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배추

 

작년 늦가을에 집사람이 청소년 시절 다니던 교회 친구 집을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배추 몇 포기를 얻어왔다. 배추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온전한 걸로 먹지 못할 정도로 상했다. 그런 부분을 벗겨내고 속에 남아 있는 것만 추려내서 쌈으로 먹기도 하고, 배추 국으로 먹기도 했다. 벗겨낸 것을 멀리 음식 쓰레기 모아놓은 곳으로 가져가지 않고 일부터 식탁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마당에 던져 놓았다. 그게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결과는 물론 뻔하다. 처음에는 상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기운은 남아 있었던 것이어서 수북한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숙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래 되어 낡아빠진 걸레조각이 되고 말았다. 지난날 배추였다는 흔적만 겨우 보일 뿐이지 생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606 원당일기(58)- 이장님 [4] Feb 11, 2015 1548
» 원당일기(57)- 말라버린 배추 Feb 10, 2015 1147
3604 원당일기(56)- 새끼 고양이 [2] Feb 09, 2015 1504
3603 원당일기(55)- 토지읽기(10) [5] Feb 07, 2015 1829
3602 원당일기(54)- 토지읽기(9) Feb 06, 2015 1597
3601 원당일기(53)- 토지읽기(8) Feb 05, 2015 1176
3600 원당일기(52)- 토지읽기(7) [6] Feb 04, 2015 1596
3599 원당일기(51)- 토지읽기(6) Feb 03, 2015 1285
3598 원당일기(50)- 토지 읽기(5) [2] Feb 02, 2015 1728
3597 원당일기(49)- 나는 말한다. Jan 31, 2015 1414
3596 원당일기(48)- 나는 마신다. [3] Jan 30, 2015 1463
3595 원당일기(47)- 나는 읽는다. [6] Jan 30, 2015 1506
3594 원당일기(46)- 나는 숨을 쉰다. Jan 28, 2015 1359
3593 원당일기(45)- 나는 본다. [2] Jan 27, 2015 1500
3592 원당일기(44)- 나는 듣는다. Jan 26, 2015 1447
3591 원당일기(43)- 나는 만진다. Jan 24, 2015 1557
3590 원당일기(42)- 나는 똥을 눈다. Jan 23, 2015 1735
3589 원당일기(41)- 나는 걷는다. Jan 22, 2015 1552
3588 원당일기(40)- 빵 [6] Jan 21, 2015 1575
3587 원당일기(39)- 커피 [6] Jan 20, 2015 1761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