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모든 길은 그대에 이른다

Views 2252 Votes 0 2013.10.12 05: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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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계절입니다.

막바지 따사로운 햇살의 은총은 곡식과 열매들이 남은 기운을 통해 알차게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 풍요로운 들판과 과일, 곡식들을 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염려와 걱정이 몰려 오곤 합니다.

먹을 것이 저렇게 풍성하게 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근대화 되기 이전만 해도 배불리 먹는 것만으로도 최대의 행복이기도 했을 것은데 풍성한 가을의 수확앞에도 왠 염려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배불리 먹는 것만으로 우리의 욕망을 채울 수 없는 수많은 욕망들로 가득차서 그 욕망이  충족될 수록

또다른 욕망으로 배고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쁨과 감사로 맞이해야 하는 이 가을의 은총이 조금은 빈 들판처럼 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콩을 베면서 책읽어 주는 ebs라디오 방송을 들었는데 한 편의 시를 낭송해 주더군요.

시원하게 부는 가을바람과 뜨겁지 않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시 한편은 흐트러지고 복잡한 내 마음에

고요한 기도로 변화게 되었습니다.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로이 크로프트

 

그 어느 곳을 내가 방황한다 해도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그대는 하루가 저물 무렵

빛나는 샛별인 것이다.

 

높은 산 깊은 계곡 가로 막아도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이글대는 석양 속에 그대는

희디흰 자작나무인 것이다.

 

그 어느 곳을 내가 방황한다 해도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그대는 나를 고향으로 부르는

종달새 노래인 것이다.

 

내 인생의 모든 여정, 태초의 과거와 영원의 미래 사이에 한 순간의 짧은 인생에서 절망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수 있는

삶의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니체가 말했듯이 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살아 즐긴다는 것은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몰입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신의 운명 그 자체를 사랑하는 초인의 삶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차별없이 누구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이 하루,

벅찬 감동과 신비로움, 감사로 열어 봅니다.

어린아이와 철학자의 마음으로 열어 봅니다.

 

그 어느 곳을 내가 방황한다 해도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2013. 10.12 이른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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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옹달샘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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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3.10.12 23:54:04
*.94.91.64

요즘 달팽이 님의 글이 점점 원숙해집니다.
따라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나 할지,
숙연해진다고나 할지,
기쁨이 솟아난다고 할지...
마음의 중심에서 우러나오기에
다른 이들의 마음도 울리는가 봅니다.
한번 <초보 농사꾼의 일기>를 써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매일이 아니면 주간으로 써도 좋을 것 같군요.
생각이 있으면 말하세요.
칼럼방에 자리 하나 마련하지요.
귀한 주일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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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10.13 19:12:23
*.154.137.51

정말 좋은 가을입니다.
더욱이 모든 일과를 내려놓고 마음놓고 예배드릴수 있는 기쁨
성도의 교제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주일이었습니다.

목사님의 제안에 먼저 감사드리고요
지금처럼 편안하게 생각날때 한 편씩 글을 쓰고 싶네요
언젠가 때가 되면 목사님의 제안을 받아 들일께요...

어설픈 농사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평화,안식이 가득한 주일밤 되시길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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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2013.10.14 09:31:29
*.111.224.70

달팽이님~! 모든 길은 그대에게 이른다...
좋은 시 감상했어요..저도 이비에스 청취자인데
빈가워요.^^
올해 감농사는 잘 되셨나요?
감 따실 때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달려갈 용의가 있습니다.
더 웃겨씨가  기다리고 있다구 전해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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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10.14 21:41:39
*.154.137.51

몇 해 동안 감나무가 충실한 열매를 맺는다고 고생을 했는지
올해는 휴식이 필요한 모양입니다.ㅎㅎ
그래서 휴식이 필요하지 않는 다른 농장의 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더웃겨님과 같이 한 번 내려오세요
산청의학엑스포도 구경하고
맛있는 홍시, 고구마, 밤도 있고요.
상황봐서 연락드릴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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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3.10.14 17:44:03
*.34.116.82

달팽이님, 저도요.
참 감동입니다.
저는 처음 보는 시인데
달팽이님의 글이 좋아서인지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네요.
내용도 참 매력적이고요.

진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살아낼 수 있는 능력은 뭘까요?
다석유영모선생님은 '오늘'을 '오!늘'이라고 하셨더군요.
"나의 삶으로 산다는 궁극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가로대 오늘살이에 있다 하노라."

산청의 가을이 깊어가겠군요. 
고종시는 곶감으로 옷 바꿔 입을 채비를 하고 있을 거고요. 
산청의 가을이 그립습니다. 
아울러 웃겨님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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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10.14 21:46:33
*.154.137.51

오늘은 하루 종일 콩베기 했는데..
부모님과 같이 하니 좋은 점도 있고 안좋은 점도 있고..그렇고 그렇습니다.ㅎ
저는 미리 걱정하거나 설치는 않는 편인데
부모님의 미리 앞서 걱정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은 부분도 다소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말을 되새기며
일도 하나의 구도의 정신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산청의 가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여름에 한 번 오신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었네요..
떠나고 싶을 때 한 번 바람처럼, 구름처럼 머물다 가세요..
달이 아름답게 떠 있네요.
세상은 외롭지 않은 곳 같습니다.
좋은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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