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가 오늘이나 내일 죽는다면 어떤 심정일지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죽음은 가정법으로 경험할 수 없습니다. 불치병에 걸렸다면 모를까, 지금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살아가는데 큰 불편이 없는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가정해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갑작스런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닥칠 일이니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죽음은 모든 것의 상실입니다. 제가 습관적으로 저를 확인하던 그런 것들과의 관계가 완전히 해체됩니다. 가족, 교우, 강의, 설교, 글쓰기, 책, 밥과 과일을 비롯한 먹을거리 등이 저에게서 무의미해집니다. 삶의 희열을 느끼던 하늘과 숲과 나무와 벌레와도 완전한 이별입니다. 볼 수도 없고, 냄새 맡을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입니다. 절대고독의 순간입니다.

     주님, 이미 죽은 저로 인해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불편한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 죽음 앞에서 제가 감당해야 할 마지막 숙제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죽음 앞에서 그런 숙제를 차분하게 풀어낼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연약한 저를 붙들어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天命

2012.09.30 22:05:06

목사님,

저희 내외는 이미 죽은 저희로 인해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불편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래 전에 시신 기증을 서약했습니다.  또 저희의 사망 시 남은 가족들이 시신 기증과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한 연후에나 친지나 교회에 사망 소식을 말씀드리라고까지 일러두었지요.

 

캐나다에 있는 아들이 저희의 이 이야기를 듣더니 저희의 속내는 잘 모르고 

 "아버지, 무엇 마음 상하신 일이 있으세요?" 하고 묻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의외에도 살아있는 분들에게 불편을 겪게 해드리는 부분은

없을까요? 그리고 그 부분마저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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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2.09.30 23:21:26

이재천 집사님,

저도 실험용으로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죽음 후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은 실행하지 못했지만요.

시신을 기증하더라도 임종 예식 같은 건

교회 식으로 하는 게 괜찮을 것 같은데요.

과도한 게 문제이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신 분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건

필요하지 않을는지요.

우리는 죽을 때만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 남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허례허식이 많은 거지요.

추석을 잘 지내셨는지요.

다음 주일에 뵙겠습니다.

주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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