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

조회 수 4747 추천 수 100 2006.01.05 23:45:41
인간의 미래

인간이 지구의 주인처럼 살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호모 에렉투스(직립인)를 인간 종의 기원으로 본다면 대략 3백만 년에 불과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기원으로 본다면 훨씬 짧다. 난자에 정자가 착상하는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할는지, 14일(?)이 지나야 그런 건지, 아니면 조금 더 길게 봐야 할는지 아무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특징을 가진 유인원이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인지 단정하기 힘들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인간의 특징으로 보는가, 하는 점이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인간은 누구인가? 다른 동물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징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언어, 앞발 사용, 군집생활, 문화, 예술, 종교 등등, 여러 특징을 열거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현재 인간 세계의 유별난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의 정체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칼 세이건에 의하면 이런 요소들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희미하지만 다른 곤충과 동물들도 인간과 비슷한 특징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면 그들의 눈에 침팬지와 인간이 똑같은 종으로 보일 것이다. 유전자도 99%가 똑같고, 생활습관도 비슷하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겠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마음이 좀 급한 분들은 “당신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 않는 것 같소.”하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을 다시 꺼내들고 싶지 않다. 그건 이미 흘러간 노래이다. 진화론이 창조론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창조론이 진화론을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창조론은 신학적인 전망이고 진화론은 생물학적인 전망이다. 서로 다른 전망을 같은 차원에 놓고 비교 평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인간에게는 동물과 다른 점이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비슷한 점도 많다. 보기에 따라서 비슷한 점이 훨씬 많다. 비슷한 특성으ㅢ 가장 밑바닥에는 에너지를 섭취함으로써 생명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생명체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먹이사슬의 약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동물들은 대개 비슷한 영양 흡수 기관을 갖고 살아간다. 돼지도 입으로 짬밥을 먹고 위장에서 약간 소화를 시켜 소장과 대장을 거쳐 완전히 분해하고 영향을 섭취한 다음에 항문으로 배설한다. 인간도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돼지보다는 보기 좋은 방식으로 먹기는 하지만, 입으로 먹고 밑으로 배설한다는 그 메커니즘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또 하나 결정적으로 비슷한 점은 암수의 짝짓기를 통해서 후손을 번식한다는 사실이다. 개미도 그런 방식으로 후손을 번식하고, 인간도 역시 그렇다.
여기서 나는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은 말하지는 않겠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언어, 예술, 문화 같은 부분들이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도 질적인 차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이 동물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예’와 ‘아니오’로 대답하기는 힘들다. 대시 빅뱅 이론을 중심에 놓고 접근해보자. 하나의 점이 큰 폭발을 일으켜서 매우 짧은 시간에 현재와 같은 우주를 형성했다는 게 빅뱅이론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것들이 무한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 우주는 그렇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모든 것들 사이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지구에서 시작한 생명체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서로 멀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동조상을 두고 있다. 그 공동 조상은 지구에서 사라지고 인간과 침팬지로 갈라지고 말았다. 이런 진화의 과정이 지금 이 지구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런 진화의 과정이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 눈에 확실하게 잡히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인간적으로 설명하지 말고, 성서적으로 말하라, 하고 다그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성서구절을 끌어들이지 않았을 뿐이지 성서와 신학 안에서 설명하는 중이다. 성서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씀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지금도 창조하시는 중이며, 결국 세상을 완성하신다고 말씀한다. 처음 창조만이 아니라 그 창조의 유지와 그것의 완성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 신학자들은 그 창조 행위의 세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질그릇이 토기장이의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그 세부적인 사실은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고고학자들이 훨씬 잘 안다. 물론 그들이 안다는 것도 결국은 과거의 세계 현상에 한정될 뿐이지 미래까지는 ‘천만의 말씀’이다. 종말론적으로 열린 이 질문의 답을 신학자는 과학자들과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창조의 완성은 어느 종착점을 향해서 나가는 것일까? 혹시 하나님은 인간을 포기하고 다른 동물을 통해서 이 세상을 완성시킬 계획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닐까? 생명을 밥 먹듯 파괴하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인내심은 어느 때까지일까? 나는 여기서 지구 생태계 안에서 인간이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는 미래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뿐이다.  <정용섭>

[레벨:1]이병진

2006.01.06 23:26:31

항상 목사님의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첨으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전공자도 아니면서 이런 글을 적는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빅뱅이론을 비유로 종의 분화를 말씀하시는 글을 보다 문득 생각이나서요.

우주가 점에서 시작해서 팽창한다는 빅뱅이론은 주로 적색편이와 3K 배경방사라는 실험적 증거에 의해 지지받는 이론입니다. 다만 이 이론도 문제점이 있어서요. 예를 들면, 지평선 문제 (우주 배경방사는 높은 정밀도로 등방적이므로 우주의 임의의 방향과 반대 방향의 두 점은 과거 한번도 같은 지평선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되나 배경방사 측정에서는 등방성이 성립되므로 모순됨- 그림으로 설명드리면 더 쉬울텐데…)라든지 평탄성 문제 (현재의 우주론에 있어서 빅뱅 후 10의 -44성 초까지 거슬러 올라갈 때, 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보다 극히 약간 크다고 가정하면 우주는 일순 팽창에서 수축으로 전환하여 현재의 크기의 우주가 되지 않고, 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보다 극히 약간 작다고 가정하면 우주의 곡률이 크게 마이너스 값이 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상우주론 (빅뱅이론의 우주의 창조, 진화, 변화의 개념에 대하여, 우주는 항상 불변하며 팽창하여 온도가 내려간 만큼 우주 전체에서 물질이 분출됨)을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모든 것들이 무한하게 확산되거나 거리가 멀어진다는 목사님의 말씀은 현대 물리가 단언하기를 주저하는 확실하지 못한 이론입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진화가 반드시 분화되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드네요. ^^;

그냥 지나가는 말이니 너무 괘념치 마세요. (참고로 저도 화학자라서 천체물리는 잘 모릅니다.)

[레벨:0]김지환

2006.01.07 16:11:27

빅뱅이론을 근거로 생명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멀어진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그리고 창조 뒤에 진화의 과정이 아주 느리게 계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건 과학적 근거가 있나요? 그리고 과연 창조론과 진화론이 서로 다른 차원의 전망이라는 관점에서 조화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 갑니다. 결국 은 창조 과학회 김명현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창조론을 믿든 진화론을 믿든 믿음의 문제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한때는 혹시 외계인이 있으면 우리가 미래에 외계인에게 복음을 전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외계인 존재를 믿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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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6.01.07 23:56:44

이병진 님과 김지환 님의 콤멘트를 달게 받겠습니다.
내가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는 빅뱅이론을 언급한 게
좀 경솔했던 것 같네요.
나중에 물리학이 말하는 이 우주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를 했야겠군요.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립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소위 창조과학회의 주장은
과학계에서나 신학계에서나 내몰리는 입장이에요.
물론 그쪽에서는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겠지만요.
혹시 가능하다면
기독교사상 2006년 1월호에 실린
대구대학교 교수인 양재섭 장로님의 글을 찾아서 읽어보세요.
진화론과 창조론 문제를 정리하고 있더군요.
두분 다 고맙습니다.

[레벨:0]왕눈이

2006.05.01 22:59:53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지금도 창조하시는 중이다...... 처음 창조만이 아니라 그 창조의 유지와 그것의 완성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이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한 과정 가운데 인간이 존재하면서 하나님의 계속하시는 창조를 보면서 감탄하거나 감사하며 기다리기 보다는, 인간들이 만들어가며 세워가는 행위를 찬양하고 찬사를 보내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멀리를 추구하며 " 수백년, 아니 수천년동안 창조되어 온 것을 우리는 고작 20-30년 만에 깡그리 무너뜨리고 깨고 문질러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행복하다며, 축복이라며 , 잘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는 속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이상 하나님의 지속적인 창조의 손길을 기다리지 못하고 견디지 못하는것입니다. 창조를 파괴하면서 편리함을 감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것을 멈추어 세울 수 없을까? 이제는 멈추는 일을 위해, 교회가 추구하던 성공지향적인 것에서 생명 지향으로 선회하며, 성도들이 자신을 비우고 느림을 감사하며, 하나님의 창조하시는 손길을 바라는 것에 인간의 미래가 보여질 여겨집니다. 주님이 가난한 모습으로 오셨고, 또 그렇게 가난하게 사시면서 구원의 길을 보여주셨고, 가난한 모습으로 나귀를 타셨던 것을 오늘 교회와 성도들이 회복해 간다면, 느림과, 가난함과,불편함을 감사하게 된다면 미래는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설교가 된 것 같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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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6.05.01 23:43:44

왕눈이 님,
친절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설교의 방향도 많이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감사.

[레벨:23]브니엘남

2007.02.15 12:07:29

다른 동물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징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같으냐 다르냐를 구별하는 人物性同異論은 동서양의 궁극적인 철학적 질문이었습니다.
사람: 영적인 존재(영혼몸)
동물; 혼적인 존재(혼멈)
식물: 몸적인 존재(몸)
인간의 미래는 요한 계시록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대로 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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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07.09.26 13:31:14

인간의 미래?
개인적으로는 낙관보다 비관이 앞서고 있습니다.
인긴은 수만년을 살아오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지만, 그 수정한것을 또다시 수정합니다.
완전한 수정은 없습니다.
개선은 필요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반복된 시행착오와 오류만 있을뿐.
어느것 하나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나만의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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