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꽤 된다.
완전히 너머가기 직전의 집도 있고,
약간 수리하면 들어가 살만한 집도 있다.
대개는 노인들이 살다가 세상을 뜬 집들이다.
자손들이 집을 팔지 않는다.
팔아봐야 별로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집은 낡았으니 값이 나가지 않고,
땅값만 받아야 하는데,
그래봐야 큰 돈이 되지 않는다.
우리집 바로 옆집도 폐가다.
수리해도 사람이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늘같이 부술부술 봄비가 내리는 밤이면
귀곡산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음침하다.
오늘 오후에 그 집 마당으로 들어가 봤다.
벌써 6,7년 사람이 살지 않았으니
마당은 온통 잡풀투종이에다가
번식력 좋은 대나무로 점령당하고 있었다.
그 마당에서 우리집 쪽으로 사진 한장 찍었다.
뒤로 우리집 2층인 내 서재가 보인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을 나는 전혀 모른다.
이곳에 살던 노파가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 지내다가
얼만 전에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내가 이사온 뒤로는 자녀들이 한번도 이 집에 와 본적이 없다.
이 집에도 많은 사연이 묻여 있을 거다.
아래 사진은 같은 자리에서 방향만 돌려서 찍은 거다.
흉가처럼 보이는 이 집 마당에도
이렇게 멋진 꽃이 피어 있을 줄이야.
복숭아 꽃으로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가지가 부러져 있었다.
꽃 무게에 부러진 것일까?
그럴 리가 있겠나.
부러진지 오래되어 보인다.
그런데도 꽃을 피우다니,
나무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이웃집dl 폐가라서 느낌이 좀 거시기 하지만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워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꽃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