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덧니

Views 932 Votes 0 2009.01.29 08: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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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

물컹물컹한 힘
밀려오는 하루,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태어남의 기쁨을 추억해보기도 잠시,
운명은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뿌리채 흔들리는 시간
빠알간 생채기 나는 아침

멀리 저 멀리 썩어져,
자연 소멸해 가는 어금니.
부러움.

아, 자연死하지 못하는 슬픈 아픔이여


- 덧니는 생니이건만, 잘못된 위치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밀려야 하고 뽑혀야 되나 뽑니다. 자기가 그 위치에 원해서
 생겨난 것도 아닌데. 단지 생명의 힘이 일순간 그곳에 점화
 되었을 뿐인데.
  억지로 죽어야 하는 운명만큼 서러운 것도 없을 겁니다.
  저 죽어가는 덧니를 위로하며,
  아침 출근하기 전, 몇글자 끄적인것을 올려봅니다
.


profile

김동현

2009.01.29 10:32:43
*.95.90.164

덧니라는 시를 보니, 저도 비슷한 감상을 겪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는 충치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꽤 서운하게 느껴져요.
충치가 처음 생기고 나서, 나는 내 이빨에게 굉장히 미안했었지요.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다고요.
소개할까 하고 컴퓨터를 뒤져보니 없어져 버렸네요.  
대신 비슷한 시기에 썼던 <뱃살>이라는 글이 남아 있군요.
이건 참 너무 오래된 글이라 공개하기가 부끄럽지만, 박찬선님의 글에 화답하는 의미로 올립니다.

<뱃살>

처음 뱃살이 접히던 날

뱃살이 접힌 것을 알게 되던 날

철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 젊은 날이 안녕을 고하고 그 문 뒤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뱃살이라는 것은

세월의 두께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러므로 나는 보다 멀리 볼 수 있는 안목과

보다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을 갖게 된 것이라고

애써 안위하는 것도 헛되다


뱃살은 나태이며

풍요에의 안주를 뜻하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쑥덕거리는 것만 같다


거북스런 뱃살의 고랑들을 쓰다듬으며

운전을 하는 동안

라디오에서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흘러나온다


문득,

그 시인의 젊은 날과, 그가 읊었던 시와

까만 뿔테 안경 속으로

수줍게 감추어져 있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가난한 날은 소박한 꿈들을 키운다

아이들의 글썽이는 눈망울을 사랑했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가르치겠다고 읊던

한 시인 교사는


마침내 베스트셀러를 내고 말았다


내 소년 시절의 영혼을 밝혀 주던 시인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뒤로 하고

오직 시를 쓰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학교를 떠났고

그와 함께

가난한 날에게도 이별을 전했다


그러나

가난한 날을 잃은 시인이란

사랑을 잃은 연인과도 같다


그리운 이여

내 뱃살에는 아무런 부요도 담지 않았다

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에 찾아왔던 그 맑고 투명했던 가난들이

결코 퇴장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미 내 영혼에는 기름이 돌고 있고

이미 내 인생의 가난들은 서서히 저편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므로


나는 부끄러워해야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살았다는 것도 부끄럽고

가진 것이 많다는 것도 부끄럽다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인생의 맹서를 저버렸다는 것이며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빼앗은 것도 많다는 것이므로


살아온 날만큼 부끄러움도 쌓이는 것이다

뱃살을 두르고 다니는 것은

그 부끄러움을 두르고 다니는 것이다


가난했던 날의 사랑과

외로웠던 날의 위로와

그 처량했던 거리의 쓸쓸함을

떠올려본다


뱃살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던 시절의

아프지만 청아했던 햇살들


녹녹해진 내 영혼에도

그 햇살로 볕을 쪼이고 싶다


어느날 문득 내 인생을 떠났던 시인이

삐그덕 문을 열고

그 햇살을 등에 가득 받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박찬선

2009.01.29 19:54:31
*.109.153.224

김동현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들, 특히 사랑에 대해 고민하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뱃살이 나오시나요? 마른 체형이여서 나오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요즘 詩읽는 것이 樂입니다. 틈틈히 시집을 모으고 있습니다.
베토벤에게는 음악이, 고흐에게는 그림이였다면,
혹 저에겐 詩가 인생의 조그마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암중모색 중입니다.
반갑습니다. 또 뵙지요!
profile

시와그림

2009.01.29 10:33:35
*.109.69.1

덧니... 잘못된 위치에 태어난 거 맞나요?
좀 좁은 자리에 자리잡은 건 아닌가요? 
그 말이 그 말인가요?

뽑기로 했으면 뽑게 되겠네요~
덧니 없으면 깔끔하겠죠 정돈되 보이고요
문젠 '생니'의 아픔이겠죠emoticon

찬선님, 덧니를 걱정하는 풋풋한 시절이군요~

박찬선

2009.01.29 19:34:46
*.109.153.224

그렇죠.
덧니는 나였으니까.
이제 내 몸을 떠난 내가 아니지만.
profile

이길용

2009.01.29 10:47:02
*.141.163.143

전 얼마전 치과에 갔더니
풍치 초기라네요.. emoticon
눈은 노안에, 이는 풍치라..
이제 서서히 녹슬어가는 건가요.. emoticon

박찬선

2009.01.29 19:31:27
*.109.153.227

그래도 정신만은!!
멀쩡('말짱'으로 바꿀께요)하시죠??ㅋ

profile

우디

2009.01.29 13:51:14
*.49.175.139

덧니, 뱃살,  모두 환영받는 편은 못되고 떨치고 싶은 대상이 되는 슬픈 대상들이군요.
배가 무척 많이 나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내가 좀 뭐라 했죠.  "운동 좀 해라. 벌써부터 배가 그게 뭐냐."
배를 툭툭 치며 친구왈  "이게 다 인격이다. 인격"
그 친구는 뱃살이 아주 두둑해서 이중으로 접혀서 나왔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래 너 이중 인격자다."
.................
재미 없나. 실화인데...

박찬선

2009.01.29 19:32:06
*.109.153.239

짝짝짝, 부라보~~^^ㅋㅋ
profile

유니스

2009.01.29 17:41:08
*.104.195.69

찬선님과 김동현님, 대단하십니다.
이가 빠지나부다...
뱃살이 생기나부다...
하며 튼튼한 신경으로 잘 지내는 것이
가책이 될 지경입니다. emoticon

박찬선

2009.01.29 19:33:55
*.109.153.239

사실 덧니가 생긴건 아니고요.
가책이 될 지경이지, 가책까지 가신 건 아니죠?
그 지경에서 다시 돌아오세요!!^^
profile

소풍

2009.01.30 01:53:48
*.155.134.136

흠,
요즘들어 유니스님은
시를 잘 쓰는 사람 앞에서 자주 주눅이 드시는 듯 한데
 용기를 드리는 차원에서 한말씀 드리자면
시 잘 쓰는 사람들 가까이서 보면 별볼일 없습디다 ㅋㅋ...
(찬선씨나 동현님 오시기 전에 어여 도망가야징 ~)
profile

소풍

2009.01.30 01:58:25
*.155.134.136

옛날엔 나도 가끔 시집 읽고 그랬는데
요즘엔 통 손에 든 기억이 없네요.
찬선씨가 좋은 시집 몇 권 추천해 주실라요?
여기에다 댓글로 쓰면 남들도 다 보니까
종이에 적었다가 주일 저녁에 살짝 나한테만 건네주시길 ^^*

박찬선

2009.01.30 09:32:05
*.109.153.227

아직 시를 쓴다고 하기에는 좀...^^;;
그래요. 주일 저녁에 살짝 ㅋ
profile

우디

2009.01.30 22:34:45
*.176.60.200

저도 시 좀 좋아했었어요. 주로 옛날 시.
여전히 좋아하지만 꽤 오랜동안 좀 떨어져있었어요.
시 좋아하는 분들 있으니 저도 종종 시를 소개할까요?
좋아만 하지 수준이 저렴하여 사랑채에 올리기도 변변찮고...
자작 코믹시도 있고, ㅋㅋ,
뭐 꼭 잘 지어야 하나요.
시 지으려고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합니다.
아 그 시간 잃어버린지가 오래됐네요.
그 시간 다시 찾아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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