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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거미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궁금하다. 우리 집 식당 앞 처마에는 아직도 거미줄이 그대로 있고, 거미줄에는 지난 가을에 포박된 곤충 몇 마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거미는 찾을 수 없다. 어딘가 틈에 박혀 이 추위를 견디고 있지 않겠는가. 나는 웬만해서 거미줄을 치우지 않는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벌레를 비롯해서 다른 생명체들과 어울려서 지내야 한다. 부부 길고양이 한 쌍이 우리 집의 단골손님이다. 계절도 없다. 사시사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당 창문 밑에서 기다린다. 그 친구들 덕분에 우리 집에는 쥐나 뱀이 오지 않는 거 같아서 일부러 고양이 사료를 사다가 먹이로 준다. 요즘은 내가 창문을 열면 고맙다는 뜻으로 ‘야옹 야옹’ 하면서 그릇 앞으로 나선다. 수놈은 점잖은데, 암놈이 좀 설친다.
거미는 어떻게 보면 좀 야비해 보인다.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다니 말이다. 야비해 보이는 건 내 시각이고, 그런 방식이 거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미와 나비와 꽃, 그리고 새와 쥐와 뱀과 고양이, 모든 것들이 서로 얽혀서 생명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하는지, 그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장면을 금년에는 좀더 세밀하게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