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 쉰다.

 

계산하기 좋게 1분에 숨을 열 번 쉰다고 하자. 한 시간에 600번이다. 하루에 14,400, 일 년에 대략 520만 번이다. 심장이 뛰는 숫자는 일곱 배 이상일 것이다. 심장 운동이야 내 의식으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만 숨은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된다. 단전호흡을 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서 일정한 경지를 구가한다. 나는 그런 숨의 도()와는 관계없이 그냥 편안하게 습관적으로 숨을 쉬며 산다. 다만 문득문득 숨 쉬는 행위 자체가 기특하게 여겨질 뿐이다.

 

사람이 숨을 쉬는 이유는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숨 운동을 통해서 몸에 들어온 공기는 허파에서 피를 맑게 만든다. 그 피가 몸을 순환하면서 영양분과 노폐물을 이리저리 나른다. 이런 작업에 산소가 필수다. 만약 피가 늘 깨끗하다면 숨은 필요 없다. 태아는 탯줄로 엄마와 연결되어 있어서 숨을 쉬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앞으로 의학이 발달해서 비타민 먹듯이 피를 하루 종일 맑게 유지시켜줄 수 있는 약이 개발된다면 인간은 점점 숨을 쉬지 않는 쪽으로 진화될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숨을 쉰다는 것은 산소가 일정한 정도 포함된 공기를 흡입한다는 것이다. 그 양이 대단하다. 평생 들이마시는 공기는 계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질소와 산소 알맹이들의 숫자는 천문학적이다. 그것들은 내 몸에 들어와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중에 원소 하나만 따로 이름을 붙여서 추적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하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 것이다. 나는 숨을 쉼으로써 우주와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가? 성서는 영과 바람과 숨을 같은 단어로 표기한다. 루아흐, 프뉴마! 나는 원당 숲에서 숨 쉬기 내공을 좀더 착실하게 다져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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