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표시

조회 수 3544 추천 수 0 2008.08.23 23:35:36
교회의 표시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로부터 중세기와 종교개혁 시기, 그리고 현대교회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계속되었다. 이 말은 아직 그 대답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초기 공의회는 교회의 속성을 단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 이렇게 네 가지로 정의했다.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에 개신교는 교회를 이렇게 정의했다.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전이 집행되는 곳”이라고 말이다. 몰트만은 현대적 교회론이 말하는 차원을 이렇게 분류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선교하는 교회, 에큐메니칼 교회, 정치적 교회, 이렇게 네 차원이다. 그 이외에도 교회를 정의할 수 있는 개념들은 많다. 에클레시아,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집이 바로 교회이다. 아마 앞으로도 교회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질문은 교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기독교 교리에 해당된다. 그 어떤 것도 끝난 대답은 없다. 하나님은 끝난 대답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왜 기독교의 교리가 이렇게 완료되지 않고 여전히 질문 가운데 놓여 있을까? 가장 핵심적인 대답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더불어서 기독교의 가르침도 여전히 잠정적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하다는 말이 아니라 진리의 속성이 그렇다는 말이다. 세계가 새롭게 밖으로 드러나는 그 과정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곧 거기에 합당한 답을 찾게 마련이다. 종교개혁자들이 사제 중심의 교회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만인제사장직에서 그 대답을 찾았듯이 말이다.
오늘 교회의 본질에 대한 회의가 많이 제기된다. 목사들의 비상적인 목회행위로부터 시작해서 세속화한 교회 모습들, 기복적인 행태와 가부장적 질서, 반사회적이고 반역사적인 이념에 휩싸인 모습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을 교회가 안고 있다. 이런 교회 현상을 보고 “안티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욕을 먹어 마땅한 게 아닐는지. 그러나 진실한 기독교인들은 교회의 상처들 때문에 절망하지 않는다. 교회는 신자들의 성실성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교회는 성령에 의해서 유지되는 공동체이다. 이런 말이 너무 상투적으로 들으면 곤란하다. 성령을 핑계 삼아 우리의 잘못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이 아니다. 성령이 교회를 유지한다고 해서 우리의 구체적인 잘못이 합리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판단을 받을 것이다. 아니 더 엄격하게 판단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회의 존재론적 근거가 성령이라는 사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영은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생명을 일으킨다.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할 정도로 부패한 교회를 성령이 치료하신다. 중세기의 로마 가톨릭을 보면 이게 분명하다. 성직매매를 비롯해서 부패의 온상이었지만 종교개혁자들을 통해서 자극을 받았고, 내부적으로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우리가 최소한 성령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유지하기만 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성령이 교회를 새롭게 하실 것이다. 그 태도라는 것은 말씀을 바르게 읽고, 성례전을 바르게 집행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말씀 선포와 성례전 집행이 교회의 본질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긴 말이 필요 없다. 그것이야말로 교회가 그 어떤 수렁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적인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혼란할수록 우리는  말씀과 성례전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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