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게 눈뜨기!

조회 수 4609 추천 수 118 2005.09.15 23:49:13
하나님에게 눈뜨기!

오늘 '신학과 철학' 강의 시간에 무슨 말 끝에,
아,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 끝에,
우리가 좋은 책을 읽는 이유는 거기서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세계를 향해 눈뜨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책읽기를 어려운 작업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는 호소를 들었다.
그건 나의 젊은 시절에 있었던 똑같은 경험이다.
여기서 책읽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그걸 모두 이해한다는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많이 이해하든 하지 못하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그 책읽기 과정을 통해서 어떤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학공부도 역시 책읽기와 같아서
선생에게 많은 정보를 얻어듣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세계를 향해 눈뜨는 게 중요하다.
이 눈뜬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안다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지는 마음을 뜻한다.
이 말은 곧 무언가를 알고 싶어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알고 싶은 게 있는 사람만이 질문한다.
그건 곧 어떤 세계를 향해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우리는 눈을 감고 있다는 말이냐,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옳다.
우리는 지금 눈을 감고 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에 대해서 눈을 뜨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눈을 뜬다는 것, 눈을 감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
눈을 감는다는 것은 이 세상을 자기의 익숙한 눈으로만 본다는 것이며,
눈을 뜬다는 것은 그런 익숙한 눈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것들이 자기가 살아가는 데 일종의 소품으로만 작용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들과 존재론적으로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자는 눈을 떳으나 실제로는 감은 사람이고,
후자는 눈을 뜬 사람이다.

기독교 신앙도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을 향해서 눈뜨는 행위이다.
그런데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을 부르고 있으나 실제로는 눈을 감고 있다.
이 말은 곧 하나님을 자기가 알고 있는 그런 틀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바리새인들의 눈은 전형적인 감은 눈이다.
그들의 눈에는 예수의 행동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세리나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경건한 삶만이 정상적인 것이라는 확신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눈을 뜨기 위해서 우선 하나님을 새롭게 보는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어떻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사실 하나님을 새롭게 바라보기는 간단하지 않다.
아니,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간단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는 어린아이라도,
아니 어린아이 같아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고정관념, 선입관, 종교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과 세계를 일단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그런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하나님을 바로 보는 일들이 일어날까?
그런 일들이 있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이렇게 저렇게 설명할 것도 없이
일단 우리들이 하나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게 그 대답이다.
하나님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거의 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전도하고, 교회당을 짓는데
하나님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정확한 진단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건 모두 하나님에 대한 관심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그냥 하고 싶어하는 일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사실 하나님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에 대한, 자기 능력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런 일에 열심을 낸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그런 일을 감당하고 있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믿음으로 그런 일에 최선을 다 하겠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많은 일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깊이 인식해가는 과정이 완전히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더 이상 필요 없이,
자기의 신앙의 강도를 강화할 뿐이다.
하나님은 더 이상 알지 않아도 될,
그냥 저쪽에, 저 하늘에, 우리가 원하는 그런 모습으로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대신 사람들의 열정만 많아지면 충분하다.

며칠전 명성교회에서 새벽기도회 하루 5만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새벽기도회 5만명이라...
하나님을 깊이 알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렇게 모일 수 있다.
이런 모이는 일들은 비단 기독교만이 아니라
통일교 신자들도 그렇게 모이고,
이슬람교도들은 모이는 데 우리보다 그 에너지가 훨씬 강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종교적인 현상에 속한다.
기독교도 역시 종교이니까 그런 종교적인 현상이 일어나야 하긴 하지만
기독교의 복음은 그런 종교, 그 이상을, 혹은 그것과는 근본을 달리하는
그 어떤 생명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본훼퍼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오히려 비종교이다.
인간의 종교적 욕구를 채워주는 어느 한 종교가 아니라
삶의 중심에 역동적 힘으로 개입하는 하나님 나라에 의존하는 신앙이
곧 복음의 핵심이다.
명성교회의 새벽기도회가 종교적인 것인지
복음적인 것인지 우리는 좀더 진지하게 성찰해야만 한다.
만약 교회가 인간의 종교심에 철저하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결국 복음의 능력은 훼손되고 말 것이다.
물론 당장은 종교적인 열광주의가 어떤 힘을 얻는 것 같더라도
그건 결국 인간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말이 옆으로 흘렀다.
하나님을 향해서 눈뜬다는 것은 철저하게 내면적인 영성에 속하는 것이다.
좀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곧 신비세계를 맛보는 것이다.
생명의 신비에 황홀해하는 것이다.
존재 앞에서 아찔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바르트 식으로, 절대타자 앞에서 무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거룩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내면적인 세계가 우리의 삶에서 그 영역을 넓혀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종교적 열정만 난무하고 있는지,
이것에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눈뜨고 있는지
아니면 겉으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눈 감고 있는지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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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07.09.21 11:11:40

하나님에게 눈뜨기?
단지 종교적인 열정만으로 교회생활을 하지 않았는지 고민을 해본다.
내가 만든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정말 하나님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어쩌면 하나님께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을 뜻을 찾아 노력하고 고민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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