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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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24) 다비아 사랑채는 ‘책’ 하고 인연이 많은 날인가봅니다.
임영웅 목사님이 좋은 책 만나신 이야기도 있고,
이길용 목사님 새 책 출간 소식도 올라오고.
마침 저도 오늘 우연히 책 구경을 많이 한 터라 한자리 슬쩍 끼어볼까 합니다.
뭔 책이냐 하면.....
사실은 진짜 책이 아니라 책의 형상을 흉내낸 ‘덩어리’ 들이지요~*
자유로를 지나다가 시간 여유가 좀 있길래 파주 출판단지에 들러 한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가방 속에 넣어 다니는 똑딱이 디카를 한 손에 들고 눈길 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대며 말이죠.
'북시티‘ 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국내 유수의 출판사 건물들이 꽤 많이 모여 있더군요. 차를 타고 지나면서 무심히 건너다 볼 때는 출판단지 전체의 분위기가 현대적이긴 하지만 좀 건조한 듯 싶었는데 천천히 걸으며 건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제각각 나름대로의 개성과 표정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풍경의 속내를 보기 위해서는 눈품 보다도 발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죠.
책의 도시답게 대부분의 건물들이 책의 형상을 이런 저런 이미지로 표현해 놓은 조형작품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어떤 건물은 크고 묵직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하면, 명랑하고 경쾌한 얼굴을 한 건물도 있었습니다.
저건 에세이집, 저건 시집, 저건 문고판 진열장,
어이쿠~ 저건 영락없는 백과사전이로구만....
건물 하나하나를 나름대로 책 이름으로 불러가며 걷다 보니, 새삼 책이야말로 건축물의 이미지로 삼기에 여러모로 적절한 소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책의 모양 자체가 건축물의 기본 재료인 벽돌이나 판넬 등과 형태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지요.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두께와 부피감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동시에 책을 가로로 꽂거나, 또는 세로로 쌓아 보관, 전시하는 것 역시 건축물 조형의 기본 원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과 건축물의 가장 본질적인 유사성은, 둘 다 인간이 이룩한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나름대로 응축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책이 문화의 추상적 엑기스라면, 잘 지어진 건축물은 문화의 물리적인 표현물이라는 차이점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을 빌어 멋 좀 부려보자면,
책은 언어로 지은 건축물이요, 건축물은 벽돌로 적어나간 책이다~ 쯤 될라나요?
오늘 왼종일 날씨도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그동안 따가운 햇살과 지루한 늦더위에 엔간히 지쳐 있던 터라, 간만에 찾아온 칙칙한 가을 하늘이 더없이 반가웠죠.
하늘은 잿빛으로 착~ 가라앉아 있고, 가까운 산마저 무심한 표정으로 멀찌감치 물러앉아 있는 듯한 오늘같은 날씨를 좋아하는 인간들도 꽤 있나봅니다.
오죽하면 흐린 가을하늘에 대고 편지를 쓰자고 선동하는 노래가 다 있겠습니까 ^^*
이런 기분을 살리기 위해 디카의 WB(광량 조절 기능)를 마이너스로 맞춰서 대체적으로 사진들이 좀 어두운 느낌이 나도록 찍었습니다. 건축물이 본질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구요.
구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을 줌으로 당겨 찍거나 하지 않고, 사람이 보도를 걸으며 가까운 쪽에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는 시선 그대로 카메라를 갖다 대었습니다.
그래서 건물의 현관이나 조경 등은 프레임 아래로 짤렸지요. 그것들이야말로 나름대로 다채롭고 생동감있는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책을 형상화한 덩어리들’ 이므로 주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제가 가진 똑딱이 디카가 오래전에 장만한 350만 화소짜리 구닥다리여서 화질은 영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손에 익은 녀석이라 별 불만 없이 들고 다닙니다. 첨단 기능이나 고화질에 대한 욕심 같은 것도 별로 없구요. 필름 감아 쓰던 옛날을 생각하면 (그래봐야 그리 오래전도 아니죠..) 똑딱이 디카도 기적같은 물건 아닙니까.
언제 한번 자유로 주변을 지나실 일 있으시면 출판단지에 한번 들러보세요. 출판사마다 개성있고 살뜰한 전시공간도 제법 있습니다. (단, 일부는 주말과 휴일에만 개장을 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들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주변에 들러볼 만한 곳도 많습니다. 자유로를 따라 들꽃축제, 갈대축제 열리는 심학산 돌곶이마을, 다양한 문화 공간이 모여있는 해이리 아트밸리, 오두산 전망대, 아쿠아랜드, 임진각 평화누리 등이 멀지 않은 곳에 있지요. 에궁~ 갑자기 글이 파주시 관광 안내 팸플릿이 되었네요 ^^*
이왕 관광 안내로 나섰으니 쭉~ 나가보겠습니다.
고양, 파주 일대로 놀러오실 다비안 있으시면 제게 미리 연락주세요.
일정과 형편에 맞게 스케쥴 짜 드릴께요.
시간 되면 차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구요.
네~? 사주시겠다구요?
그럼 더 좋구요, ㅎㅎㅎ~~~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파주에서 지식과 교양 냄새가 팍팍 풍기는군요.
독서하기 좋은 계절인데 책 속에 파 묻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