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불편한 설날 선물

Views 1812 Votes 0 2009.01.30 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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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난 지 며칠 됐지만, 지금도 선물이 들어오네요.
교우들도, 지역민들도, 그리고 멀리 나갔다가 잠깐 다녀는 아이들까지 정성이라고 나눔을 주는군요.
저는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합니다. 이것이 목사의 아주 나쁜 버릇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주변에 좋은 목사들이 늘어나서 제 스스로 위안을 삼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감사하고, 마음도 즐거워집니다.
그런데 불편한 선물도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선물도 아니고, 부탁 성격의 선물도 아닙니다.

제가 아주 불편스러워하는 선물은
장례식장에서 주는 선물입니다.
일 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이면 주변의 장례식장에서 과일 상자를 가지고 옵니다.
또 틈틈이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가져다줍니다.
사실 장례식장에서는 제가 중요한 단골(?)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설에도 과일 상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부드럽게 돌려보내고 싶었으나, 제법 친해진 분의 마음을 막는 것 같아서 받긴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과일상자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여러 분들의 장례를 집례 했습니다.
그중 많이 울었던 이는 60을 갓 넘긴 여성교우였습니다.
심방을 갈 때마다 약 봉지를 정리해 주고, 아이들 소식을 묻고, 그리고 그리고 해맑은 웃음을 뒤로 하고
돌아올 때 우두커니 바라보던 그녀.
그녀는 아이들만 낳아주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낳은 아이들이 4명.
두 명의 어머니가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낳은 어머니를 대했습니다.
마지막 화장터까지 동행하면서 같이 쓸쓸한 바람을 맞았습니다.

십 년 넘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아주 나이 많으신 할머니 집사님을 비롯해서
여러 분의 장례 일들이 선연히 떠오릅니다.
명절 선물을 받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어야 하는데,
장례식장 선물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장례식장도 사업이라서 잘 돼야 할 텐데 잘되면 나는 슬퍼집니다.

받은 선물은 교회에서 공동식사를 할 때 사용합니다.
작년 이맘때도 올 해는 장례를 몇 번이나 치룰까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가신 분들이 그립습니다.
잊었다가도 선물을 받고는 생각이 납니다.

올 해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공동식사를 하면서 먹어치워야겠습니다.
먹는 데만 열중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먹는 분들이 건강하셔서
장례를 치룰 일이 별로 없기를 바래야겠습니다.


profile 건강한 농촌, 튼튼한 생명을 바라는 들꽃마당에서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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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완식

2009.01.30 19:40:56
*.112.168.140

제가 영국와서 제일 마음 편한 것  중에 하나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별다른 부담이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오고가는 현찰(선물)속에 깊어가는 우리 사랑!
뭐 이런 것을 주기도문처럼 외고 다는 옛 생활이었거든요.
한국은 여전히 인심이 후한 것 같아 부럽습니다.
여기 서양 사람들은 참 개인적입니다.
지갑이 야박하고 맨 손에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떠오르는 선물 받으시면 참 심경이 복잡하시겠어요.
어머니 큰아버지 같은 이들의 흔적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지요.
아침에 가슴 뭉클한 글 읽으니 27년 전 돌아가신 제 선친 생각이 갑자기 나는군요.
그분과 축구 한 번 못한 게 한이 되어 일찍 장개를 갔는데......
제 소원은 손주랑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는 것이랍니다.
제가 태어나기 20년 도 더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는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같은 신세네요.
이것을 깨는 방법은 바로 제가 일찍 할배가 되는 것이지요.
원래 꿈은 제 나이 50쯤 되어 할배가 되는 것이었는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큰 애가 자꾸 말을 안 들어서...
55세 목표로 조정하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장례를 집전해 본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국립묘지에서도 집전해봤고, 자살한 병사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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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2009.01.31 16:35:50
*.153.221.180

신목사님. 언제 한 번 나오시면 제가 있는 교회에 와서 심방 한 번 해 보시죠.
심방 선물(빵, 사탕, 호박, 과일, 유산균, 인절미, 쌀, 식혜... 아무튼 심방가서 함께 먹다 남은 모든 것)이
1톤 차 화물칸에 가득(?)입니다... 후한 인심이 농촌 목회의 한 동력입니다. 야박하면 농촌 목회 하질 못합니다...^^*

아무튼 신목사님의 글을 제가 더 뭉클하게 읽었습니다.

평민

2009.01.30 21:08:47
*.90.49.136

와하 !!  장례식장도  영업(?)을  하는군요 ....
세태가 이렇게 변햇군요 ....
하긴 그것도 사업이니요 ...요즘 화장터도  여러가지 복잡하던데요...
그런 선물은 좀 그렇군요 ..많이 애용 (?)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겟지만 ...
그냥 작년에 이용한 것에 대한 감사려니 생각하시지요 ....피 할 수는 없는것이니요
장례 문화도 많이 변해서...너무  돈이 많이들어 가도록 형식이 바뀐 것 같아서 
씁슬 할적이 많이 있습니다.
  
profile

김영진

2009.01.31 16:37:23
*.153.221.180

평민 장로님. 원래 장례식장이 영업집입니다. 세태가 변한 것이 아니고요...ㅠ.ㅠ
하지만 장례문화는 지적하신대로 고쳐야 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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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2009.01.30 22:30:45
*.116.154.86

선물이 나눔의 의미라면 좋은 것일텐데 그쵸?
나이드신 분들이 많으신 곳이라
늘 마음 한구석에 금년엔.. 하는 마음을 버리기는 어려울 듯 해요.
그래도 먼저 가신 분들을 추억하는 매체로 생각하시고
너무 불편해 마십시요.
건강하고 기쁜 날들이시기를 ..
참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으실 계획이라 하셨던 건 어찌됐나요?
profile

김영진

2009.01.31 16:38:22
*.153.221.180

감나무는 상당히 많이 심었습니다.
이제 1~2년이면 감이 조금씩 열리겠군요.
많이 열리면 곶감 좀 만들어서 나눠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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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2009.01.31 01:54:57
*.155.134.136

매년 송구영신 예배전에 감상할 포토앨범을 만들기 위해
한해동안 교우들의 이런 저런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주제별로 편집하다보면
장례를 모신 분들의 사진을 대할 때에
세월의 한 마디가 또 넘어가는구나,
문득 실감하곤 하지요.

다행히도 우리 교회는 
장례보다는 결혼과 출산 소식이 더 많아서 
세월의 마디를 넘기는 것이
그닥 섭섭치만은 않은데 
아무래도 들꽃마당엔
꽃이 지는 소식들이 더 많은가 보군요....

지는 꽃들이 고마워 하실거예요.
김목사님이 이리도 마음 써 가며
마지막 모습 살뜰하게 지켜봐 주시니 말입니다.
profile

김영진

2009.01.31 16:40:58
*.153.221.180

소풍님 교회 모습을 보니 저도 다행이군요...^^*
들꽃마당은 장례와 출산 비율이 30:1입니다...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져요.
작년에 베트남 신부가 딱 1명 출산했습니다... 너무 기뻐서 제가 출산 다다음날 바로 가서 사진을 크게 박았지요...
예배 끝나고 교우들 보여주려고... 그리고 우리도 힘 좀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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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니

2009.01.31 10:27:13
*.33.197.99

전도사로 간지 한 달 갓 넘은 교회의 원로장로님 한 분이 설 즈음에 봉투를 주셨는데, 거동이 매우 불편하신 분이라서 좀 더 신경을 쓴다는 게 괜히 아부하는 모습이 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중입니다.

예전 여행사 가이드 할 때는 비행기 단체 좌석이 없어서 대한항공 직원에게 선물 사 갖고 가서 애원했더니, 전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 주더군요ㅋ

성경에서 선물은 기쁘게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선물 주고 받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습니다.



profile

김영진

2009.01.31 16:43:07
*.153.221.180

다미아니님. 여행사 가이드를 하셨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듣고 싶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선물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담겨져서 오고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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