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비구승이 된 언니

Views 2514 Votes 0 2012.11.23 1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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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받느라 언니가 머리를 밀었습니다.

독한 항암제로 어차피 머리카락이 다 빠지기 때문에

빠지기 전에 밀었는데도 이미 앞부분엔  듬성듬성 빠져버려

 그나마 빡빡머리도 없습니다.

 

어제 병원식당에서 모자를 쓰고 밥을 먹던

 언니가 덥다며 모자를 휙 벗어제꼈습니다.

허연 머리통이 드러나자

지나던 사람이 흠칫 놀라는 눈치였어요.

언니와 저는 깔깔 웃었습니다.

박박머리가  볼수록 웃겨서요.

비구니같기도 하고 ...,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시 <승무>가 연상되면서 처연한 슬픔도 올라오구요.

 

그런데 볼수록 언니 머리통이 예쁜 거 있죠?

이마에서 정수리로 올라가는 선이나 동그란 뒤통수,

또 거기서 뒷목으로 내려오는 곡선이 얼마나 이쁜지..

 

"언니, 머리통이 되게 이쁜 거 알아?"

 

"그러니? 난  여태 몰랐는데....

머리를 밀어 준 사람이 하두 감탄하길레

 위로하느라 그러는 줄 알았더니 정말인가 봐.."

 

앞으로 머리가 자라더라도 꼭  짧은  숏커트로

그 이쁜 머리통을 살리라고 당부했습니다.

 

두 번째 항암주사를 맞느라 침대에 누워 잠든

 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눈가에 짙게 드리운 다크써클이 56년 인생의

그늘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하느님께 마구 대들었다는..,

또 그만큼 싸안아주시는 사랑도 경험한다는 언니의 고백을 들으면서

이 병상기간이 크나큰 은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길 기도합니다.

 

머리카락에 덮여있었다면 몰랐을,

박박 밀었기 때문에 드러난  예쁜 머리통처럼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감추어진 신비와 감사를,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에 쌓여있는가를,

 확연히 볼 수 있는 영혼의 눈이 밝아지기를...

 

 


피트

2012.11.23 22:38:23
*.211.197.27

그렇게 기도합니다^^

profile

달팽이

2012.11.23 22:58:03
*.154.137.83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사랑으로

감사로..

새로운 세계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위로가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profile

정용섭

2012.11.23 23:37:33
*.185.31.7

아니, 친언니가 아프시다는 건가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음

그런 위중한 가운데서도

두 분이 머리통 말씀을 나누다니,

대단한 자매시군요.

빠른 쾌유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언니에게도 전해주세요.

주님의 은총이...

물치

2012.11.24 09:45:00
*.135.130.211

가슴이 아프네요.  주님의 위로가 늘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삼송

2012.11.24 10:45:10
*.52.190.32

언니분께 주님의 도우시는 손길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profile

클라라

2012.11.24 12:51:56
*.34.116.82

언니가 항암치료중이시군요.

마음이 먹먹합니다.

웃겨님이 큰 힘이 되어 주시네요.

 

이현주 목사님 책 중에

<지나간 발자욱마다 다 은총이어라>

가 있었던 거 같은데...

 

진짜 그런 거 같아요.

지나고 나면 모든 게 다 주님의 은총이라고..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언니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주님께서 동행하시는 기쁜 여정을 위해서

기도 하겠습니다.

profile

유니스

2012.11.24 15:05:47
*.104.193.155

"감추어진 신비와 감사를,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에 쌓여있는가를,

 확연히 볼 수 있는 영혼의 눈이 밝아지기를..."

 

웃겨님, 정말 공감합니다.

제 동생도 암투병을 하느라 이런 시간을 보내었더랬습니다.

더 깊이 주님을 대하게 되었고

기대하지 못하였던 인도하심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벼운 상태가 아니었는데 이제 5년 이상이 훌쩍 지나가서

잘 지내고 있어요.

친자매의 적나라한 두상을 대하는 건 마음 아프죠...

저도 웃겨님 언니 분의 쾌유를 기도드립니다. 

profile

이신일

2012.11.24 18:50:07
*.163.192.36

환란 중에도 웃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입니다.

저에게도 췌장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가족이 있었는데,

그 곁을 지켜드리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생명의 주님께 기도하겠습니다!

profile

웃겨

2012.11.26 10:54:14
*.199.56.9

바람님,  달팽이님, 목사님, 물치님,

삼송님, 라라님, 유니스님, 이신일목사님,

모두 고맙습니다...언니에게 힘이 될거예요.

유니스님, 머리통 대신 두상이란 점잖은 말이 있군요..^^

역시, 품격있으십니다.

profile

웃겨

2012.11.26 11:49:43
*.199.56.9

이런 소식을 다비아에 올리고 보니 

 호들갑을 떠는 감이 있습니다만..,

언니의 암소식은 언니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분이 그 일을 통해서 우리를

새롭게 재창조하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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