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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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의 눈물
허모종
정녕 우리의 탐욕 탓이다
원성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그 원망의 끈을 조금만 늦추기를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뒷걸음질
이 재앙 앞에서 잠자코 있는 건
아프고 쓰린 맘
구제역이란 말조차 담기 싫어서 이리
하지만 누군가 입을 열어야 하리
아니면
길가 돌덩이들이 외칠 것이다
허물보다 더한 건 허물을 빌지 않는 것
그 시치미는 살생 못지 않은 죄악
잔뜩 마른 저기압
떠밀려가는 누런 등허리 등허리들
시퍼런 두려움에 번쩍이는 비단 파문
끝내 풀어지는 다릿심
저 눈빛과 눈물은 우리를 향한 섬뜩한 연민
도리어 인간이 가엾어라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허모종=1950년 부산 기장 출생. 2005년 '문예 운동' 추천. 시집'일광 바닷가.' 시작노트=구제역 매몰 마릿수가 270만을 넘었다는 날, 길가의 돌덩이가 나를 노려보는데 한기寒氣가 와락 달려들어 고꾸라졌다. 순간, 주문외우듯 되뇌인 말. '미안하다.'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라도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더 생겨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겐 내 일이 아니죠.
저별과 달님, 허모종 시인의 시를 읽게 해주셔서 고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