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왜 그리스도인가?

조회 수 6168 추천 수 45 2005.03.25 18:35:00
예수는 왜 그리스도인가?

기독교가 주장하는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은 곧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동일할 정도로 예수는 기독교의 구원론에서 핵심이다. 즉 우리는 신약의 예수가 바로 구약이 기다리고 있던 메시아라고 믿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와 동일한 구약성서를 경전으로 삼고 있는 유대교는 이 예수를 완전히 배척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자신들의 역사에 등장했던 여러 예언자 중의 한 사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을 듣기 전에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한번 짚어야 한다. 유대교와 연관된 문제를 다룰 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유대교가 없었다면 예수 그리스도도 역시 역사에 등장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예수가 역사를 초월해서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구약성서의 배경인 유대인들과 유대교의 토대에서 등장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가 완전하게 유대교의 역사에 의존해 있을 뿐이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체와 그 사건은 유대교적인 역사를 근거로 하는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는 이중적, 혹은 변증법적인 사태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를 구약에 근거해서 해석하면서도 바로 그 구약의 민족인 유대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조건 틀렸고,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독단론에 빠져 있는 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그 리얼리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경전이기도 한 구약성서 안에서 살아왔던 유대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마음을 열어놓고 알아보자. 그들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고 명백하면서도 나름으로 정당하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이다. 신약성서에서만이 아니라 구약성서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증거를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믿음이 없거나, 아니면 하나님이 그들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들과 우리가 공동체 경전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차이를 확인하고 축소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구원론과 기독론이 훨씬 풍부한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에게 메시아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만약 예수가 메시아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서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가 역사에 등장하기 전이나 후나 실제로 변한 것 아무 것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은 여전히 죽어야 하며, 무죄한 자가 고난 받으며, 인간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투쟁하고, 특히 메시아가 와서 이루어야 할 평화가 진척된 흔적이 전혀 없다. 그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일단 그들의 주장은 옳기 때문에 그것 자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 없다. 만약에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그런 차원과 그런 방식의 구원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예수는 메시아로서 자격 미달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구원은 그런 정치, 경제적인 정의라거나 우리의 복지 향상에 있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향상시키고, 로마 제국과 같은 악한 힘들을 정복하고, 이 땅에서 ‘샬롬’의 질서를 이루어낸다는 유대인들의 메시아와 예수는 달랐다. 예수는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 하나의 폭력을 사용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 같은 순종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끌어들이는 메시아였다. 둘째, 유대인들이 표상하고 그런 구원과 더불어서 모든 궁극적인 구원의 사실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은폐’의 방식으로 이미 역사 안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예수의 부활 사건에서 그런 역사 완성의 선취(先取)를 본다. 다만 그 완성의 성취(成就)는 종말에 이르기까지 숨겨져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유대인들과 어떤 사람들에게는 언어유희, 또는 단지 관념에 불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여기에 우리의 모든 것을 걸어두고 있다. 선취와 성취 사이의 역사에 은폐의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구원의 과정을 해명하고 구현해나가는 작업이 곧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다.

[레벨:6]유희탁

2005.03.26 08:07:46

이 글이 마치 너는 예수를 메시야로 모시면서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말로 들려지기도 합니다..바로 알고 바로 믿을 수 있기를 바라는데...예수를 바로 인식한다는 것이 참어려운 과정이네요...오늘도 예수님을 지식으로도 알고...삶의 태도로도 배워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주말이네요..승리하시고...주님의 부활이 오늘 우리의 삶에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profile

[레벨:41]새하늘

2007.08.31 18:30:27

예수는 왜 그리스도인가?
때로는 의심이 갈때가 종종 있다.
아니 발칙하게도 혹시 외계인은 아닌가라는 상상도 해본다.
항상 다가오시는 예수님의 음성에 나는 말없이 침묵만 한다.
내가 원하는 일들이 되지 않으면 발칙하게도 외면(안면몰수)을 한다.
다 예수님 탓이냥 모든 원인을 돌린다.

정작 그리아닐 하실지도 예수님을 사랑해야 하는데...

[레벨:1]angelleaf

2007.09.25 12:55:43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메시야로 왜 안받아들이는지

오늘 약간 알게되었네요

같은 구약 책을 읽으면서 왜 여태

윗글에 나오는 생각들은 한번도 못해봤는지ㅎㅎ

[레벨:18]은나라

2016.06.27 12:21:35

생각을 열어두니.. 목사님의 설명이 이해가 되고, 아멘..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동안 유대인들을 너무 독단적으로 생각했다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같은 구약성서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요, 예수를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이해가 되고, 또 우리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새로운 해석과 설명도 알고 있었지만, 유대인들과 연결해서 설명해주시니까 더 이해가 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제가 인포보는날인데.. 한가해서 이렇게 글도 읽고 글도 남기고 그러네요..ㅎ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6.06.27 22:29:11

인포보는 날이 무슨 뜻이에요?

은나라 님이 이렇게 오래 된 글을

일일이 찾아서 숙독하시는군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뭔가 상을 주어야 할 텐데,

제가 대답을 잘해 주는 게 상이겠지요.

주님의 평화가...

[레벨:18]은나라

2016.06.27 23:49:41

작은병원에서 근무하거든요.

치료실과 접수실이 있는데.. 직원들과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해요.

접수실에서 근무할땐 조금씩 시간이 남아요.

다른직원들은 컴퓨터로 쇼핑을 하는데.. 저는 쇼핑엔 관심이 없어서..

시간만 되면 다비아에 들어와 글을 읽죠.ㅎ

목사님 글이 전엔 하나도 이해가 안갔는데.. 이젠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되고 그래요.

설명을 정말 깊이있고, 세밀하게 잘해주시는거 같아요.

교회에서 일반목사님들께 질문을 하면, 교리중심으로 뻔한 답을 말하니까, 더 궁금하거든요.

목사님글도 가끔 질문이 생기긴하는데, 어떻게 질문을 해야할지 난감할때가 있어요.

이번주에는 제가 접수보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봐야겠어요.

그럼 조금은 목사님 설교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 예수를 따르는것, 자유, 해방의 의미들을 더 세밀하고 깊이있게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제가 원하는 질문도 만들어 질것도 같구요.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0 설교의 영성에 이르는 길 [1] 2005-05-05 4547
39 성서는 하나님을 직접 진술하고 있을까? [1] 2005-04-15 5039
38 삼겹살과 십일조! [4] 2005-04-06 7057
37 역사적 예수와 케리그마의 그리스도 [1] 2005-03-30 6399
36 역사와 계시 [1] 2005-03-28 4708
» 예수는 왜 그리스도인가? [6] 2005-03-25 6168
34 패션 모델과 설교자 [4] 2005-03-22 4709
33 우리는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을까? [4] 2005-03-01 5023
32 죄?! [2] 2005-02-25 5566
31 하나님의 은혜 [1] 2005-02-02 4920
30 대강절 [1] 2004-12-06 4686
29 신학과 철학 [5] 2004-11-10 5020
28 외계인과 종말론 [2] 2004-10-13 5351
27 우리는 기도할 수 있는가? [4] 2004-09-15 6159
26 정치신학 [5] 2004-08-08 5147
25 설교와 하나님 나라 [3] 2004-07-12 4993
24 소극적으로 성서읽기 [4] 2004-07-01 5175
23 하나님 경험은 어둠이다. [2] 2004-07-01 5971
22 죽음 [2] 2004-07-01 5004
21 기독교 윤리의 이중성 [5] 2004-07-01 5631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