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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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
물컹물컹한 힘
밀려오는 하루,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태어남의 기쁨을 추억해보기도 잠시,
운명은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뿌리채 흔들리는 시간
빠알간 생채기 나는 아침
멀리 저 멀리 썩어져,
자연 소멸해 가는 어금니.
부러움.
아, 자연死하지 못하는 슬픈 아픔이여
- 덧니는 생니이건만, 잘못된 위치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밀려야 하고 뽑혀야 되나 뽑니다. 자기가 그 위치에 원해서
생겨난 것도 아닌데. 단지 생명의 힘이 일순간 그곳에 점화
되었을 뿐인데.
억지로 죽어야 하는 운명만큼 서러운 것도 없을 겁니다.
저 죽어가는 덧니를 위로하며,
아침 출근하기 전, 몇글자 끄적인것을 올려봅니다.
물컹물컹한 힘
밀려오는 하루,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태어남의 기쁨을 추억해보기도 잠시,
운명은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뿌리채 흔들리는 시간
빠알간 생채기 나는 아침
멀리 저 멀리 썩어져,
자연 소멸해 가는 어금니.
부러움.
아, 자연死하지 못하는 슬픈 아픔이여
- 덧니는 생니이건만, 잘못된 위치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밀려야 하고 뽑혀야 되나 뽑니다. 자기가 그 위치에 원해서
생겨난 것도 아닌데. 단지 생명의 힘이 일순간 그곳에 점화
되었을 뿐인데.
억지로 죽어야 하는 운명만큼 서러운 것도 없을 겁니다.
저 죽어가는 덧니를 위로하며,
아침 출근하기 전, 몇글자 끄적인것을 올려봅니다.
덧니라는 시를 보니, 저도 비슷한 감상을 겪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는 충치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꽤 서운하게 느껴져요.
충치가 처음 생기고 나서, 나는 내 이빨에게 굉장히 미안했었지요.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다고요.
소개할까 하고 컴퓨터를 뒤져보니 없어져 버렸네요.
대신 비슷한 시기에 썼던 <뱃살>이라는 글이 남아 있군요.
이건 참 너무 오래된 글이라 공개하기가 부끄럽지만, 박찬선님의 글에 화답하는 의미로 올립니다.
<뱃살>
처음 뱃살이 접히던 날
뱃살이 접힌 것을 알게 되던 날
철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 젊은 날이 안녕을 고하고 그 문 뒤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뱃살이라는 것은
세월의 두께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러므로 나는 보다 멀리 볼 수 있는 안목과
보다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을 갖게 된 것이라고
애써 안위하는 것도 헛되다
뱃살은 나태이며
풍요에의 안주를 뜻하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쑥덕거리는 것만 같다
거북스런 뱃살의 고랑들을 쓰다듬으며
운전을 하는 동안
라디오에서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흘러나온다
문득,
그 시인의 젊은 날과, 그가 읊었던 시와
까만 뿔테 안경 속으로
수줍게 감추어져 있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가난한 날은 소박한 꿈들을 키운다
아이들의 글썽이는 눈망울을 사랑했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가르치겠다고 읊던
한 시인 교사는
마침내 베스트셀러를 내고 말았다
내 소년 시절의 영혼을 밝혀 주던 시인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뒤로 하고
오직 시를 쓰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학교를 떠났고
그와 함께
가난한 날에게도 이별을 전했다
그러나
가난한 날을 잃은 시인이란
사랑을 잃은 연인과도 같다
그리운 이여
내 뱃살에는 아무런 부요도 담지 않았다
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에 찾아왔던 그 맑고 투명했던 가난들이
결코 퇴장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미 내 영혼에는 기름이 돌고 있고
이미 내 인생의 가난들은 서서히 저편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므로
나는 부끄러워해야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살았다는 것도 부끄럽고
가진 것이 많다는 것도 부끄럽다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인생의 맹서를 저버렸다는 것이며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빼앗은 것도 많다는 것이므로
살아온 날만큼 부끄러움도 쌓이는 것이다
뱃살을 두르고 다니는 것은
그 부끄러움을 두르고 다니는 것이다
가난했던 날의 사랑과
외로웠던 날의 위로와
그 처량했던 거리의 쓸쓸함을
떠올려본다
뱃살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던 시절의
아프지만 청아했던 햇살들
녹녹해진 내 영혼에도
그 햇살로 볕을 쪼이고 싶다
어느날 문득 내 인생을 떠났던 시인이
삐그덕 문을 열고
그 햇살을 등에 가득 받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