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책 구경 실컷 하고 왔습니다 ~*

Views 1530 Votes 11 2008.09.25 00: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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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24) 다비아 사랑채는 ‘책’ 하고 인연이 많은 날인가봅니다.
임영웅 목사님이 좋은 책 만나신 이야기도 있고,
이길용 목사님 새 책 출간 소식도 올라오고.
마침 저도 오늘 우연히 책 구경을 많이 한 터라 한자리 슬쩍 끼어볼까 합니다.
뭔 책이냐 하면.....
사실은 진짜 책이 아니라 책의 형상을 흉내낸 ‘덩어리’ 들이지요~*

자유로를 지나다가 시간 여유가 좀 있길래 파주 출판단지에 들러 한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가방 속에 넣어 다니는 똑딱이 디카를 한 손에 들고 눈길 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대며 말이죠.
'북시티‘ 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국내 유수의 출판사 건물들이 꽤 많이 모여 있더군요. 차를 타고 지나면서 무심히 건너다 볼 때는 출판단지 전체의 분위기가 현대적이긴 하지만 좀 건조한 듯 싶었는데 천천히 걸으며 건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제각각 나름대로의 개성과 표정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풍경의 속내를 보기 위해서는 눈품 보다도 발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죠.

책의 도시답게 대부분의 건물들이 책의 형상을 이런 저런 이미지로 표현해 놓은 조형작품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어떤 건물은 크고 묵직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하면, 명랑하고 경쾌한 얼굴을 한 건물도 있었습니다.
저건 에세이집, 저건 시집, 저건 문고판 진열장,
어이쿠~ 저건 영락없는 백과사전이로구만....
건물 하나하나를 나름대로 책 이름으로 불러가며 걷다 보니, 새삼 책이야말로 건축물의 이미지로 삼기에 여러모로 적절한 소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책의 모양 자체가 건축물의 기본 재료인 벽돌이나 판넬 등과 형태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지요.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두께와 부피감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동시에 책을 가로로 꽂거나, 또는 세로로 쌓아 보관, 전시하는 것 역시 건축물 조형의 기본 원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과 건축물의 가장 본질적인 유사성은, 둘 다 인간이 이룩한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나름대로 응축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책이 문화의 추상적 엑기스라면, 잘 지어진 건축물은 문화의 물리적인 표현물이라는 차이점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을 빌어 멋 좀 부려보자면,
책은 언어로 지은 건축물이요, 건축물은 벽돌로 적어나간 책이다~ 쯤 될라나요?
        
오늘 왼종일 날씨도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그동안 따가운 햇살과 지루한 늦더위에 엔간히 지쳐 있던 터라, 간만에 찾아온 칙칙한 가을 하늘이 더없이 반가웠죠.  
하늘은 잿빛으로 착~ 가라앉아 있고, 가까운 산마저 무심한 표정으로 멀찌감치 물러앉아 있는 듯한 오늘같은 날씨를 좋아하는 인간들도 꽤 있나봅니다.
오죽하면 흐린 가을하늘에 대고 편지를 쓰자고 선동하는 노래가 다 있겠습니까 ^^*

이런 기분을 살리기 위해 디카의 WB(광량 조절 기능)를 마이너스로 맞춰서 대체적으로 사진들이 좀 어두운 느낌이 나도록 찍었습니다. 건축물이 본질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구요.
구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을 줌으로 당겨 찍거나 하지 않고, 사람이 보도를 걸으며 가까운 쪽에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는 시선 그대로 카메라를 갖다 대었습니다.
그래서 건물의 현관이나 조경 등은 프레임 아래로 짤렸지요. 그것들이야말로 나름대로 다채롭고 생동감있는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책을 형상화한 덩어리들’ 이므로 주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제가 가진 똑딱이 디카가 오래전에 장만한 350만 화소짜리 구닥다리여서 화질은 영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손에 익은 녀석이라 별 불만 없이 들고 다닙니다. 첨단 기능이나 고화질에 대한 욕심 같은 것도 별로 없구요. 필름 감아 쓰던 옛날을 생각하면 (그래봐야 그리 오래전도 아니죠..) 똑딱이 디카도 기적같은 물건 아닙니까.
  
언제 한번 자유로 주변을 지나실 일 있으시면 출판단지에 한번 들러보세요. 출판사마다 개성있고 살뜰한 전시공간도 제법 있습니다. (단, 일부는 주말과 휴일에만 개장을 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들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주변에 들러볼 만한 곳도 많습니다. 자유로를 따라 들꽃축제, 갈대축제 열리는 심학산 돌곶이마을, 다양한 문화 공간이 모여있는 해이리 아트밸리, 오두산 전망대, 아쿠아랜드, 임진각 평화누리 등이 멀지 않은 곳에 있지요. 에궁~ 갑자기 글이 파주시 관광 안내 팸플릿이 되었네요 ^^*

이왕 관광 안내로 나섰으니 쭉~ 나가보겠습니다.
고양, 파주 일대로 놀러오실 다비안 있으시면 제게 미리 연락주세요.
일정과 형편에 맞게 스케쥴 짜 드릴께요.
시간 되면 차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구요.
네~? 사주시겠다구요?
그럼 더 좋구요, ㅎㅎㅎ~~~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profile

유목민

2008.09.25 08:02:53
*.237.183.249

책의 도시라...
파주에서 지식과 교양 냄새가 팍팍 풍기는군요.
독서하기 좋은 계절인데 책 속에 파 묻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찬선

2008.09.25 09:18:21
*.109.153.230

파주 6시 이후라면 저도 같이...ㅋ
정말 적절하게 각 건물마다 이름을 잘 붙이셨네요.
각 건물의 특징을 1문장으로 표현하신 것도 탁월하시고요.
특히,
3. 시집 : 저마다 다른 색깔의 마음의 방에 불을 밝히다.
4. 소설책 : 웬만한 인간은 깔려 죽음.
이 두 문장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나이스윤

2008.09.25 14:26:48
*.135.222.18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profile

유니스

2008.09.25 14:51:28
*.104.195.148

우와....
소풍님께서는 근사한 구경을 하셨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책 구경이 아니라 건축물 구경이네요.

저도 파주의 그 곳에 한번 가고싶었는데,
소풍님의 사진으로 먼저 달래봅니다.
그리고 건물의 설명도 너무 적절합니다.
딱딱맞아요.^^

사진의 건축물들에 대한 소감은
역시 승효상의 주도라서
대체적으로 미니멀한 느낌이군요.
색감도 내츄럴하고..
다만 7번 건축물은 좀 아쉽습니다.
실재로 본다면 모르겠으나
프랭크 게리의 표면만 따온 듯한
좀 짝퉁스러운 느낌이 먼저 듭니다.

내년 휴가지가 대충 정해지는군요.
감사..
profile

희망봉

2008.09.25 15:45:07
*.82.136.189

귀있는 자가 들을 수 있듯이
볼줄 아는 눈을 가져야 볼수 있겠죠??
소풍님의 뛰어난 감각!
부럽습니다.^^*

다음번엔
숨겨진 보화로 가득찬 다비아교회도
찍어 올려주세요??
이시대 새로운 지평을 여시는
하나님의 은총까지도요!
이따 뵈요^^*

은빛그림자

2008.09.26 00:57:25
*.141.3.64

소풍님은.. 은근 센스쟁이.ㅎㅎ
profile

모래알

2008.09.26 01:32:05
*.250.18.73

소풍 님!
사진들이 멋진지 건물들이 멋진지 아무튼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성석제님의 "농담하는 카메라"에 필적합니다!!
profile

소풍

2008.09.26 21:56:53
*.155.134.136

찬선님,
어제 단기강좌 깜짝 참석해 주셔서 반가웠어요 ^^*
언제 한번 이웃동네 사람끼리 뭉칩시다.
일전에 늘**, 소*, 월* 님 등이 자기들끼리
가끔씩 수유리 모임 하는거 부러웠거덩요 ~
profile

소풍

2008.09.26 22:02:44
*.155.134.136

책 도시 근처에 산다고 해서
지식과 교양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닌거 같습니다요 ㅋㅋ...
좋은 계절 충만하게 누리세요~
profile

소풍

2008.09.26 22:07:59
*.155.134.136

나도 우와....
유니스님은 건축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몇마디 툭툭 던지신 용어가 참 있어뵈십니다 ^^*
멋진 댓글로 격조를 높여주셔서 감사드려요~
profile

소풍

2008.09.26 22:09:11
*.155.134.136

늦게까지 아이들과 씨름하시느라 바쁘시죠?
기운내세요 ^^*
profile

소풍

2008.09.26 22:11:21
*.155.134.136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다비아 교회를 향한
거룩한 설레임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계시는 희망봉님~!
덕분에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
profile

소풍

2008.09.26 22:16:19
*.155.134.136

농담하는 카메라?
제목부터가 재치있네요^^*
일전에 추천해주신 성석제님 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도 기대가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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