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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일기(32)
며칠 전 아침에 빵을 먹기 위해서 부엌방으로 내려왔다가 창문 너머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집에 드나드는 고양이 중에서 새끼에 속한 녀석이, 정말 귀엽게 작은 녀석인데, 어디서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크기의 쥐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오는 장면이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그동안 우리 집 근처에서 쥐를 본 적이 없다. 뱀은 몇 번 봤다. 고양이 앞에 쥐라는 말이 있듯이 고양이가 쥐의 천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끼 고양이가 이미 어른으로 자란 쥐를 한 입에 물고 나타나는 장면은 신기하다 못해 거룩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 순간을 사진을 담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 새끼 고양이는 쥐를 몇 번 입에서 놓았다가 다시 물더니 원래의 길이 아닌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로 그 순간에 어른 고양이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이 어른 고양이가 조금만 일찍 나타나서 쥐를 물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보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하다. 이런 순간은 원당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앞으로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다.
새끼 고양이가 어찌나 날쌘지 새도 잡는답니다.
어느 정도 크면 어미가 잡는 법을 시범을 보여준답니다.
그 귀여운게 입에 쥐를 물고 물어 뜯는 모습은 대단합니다.
우리 마당에도 쥐와 새의 잔해가 있곤 했지요.
정말 생명력이 강한 고양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