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읽기(1)

 

작년 11월 말쯤부터 박경리의 <토지>를 짬짬이 읽고 있다. 서재에서, 화장실에서, 집 식당, 침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어떤 때는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을 하거나 허리 뒤틀기 스트레칭을 하면서 읽기도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꼼수다. 전체가 20권인데 지금 11권 째를 읽고 있다. 메모 해두고 싶은 구절이 많다. 몇 대목만 손잡히는 대로 여기에 올려보겠다.

 

15장 석이의 청춘

 

석이는 둑길 쪽으로는 가지 않고 강물을 따라 상류를 향해 곧장 걷는다. 걷다가 돌아본다. 유난스럽게 하얀 모래밭을 마치 거미처럼, 게처럼 봉기는 기어가고 있었다.

저 늙은이, 나한데 등짝 맞은 일은 입 밖에 내지 못할 거라.’

모래밭을 지나서 봉기는 둑을 기어 올라간다. 웃음 때문에 배창자를 움켜쥐고 싶었던 충동이 일시에 가신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치민다. 산다는 것이 통곡인 것만 같다. 오뉴월, 커가는 새끼를 먹이려고 야위어진 까치 생각을 한다. 봉기 늙은이도 그 야위어지는 까치 한 마리였다는 생각을 한다. 강물이 희번득인다. 밤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 세월의 눈금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오만하고 냉정한 젊은 여자같이 강물은 혼자 흐르고 있다. (1188)

 


profile

달팽이

2015.01.11 07:57:21

목사님도 토지를 읽고 계시는군요
몇년전에 아내가 토지를 완독했습니다
저는 요즘 조정래의 태백산맥 4권째 읽고있습니다
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디어 온 민초들의 삶이 눈물겨울 따름입니다~~
profile

정용섭

2015.01.12 10:12:46

달팽이 부인이 책읽기에서 나의 선배군요.

언제 한번 <토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

새로운 한 주간의 시작인 오늘 날씨가 좋군요.

다른 것이 없어도 이것 하나만으로 오늘 배부른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586 원당일기(38)- 이상한 만남 [3] Jan 20, 2015 1482
3585 원당일기(37)- 거미 Jan 17, 2015 1336
3584 원당일기(36)- 대원당길 111 file [5] Jan 17, 2015 1365
3583 원당일기(35)- <토지> 읽기 (4) [2] Jan 15, 2015 1740
3582 원당일기(34)- 마을 앞 고속도로 Jan 14, 2015 1270
3581 원당일기(33)- <토지> 읽기(3) [2] Jan 13, 2015 1632
3580 원당일기(32)- <토지> 읽기(2) [4] Jan 12, 2015 1370
» 원당일기(31)- <토지> 읽기(1) [2] Jan 10, 2015 1593
3578 원당일기(30)- 안과를 다녀와서 [2] Jan 09, 2015 2048
3577 원당일기(29)- 누이들 [2] Jan 08, 2015 1472
3576 원당일기(28)- 우편함 file [3] Jan 08, 2015 1839
3575 원당일기(27)- 주현절 Jan 06, 2015 1654
3574 원당일기(26)- 색즉시공 [4] Jan 05, 2015 1991
3573 원당일기(25)- 남매 [2] Jan 03, 2015 1491
3572 원당일기(24)- 쥐 죽은 듯... [2] Jan 02, 2015 1838
3571 원당일기(23)- 새해 인사 Jan 01, 2015 1936
3570 목사공부(228)- 목사의 구원(4) [4] Dec 31, 2014 1803
3569 목사공부(227)- 목사의 구원(3) [6] Dec 30, 2014 1878
3568 목사공부(226)- 목사의 구원(2) [2] Dec 29, 2014 1440
3567 목사공부(225)- 목사의 구원(1) [2] Dec 27, 2014 219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