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나는 이등병

Views 1512 Votes 0 2009.01.31 08: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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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등병

이등병을 아시나요
작대기 하나 헐렁한 군복 속엔
가쁜 심장이 철그럭 철그럭
무거운 잠 가득 얹힌 두 눈엔
어느 새 고향 하늘이 고였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눈 뜨면 노려보는 고참 얼굴
꼭 다물어진 그리움에
오늘도 군화끈을 질끈 죄는
나는 이등병
내 어깨엔 진짜 총이 메였구나
이등병을 보셨나요
덜렁거리는 철모 아래 새카만 얼굴
고향 가득한 두 눈에 꼭 다문 입술을 한
이등병 아저씨를 보거든 꼭 손을 흔들어 주세요.


===========================================

제가 이등병시절(1991)에 쓴 시에요.
문학비평거리는 안되고요
그 당시 마음이 절절하여
마음에서 새어나오듯 써진 일기 같은 ....

군생활을 직접 안하신 분들을 위해 해설을 달께요.
이등병은 뭘 해도 자세가 안나오죠.
계급장도 작대기 하나는 정말 어색해요.
게다가 군복도 헐렁헐렁 어찌나 남의 옷 같은지.
마구 뛰고 달릴 때 마다 가슴속에서는 심장박동에 장단을 맞춘듯 군번줄이 철그럭 철그럭 하죠.
한달 30일 하루 24시간 늘 졸립고요. 크……
집생각, 어머니 생각은 메모리 상주 프로그램이 됩니다.
잠시 정신 팔고 있으면 귀신같이 고참이 알아채고 댓가를 지불하라 합니다.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이겨내리라 다짐도 하고요.
언뜻 언뜻 어깨에 메고 있는 총이 모형이 아니란 사실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요.
60트럭이라는 무식하게 생긴 군용트럭을 타고 가다가 보면 학생들이 지나가곤 합니다.
더러는 무심하게 더러는 상냥하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사제 인간들이 손을 흔들어주면 어찌나 좋던지요.

군인 동생들 힘내세요!

신완식

2009.01.31 09:10:58
*.112.190.42

저는 평생 못 경험해 본 이등병 시절이 있으셨군요.
1991년이면 저랑 비슷한 시기에 꽃다운 청춘이 푸른 옷에 실려가고 있었고요.
그때 저는 수도군단 야전 공병단에서 초임 군목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교회 앞 마당에만 나가도 김포공항이 훤히 들여다 보였지요.

이등병!
군목들을 제일 좋아하는 군인들.
꼭 정(情)자가 새겨진 크라운 초코파이라야 개걸스럽게 먹어삼키는 군인들.
사제 교회에서 여여쁜 자매들이 온다면 소개시켜 달라고 각양 아부를 떠는 군인들.
예배 시간에는 머리가 땅 속에 박히도록자고 깨는 군인들.

잊을 만하면 군인 얘기가 나오네요 ^_^.
우리 아들 친구들도 이젠 군인 간다는데......

잠시나마 추억 속에 잠기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근데 어디서 근무하셨어요?

profile

우디

2009.01.31 09:19:42
*.141.21.47

아...초코파이 !!!  그걸 빼놓고 이등병을 말할 수 없죠.  (크라운 아니고 오리온인데)
저는 강원도 홍천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때 신교대에는 4가지 종교가 있었습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회교
회교?
기독교에서 초코파이 준다는 말에 교회 갔다가
천주교에서는 커피도 준다는 말에 천주교 갔다가
불교에서는 커피에 초코파이를 2개 준다는 말에 불교로 갔던
종교행사를 순 하던 무리들을 회교도 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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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2009.01.31 09:23:17
*.104.194.252

신목사님...저기요,
정(情)이 새겨진 건 크라운이 아니라
오리온 쵸코파이인데엽...^^;
profile

우디

2009.01.31 09:26:08
*.141.21.47

신목사님은 역시 장교생활을 하셔서 그런가봐요. ㅋㅋㅋ

신완식

2009.01.31 09:27:05
*.112.190.42

아차차차... 오리온 맞아요. .
이젠 군생활도 가물가물.
유니스 님은 전투 방위셨어요?
아니면 동사무소 ㅋㅋㅋ



박찬선

2009.01.31 09:33:03
*.139.173.8

유니스님은 간호 장교로 근무하며 쵸쿄파이 돌리다가
약사 자격증 땄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 군용 약품 파시는 거 아녜요?ㅋ

박찬선

2009.01.31 09:29:57
*.139.173.8

아~이등병ㅋㅋ
좋은 시 잘 읽었어요^^
논산 훈련소에서 6주간 훈련 받을때 일이에요.
군복바지를 지급받았는데 입어보니 너무 크지 뭐에요.
교관이,
'이중에 지급받은 상의, 하의 싸이즈 맞지 않다. 다 나와!'
순간 얼마나 갈등했는지요. 괜히 나갔다가 꾸사리 줄까봐요.
그래서 이등병, 일병때는 힙합바지를 입고 군생활을 했습니다.
상병쯤 되어 바지를 보니 영모양이 나질 않더군요.
세탁소에 가서 바지품을 줄여달라고 해서 줄였더니, 이거 웬걸.
바지 앞뒤 중간에 짝짝 줄이 잡혀 있던 것이 훽 돌아가 있지 않겠어요.
요즘은 자기 주관이 확실한(?) 이등병을 좋아한다고 하니,
입대 예정자 후배님들. 바지 줄 잡기 전에 미리미리 싸이즈 교환하세요^^ 

profile

다미아니

2009.01.31 10:22:44
*.33.197.99

저는 자대 배치 받은 이등병 때, 교회 친구가 책을 부대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소령의 호출을 받았죠.

친구가 보내 준 책이 80년대 후반에 유명했던 펄시 콜라인가의 '내가 본 천국'이었습니다 -_-;;;

부대에서 책을 미리 검열하는데, 내용이 요상해서 저를 호출했다더군요.
profile

유목민

2009.01.31 10:30:31
*.247.82.254

쫄병이 쫄병티 안나고 얼굴 뽀얏타고 맞고, 종교활동 한다고 맞고, 쫄병이 독서한다고 맞고.... 쫄병 때는 정신없이 맞는 기억 밖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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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1.31 11:39:33
*.198.98.252

몇일 있으면 울 아들이 이등병계급장을 달게 되는데
우디님의 시를 보니 아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엊그제 완전군장하고 30Km 행군 잘 마쳤다고 편지가 왔던데...
글구 우디님 홍천에서 군생활했으면 11사단 출신인가 봅니다.
나는 양덕원에서 근무를 했지요... 이것도 인연인가...ㅎㅎㅎ 
  
profile

우디

2009.01.31 19:10:15
*.141.21.47

11사단에서 훈련받고 자대배치는 다른 사단으로 갔습니다.
하늘바람님 11사단 출신이면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 당시 11사단 가느니 특수부대 가는게 낫다는 말도 있었어요.

머리를비우고

2009.01.31 15:40:15
*.117.199.100

저도 그때 56사단에서 근무 했었는데...
시간 참 빠르네요...ㅎㅎ

무지개~

2009.01.31 17:10:51
*.153.11.100

훈련소때,
교회는 쵸코파이에 콜라를 줬고,
절은 떡을 줬고,

성당은,,,,
핑클이 나오는 뮤직뱅크를 틀어줬었습니다,,,,
그래서 신병들이 성당으로 몰려갔었드랬죠~~~ㅋㅋㅋㅋ
profile

우디

2009.01.31 19:12:20
*.141.21.47

핑클이라...
그 훈련소 근방에서는 성당이 마케팅에 훨씬 능하고 파격적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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