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조회 수 3383 추천 수 1 2008.08.25 23:02:51
꿈과 현실

혹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계의 실체는 우리가 이렇게 보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은 아닐까? 산, 숲, 나무, 호수, 철새, 그리고 사람들을 비롯해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그런 것들이 바로 보이는 그대로의 그런 것인가? 나에게는 그런 '존재하는 것들'이 그렇게 확실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 확실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실체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한번 쓴 적이 있는데, 물고기들은 물을 볼 수 있을까? 물 밖에 있는 우리의 눈에는 물이 보이지만 물 안에 들어가 있는 물고기들에게도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물과 물고기는 일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를 우리와 비교하면 비슷한 결과가 되지 않을는지. 이 세상과 우리는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일치되어 있다. 우리가 세상 안에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곧 우리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세상을 정확하게 볼 수 없는 셈이다.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없듯이 말이다. 물론 거울이 있으면 내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없는 한 우리는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일상에는 거울이 있지만 ‘존재’의 세계에는 안타깝지만 거울이 없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우리 앞에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고 하자. 그 나무가 그런 형체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에는 우리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전(前)역사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라 나무의 형체를 잃어버린 다음에도 역시 우리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후(後)역사가 있다. 한 그루의 나무에 결집해 있는 수백억의 소립자들이 걸어온, 그리고 걷게 될 그 경로를 조금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그렇게 확실한 게 못 된다.
그래서 도대체 어쨌다는 걸까? 우리에게 포착된 이 세상이 확실하지 않다는 게 오늘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물론 그 사실을 안다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별로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무엇을 인식하고 있든 먹고, 배설하고, 생물학적 생명을 연장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이 세상의 존재 신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않는 것 사이에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다. 존재신비를 약간이라도 의식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는 이 세계를 고착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정관점과 편견에 묶이지 않는다. 레드 콤플렉스에 빠지지도 않고, 동성애자들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아니 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과 벌레 사이에 교감될 수 있는 미묘한 생명 관계에 관심을 기울인다. 인간이 생산하는 자동차와 컴퓨터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작동하고 있는 숲속의 생명과 바닷속의 생명 운동에 마음을 연다. 궁극적인 생명의 중심은 우리가 아는 세계보다 모르는 세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런 생명의 세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말을 하다보니까 좀 과장된 듯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세상의 존재신비를 실질적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었다. 꽃이 꽃 아닐 수도 있으며, 강이 강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훗날, 먼 훗날, 또는 가까운 훗날, 예수의 재림이 이루어질 때 이 모든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혹시, 지금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꿈은 깨어야만 꿈이라는 걸 안다고 하는데, 꿈이 깨는 날이 곧 예수의 재림이 이루어지는 때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는 대림절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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