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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배추
작년 늦가을에 집사람이 청소년 시절 다니던 교회 친구 집을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배추 몇 포기를 얻어왔다. 배추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온전한 걸로 먹지 못할 정도로 상했다. 그런 부분을 벗겨내고 속에 남아 있는 것만 추려내서 쌈으로 먹기도 하고, 배추 국으로 먹기도 했다. 벗겨낸 것을 멀리 음식 쓰레기 모아놓은 곳으로 가져가지 않고 일부터 식탁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마당에 던져 놓았다. 그게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결과는 물론 뻔하다. 처음에는 상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기운은 남아 있었던 것이어서 수북한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숙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래 되어 낡아빠진 걸레조각이 되고 말았다. 지난날 배추였다는 흔적만 겨우 보일 뿐이지 생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