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보면 개인적으로 당혹감을 느끼는 일화들이 간간이 발견되는데,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예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무엇때문에 당혹감을 느끼느냐 하면, 부자의 지옥행이나 나사로의 천국행이 그들의 "믿음" 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때문이지요. 물론, 예수께서 그 당시 자신의 설교를 듣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예화를 드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독교 구원론과는 사실상 거리가 좀 있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이 비유는 누가복음 6장 20절부터 26절까지의 말씀 (가난한 자는 복이 있고 부요한 자들은 화가 있다) 는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가난한 자"를 "영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가난한 자" 라고 교묘하게 변형시키고는 합니다만,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와 비교해볼때 예수께서는 정말로 문자 그대로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고 부자들에게는 화가 있다는 선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를 믿어서" 구원받는다는 교리는 예수의 본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요. 어떤 청년이 예수님께 와서 모든 율법을 성실하게 잘 지켰는데 어떻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예수께서 너의 재물을 모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던 일화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닌가요? 이 일화 역시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그 청년이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없어서 구원받지 못했지만 믿음을 가졌더라면 구원받았을 것이다..라는 이상한 설명을 하는데,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었다면 자신의 재물을 안 팔고 안 나누어 줬어도 구원받았을 것이라는 뜻인지??

이 청년이 실망해서 떠나고 난 뒤에 예수께서 "부자가 천국가는게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느니라" 고 하신 말씀을 두고 "하나님께서는 부자도 믿음만 가지면 천국가게 하실 수 있다" 라는 뜻으로 설교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재물을 다 처분하지 않아도 구원받는다는 안도감을 주는 결론을 이끌어 내던데, 이것이야말로 말씀의 본뜻을 왜곡하는 행태가 아닌가요? 언제 예수께서 부자들에게 믿기만 하면 천국간다고 하셨던가요?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사도가 남긴 서신에서도 역시 똑같은 주제가 반복됩니다.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 그렇다면, 야고보 사도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예수께서도 이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이 모든 일화들을 종합해볼때 예수께서 주장하신 것은 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희생하고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열매를 원하셨지, 오늘날의 "4영리 전도" 같은 그런 엑기스 전도(?)를 통한 "믿음" 을 원하셨던 것은 아니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부자들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가난한 나사로가 구원받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세에서 고통받고 괴로운 인생을 살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과연 천국에서 복을 받고 구원을 받는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 예화에서는 나사로가 선행을 했다거나 마음이 착했다거나 혹은 하나님을 믿었다거나 이런 말이 하나도 없지요... 물론, 나사로가 이 예화의 핵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관해서는 생략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선포 -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다" - 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의 메세지를 액면 그대로 적용해야 할까요? 기존의 보수교회에서 말하는 영적으로 가난한 자들을 의미한다는 식의 해석은 더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민중신학적 해석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것이...

다비안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PS) 이것은 또 다른 의문점인데, 부자와 나사로의 예화가 너무나 유대적인 냄새가 강하고 앞뒤 문맥과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혹시나 이 예화가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라 후대의 교회가 이스라엘 사회에 잘 알려져 있던 이야기를 성경에 삽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