7,80%가 늘었다. 개신교회의 눈에 띠는 스타 목사들은 늘었지만 목사의 사회적 위상은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천주교회의 눈에 띠는 신부들은 별로 없지만 신부와 천주교회의 사회적 위상은 전체적으로 늘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 목사들이 전도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교회가 선교 지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구조의 문제이다. 개신교회가 제 살 깎아먹기의 방식으로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었지만 천주교회는 제도적으로 그런 경쟁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천주교회는 개교회가 아니라 전체교회의 차원에서 영성 심화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게 아닐는지.
나는 교회의 부유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형교회는 제 몸무게를 좀 줄어야 한다. 그게 대형교회도 살고 작은 교회도 사는 첩경이다. 2,3천명이 모이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 성장을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이상이 될 때는 의무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2,3천명도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1천명이면 족할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지 2,3천 명이 모이는 교회가 여전히 교회성장에 열을 올리는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한 개신교회의 미래는 없다.
이게 왜 문제인지 내가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형교회 목사들도 계속 성장 문제에 매달리게 되고, 따라서 작은 교회의 목사들도 자구책으로 이런 문제에 매달리다보면 교회의 본질, 영성의 본질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교회성장지상주의, 이것은 물먹는 하마다. 아니 그것은 교회의 블랙홀이다.
어쩌면 내 말이 공자 왈인지 모르겠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그게 문제 아닌가. 여기에는 교회 원로들의 깊은 자성과 통찰, 신학자들의 분명한 신학적 논쟁, 평신도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가장 핵심은 평신도들의 각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신도들은 교회를 통해서 먹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교회를 통해서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할 목사들에게는 그게 잘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평신도들이 대오 각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평신도들에게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오늘도 나는 공연한 말을 하고 말았다. 모두들 문제를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가 더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교회의 변화보다는 사회의 변화가 빠르고, 그 변화의 물결이 교회에 밀려들어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변화라는 것이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사회변화가 교회변화를 이끌어낼는지 아직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거칠고 두서없었던 오늘 이야기의 결론이 다시 내 신학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기다림이 그것이다. 대림절 신앙이 말하는 그 기다림이 바로 우리 영성의 토대일 수밖에 없다. 즐겁게 기다리자. 우리 세대가 아니면 그 다음 세대까지 노래하며, 춤추며, 신명나게 생명의 영이 한국교회 안으로 가득하게 될 날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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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08.08.24 01:00:35

로마가톨릭에서는 지역에 교회를 하나밖에 세울 수 없기 때문에, 개신교처럼 대형교회가 지성전이랍시고 자기네 교회를 세워 중소형교회들을 말살시킨다던지, 교회들끼리 경쟁하는 반공동체적인 일은 없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사람들이 개신교보다는 로마가톨릭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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