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하이쿠!

Views 2152 Votes 0 2014.09.23 23: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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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붉은 꽃잎 하나가

소똥 위에 떨어져 있다

마치 불꽃처럼!

(부손)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이싸)

 

 

가을이 깊었는데

이 애벌레는

아직도 나비가 못 되었구나

(바쇼)

 

 

목욕한 물을

버릴 곳이 없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오니츠라)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소세키, 정치인의 초대를 받고 답장으로 쓴 시)

 

 

마지막으로

아버지 얼굴에 앉은 파리를

쫓아 보냈네

(이싸, 아버지의 임종을 맞아 쓴 시)

 

*류시화 엮음, <한 줄도 너무 길다> 하이쿠 시 모음집에서 몇 개 추렸는데,

깊어가는 이 가을 밤에 한번 읽어보시지요.


첫날처럼

2014.09.24 14:10:13
*.213.169.12

아.. 이게 일본 특유의 시형식이라는 거군요... "하이쿠" 라는게...

profile

달팽이

2014.09.24 14:30:28
*.154.137.51

저도 기억나는 하이쿠 한 절....

 

홍시

 

너도 한 때 떫은 놈이었지...

(저자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요즘 익어가는 감을 보면 이 하이쿠가 많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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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

2014.09.24 16:59:05
*.194.68.54

이런 형식의 시도 있네요...

11번가 찾아보니까 한 줄도 너무 길다는 없고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라는 것 밖에 없네요.

구매해서 봐야겠습니다.

마침 목사님께서 종종 언급하신 소피의 세계라는 책은 어제 다 읽었습니다.

마지막 빅뱅에 대한 장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별빛은 몇년~몇백만년 전의 과거를 보는 것이다.

마치 우주를 떠 다니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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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4.09.24 21:51:17
*.227.122.250

앗! 하이쿠다!!

목사님께서 하이쿠 소개하시니

저도 신명이 나서..^^

첫날처럼님, 문전옥답님을 위해

좋아하는 하이쿠 몇 편 더 보태드릴께요.^^ 

 

흰이슬이여

감자밭 이랑마다 뻗은 은하수(부손)

 

가진 것이라곤 하나

나의 생은 가벼운 조롱박(바쇼)

 

떠나는 내게 머무는 그대에게

가을은 두 개 (시케)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잇싸)

 

이 가을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잇싸)

 

아, 글구..

이 하이쿠 좀 보래요!!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바쇼)

-이 하이쿠에 이런 해설을 붙인 분이 계시네요.

"순간이 영원속으로 생명이 죽음속으로

혹은 그 반대의 것, 영원이 순간 속으로 죽음이 생명 속으로

역류하는 그 경계속에 비로소 우리는

시끄러움과 고요함을 넘어선 절대의 정적을 느낀다."

 

말 한마디 없이

손님과 주인과 하얀 국화와(료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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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

2014.09.25 08:03:30
*.194.68.54

감사합니다.

굉장히 매력있네요.

저도 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profile

정용섭

2014.09.24 22:39:31
*.94.91.64

하이쿠는 통렬하여

우리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profile

유니스

2014.09.25 12:49:37
*.104.192.164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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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4.09.26 11:41:13
*.98.145.105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하이쿠'라는 장르를 처음 접해봅니다. 

아마 그 전에 다른 곳에서 만나기는 했을텐데

'하이쿠'인지는 몰랐을 겁니다...ㅎㅎ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클라라

2014.09.26 22:51:59
*.227.122.250

또다른세계님, 저도 하이쿠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전인데요,

어느분의 그림해설집을 읽는데 해설말미에 꼭 하이쿠가 붙어있는 거여요.

그 해설은 눈에 안 들어오는데, 하이쿠만 번쩍 하지 뭐여요?^^

아마, 저도 다비아를 몰랐다면, 그 때도 지금도 그냥 지나쳤을 것 같어요.

그래서 저는 하이쿠는 분명히, '또다른세계'를 추구하던(는) 사람들의 갈망 아닐까, 생각되어요.

profile

또다른세계

2014.09.27 10:05:10
*.125.227.47

하이쿠~ 요고요고 요물이네요~ㅎㅎ

짧지만 강렬하고, 그러나 또 여운은 아주 길고~

정말 '또다른세계'를 추구하던 사람들의 갈망이 맞는 것 같습니다.

딱~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집 알고 계시면 추천좀 많이 많이 해주세요~

나중에 한 턱 쏩니다~^^

profile

클라라

2014.09.27 11:11:56
*.227.122.250

ㅎㅎ 추천이라니요.

우선 검색창을 이용해 보시고,

한 번 날 잡아서 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찾아보신후에..

그런데, 하이쿠는 거의 해설겸한 엮음집이잖아요?

혹시.. 번역이나 해설에 갈증이 나신다면 원문에 도전 해보시는것도 좋을 듯 싶어요.

류시화씨가 그랬다네요.

 

참, 참고적으로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있다/부손

범종 위에 내려앉아 잠들었네. 나비 한마리/부손

->이 시의 원문직역은

절의 종에/ 나비가 앉아 있다/ 그 종을 칠때까지는(부손)

이라네요. 뉘앙스가 많이 다르지요?

 

아, 저도 하이쿠가 딱 제 스딸이어요.^^

두 그루 매화 그 느림과 빠름을 사랑하노라(부손)

나비가 난다 나의 몸도 먼지 같은 것(잇싸)

 

이러니, 어찌 안 좋아하겠어요?ㅎㅎ

해피 주말이네요. 평안한 주일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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