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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1)
작년 11월 말쯤부터 박경리의 <토지>를 짬짬이 읽고 있다. 서재에서, 화장실에서, 집 식당, 침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어떤 때는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을 하거나 허리 뒤틀기 스트레칭을 하면서 읽기도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꼼수다. 전체가 20권인데 지금 11권 째를 읽고 있다. 메모 해두고 싶은 구절이 많다. 몇 대목만 손잡히는 대로 여기에 올려보겠다.
15장 석이의 청춘
석이는 둑길 쪽으로는 가지 않고 강물을 따라 상류를 향해 곧장 걷는다. 걷다가 돌아본다. 유난스럽게 하얀 모래밭을 마치 거미처럼, 게처럼 봉기는 기어가고 있었다.
‘저 늙은이, 나한데 등짝 맞은 일은 입 밖에 내지 못할 거라.’
모래밭을 지나서 봉기는 둑을 기어 올라간다. 웃음 때문에 배창자를 움켜쥐고 싶었던 충동이 일시에 가신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치민다. 산다는 것이 통곡인 것만 같다. 오뉴월, 커가는 새끼를 먹이려고 야위어진 까치 생각을 한다. 봉기 늙은이도 그 야위어지는 까치 한 마리였다는 생각을 한다. 강물이 희번득인다. 밤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 세월의 눈금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오만하고 냉정한 젊은 여자같이 강물은 혼자 흐르고 있다. (11권 88쪽)
몇년전에 아내가 토지를 완독했습니다
저는 요즘 조정래의 태백산맥 4권째 읽고있습니다
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디어 온 민초들의 삶이 눈물겨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