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
모르긴 해도 우리 동네에서 우리 집에 우편배달이 가장 많을 거다. 네 식구 각자에게 여러 종류의 우편물이 온다. 집사람 쪽으로 오는 게 제일 많을 거고, 그 다음은 나이고, 그 다음은 둘째 딸, 마지막으로 큰 딸이다. 각종 선전물로부터 시작해서 보험회사 안내장, 동창회나 대학 공문서 등이 끝없이 날아든다. 나에게도 주간지지와 월간지, 몇 모임의 안내서들, 차에 관련된 서류나 통지문, 거기다가 과속이나 주차위반 벌금 통지서도 심심치 않게 온다. 내가 타는 교회 차만이 아니라 아내와 두 딸의 차도 모두 주소지가 이곳으로 되어 있는 탓이다. 우편물도 공해다. 가장 귀찮은 건 고급 종이로 두툼한 책자 형태로 만들어진 홈쇼핑 선전물이다. 옛날 어린 시절이었다면 그걸로 딱지를 접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비닐표지도 뜯지 않고 폐지로 분류해버린다.
몇 달 전에 집사람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우편함을 구입해왔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올 때부터 우편함을 하나 장만하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일 년이 휙 지났다. 성질 급한 아내가 어디선가 구입한 거다. 우편함의 위치로는 별로다. 집배원들이 저 통에 우편물을 넣으려면 오토바이에서 내려야 한다. 내리지 않고 그냥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 일단 그대로 바닥에 놓아둔 상태다. 나는 매일 한 번씩 저 통을 열고 우편물을 꺼내 가족 별로 분류해놓는다. 웬만한 소식이나 안내문들은 이메일로 해결 되는 요즘에도 여전히 우편물이 많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빨간 우편함을 보니 손편지를 주고 받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가장 최근에 받아 본 손편지는 작은 아들이 훈련소에서 보내온 편지였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아들의 편지였는지 휴대폰에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며 읽고 또 읽곤 했습니다.
자대 배치 받은 후엔 전화를 자주하여 아쉽게도 손편지를 받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공해로 느껴지는 우편물 말고,
가끔 아날로그로 돌아가 멜이 아닌 손편지로 마음 전하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긴 겨울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