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다.
주일 저녁부터 날씨가 꾸물대더니 밤에는 비가 제법 내렸다. 어제 원당은 하루 종일 흐렸다. 오늘은 또 화창했다. 지난 주간에는 아침마다 나는 우리 집 마당만이 아니라 원당 마음 전체에 내린 서리를 볼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지는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서리는 원래 초겨울에 많이 생긴다. 낮의 따뜻한 공기가 밤에 물기로 변했다가 새벽에 어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건 아니다. 사막에서는 불가능하다. 북극이나 남극도 안 된다. 너무 추워도 안 되고, 너무 더워도 안 된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서리를 본 기억이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연환경과 절기 등이 딱 맞아 떨어질 때 서리가 내리는 게 아닐는지. 그걸 내가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나는 매일 무언가를 본다. 집으로 올라오면서 오른편 폐가를 본다.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의 토담도 본다. 며칠 전에는 토담 위의 기왓장이 우리 집 쪽으로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저 기왓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저기에 저렇게 나뒹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신비롭기조차 한다. 잘 보면 내 주변에 신비롭지 않은 게 없다. 마당에 있는 각종 과일나무는 지금 앙상한 가지만 뻗치고 있다. 그 안을 볼 수만 있다면 거기에도 생명이 약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당을 돌면서 죽은 듯한 나뭇가지의 안을 느껴보려고 나뭇가지를 손으로 더듬곤 한다.
나는 푸른 하늘을 보고, 어두운 밤하늘과 별들을 자주 본다. 그리고 발밑의 흙과 풀과 거미를 본다. 사람도 보고 산도 보고 건물도 보고 곤충을 보고 바람을 본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다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는 순간이 나에게 올 것이다. 내 영혼의 눈이 더 밝아졌으면 한다. 그건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할 일이니 그분에게 맡겨두고, 일단 여기서 내가 볼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봐야겠다. 아직 눈이 열려 있는 동안에!
목사님 눈앞에 일렁이던 점은 사라졌는지요?
제가 아는 목사님 한 분도 같은증세가 있으셨는데 15일 금식기도 하셨더니 싹 가셨다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