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인생무상 그리고 갈등

Views 1275 Votes 0 2009.03.05 11: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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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이시지만 기억력도 좋으시고 너무 인상이 좋으신 할머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녹내장이 있으셔서 안약을 넣으시며 치료받으러 다니셨지요.

안압은 10-21 이 정상입니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상범주에 있으면서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 합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에는 최대한 안압을 낮은 정상치(10-15, 시야나 시신경 상태에 따라 목표치가 다릅니다)를
유지해주어야만 합니다.

할머님은 12-15를 왔다 갔다 하셨습니다.

15라고 하면 실망과 걱정을 하시고 12라고 하면 너무 좋아하시고...
처음엔 결과가 나온대로 말씀드렸지만 할머님께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셔서
거짓말로 12라고도 많이 하게 되었었습니다.

한달에 한번만 오셔도 되는데 안압 상태가 궁금하셔서
매주 꼬박꼬박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오셨습니다. 3년여 동안을...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안오시는 겁니다.
처음엔 마음이 많이 안정 되셨는가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약이 떨어질 때가 넘었는데도 안오시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전혀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얼굴 빛도 좋으셨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된 날 기분이 정말 이상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줄 알았다면 안압약을 쓰지 않았을 것을..

굳이 안압약을 쓰지 않아도 3년동안은 시력을 잃지 않고 충분히 지낼 수 있었는데.
하루에도 세번씩 꼬박 꼬박 안압약을 넣고 안압이 높을까 전전 긍긍하셨는데

차라리 녹내장 진단을 하지 말아버리고 그냥 정상이라고 해버릴걸.

할머니께서 32년생이셨으니까 작년에 77세.

의사가 질병을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의무이고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은 삶의 질을 높여주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세가 아주 많으신 분들의 경우 녹내장이 있으니까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한다는
학문적인 생각을 버리고 치료를 하지 않을경우 얼마나 있다가 시력을 잃으실 것인가를
대강이라도(정확하게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판단하여
만약 사시는 날까지(이것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건강상태와 수명등을 고려하여) 시력을 보존하실 수 있다면

녹내장 진단을 하지 않고 그냥 모른척 지나가는 것도 삶의 질을 높여드리는 것 아닐까 하는
의사로서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오실때마다 너무나 말씀도 잘 듣고 제가 시킨대로 너무 잘하시고 너무 인자하셔서
정이 들만큼 들었는데...

오늘따라 그 할머님이 보고 싶네요.


첫날처럼

2009.03.05 13:29:57
*.54.79.126

가슴이 져며오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너무나 소년같고 인간적인 눈사람 님... 항상 그 모습 변치 않으시길...

리옹~

2009.03.05 13:36:41
*.223.153.106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군요. 생명의 기한을 예단할 수 있는 분들이 과연 있을까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힘들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신 것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할머니의 예민한 반응 때문에 안압의 수치도 고려해서 알려 주셨던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마음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네요.
그런 마음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임해주는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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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2009.03.05 15:45:37
*.104.194.232

눈사람님 글을 읽으면
따뜻하고 차분해집니다.
그 엄니께서는 매주 눈을 보기보다는
눈사람님의 다정한 한마디를 들으러 오셨을 겁니다.
안압수치까지 배려하시는데
어련하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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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09.03.05 16:08:42
*.136.116.171

어쩌다가 제 자랑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댓글을 보면서 뒤늦게야 느낍니다.

환자도 미운환자 이쁜환자 있지요.^^
이분은 참 이쁜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반했지요.

사실 하나님 믿기 전보다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믿은 후에 저도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참 좋은 할머님을 만났었고
오늘 그분이 생각나서 글을 썼습니다.

모든 환자들을 이 할머님 대한 것처럼 대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할머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네요.^^

삶에서..

2009.03.06 01:46:44
*.140.185.167

눈사람님이 안과 의사셨군요..
저도 눈이 건조해서 자주 안과진료를 받는데
항상 진단은 똑같답니다.
눈이 건조하시니까 책을 보더라도 오래보지 마시고 컴퓨터를 해도 오래하지 마시고
하지만 전 책이며 컴퓨터며 아주 오래오래 눈이 시뻘게지도록 한다는게 문제에요..^^;;
다음 안과진료는 눈사람 선생님께 부탁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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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09.03.06 09:20:27
*.136.116.40

눈이 건조할땐..
건조한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눈꺼풀에 염증이 있어서 눈물이 제대로 공급이 안되는 것입니다.
평소에 눈감고 눈꺼풀 위에 따뜻한 찜질을 자주 하시고
세수 하실때 눈 감고 속눈썹 부위를 좌우로 깨끗이 씻어주시면
조금씩 회복됩니다.

컴퓨터는 모니터의 상단이  자신의 눈높이보다 20-30센티 이상 아래에 있도록
책상을 낮추든지 의자를 높이든지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러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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