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9일
퇴비 부자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세요.
멋집니다.
한눈에 퇴비라는 걸 알아보시겠지요?
전체가 스무 포대입니다.
작년에는 열 포대만 구입했는데,
우리 집 텃밭과 꽃밭의 흙이 너무 후져서
이번에는 퇴비를 듬뿍 뿌려줄까 합니다.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몇몇 유실수들 중에서
특히 모과나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덩치만 컸지만 작년에는 겨우 한 개만 맺었어요.
퇴비가 모자란 탓으로 돌리고
올해는 빙 둘러 파고 퇴비를 듬뿍 뿌리겠습니다.
그래도 시원치 않으면
뽑아버리고 다른 걸 심어야겠지요.
그게 성서적(눅 13:6-9)이니까요.
저 퇴비는 농협에서 만들어
싼 가격으로 농부들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거의 원가로 줍니다.
작년 기억을 되살려보면
한 포대 당 아마 3천원이었던 거 같습니다.
금년에는 아직 가격을 모르겠습니다.
가을 수확이 끝나면 정산하는데,
그때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농지원부가 있는 농부만 구입할 수 있는 건데
저는 아랫집 이장님에게 부탁해서 샀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대략 이런 방식으로 구입합니다.
개인이 농협에 가서 구입하면
두 배로 비쌀 겁니다.
농원 같은 데 가면 세배 비쌀 거구요.
스무 포대를 쌓아 놓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듯 배가 부릅니다.
위는 퇴비 비닐 포대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입니다.
무게가 20킬로그램입니다.
어제 마을 광장에 쌓아놓은 걸 집사람과 함께
카니발 트렁크에 실어 마당 수돗가 옆에 쌓았습니다.
두 번 왕복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혼자 옮겼는데,
이번에는 양도 많고 왼편 발목이 시원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20킬로가 아주 무거운 거는 아니지만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무게에요.
자칫하면 허리가 삐끗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 조심한다는 생각으로 집사람과 함께
사이좋게 포대를 마주 잡고 콧노래 부르면서 옮겼어요.
아이쿠 웬걸,
일할 때는 몰랐는데,
밤중에 큰 고생했습니다.
많이 좋아졌던 발목이 다시
시큰거리고 욱신거려서 잠을 못 잤습니다.
아마 잠든 시간은 30분도 안 된 거 같고,
통증을 피해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아침 알람이 울릴 때쯤 되어서야 조금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오늘밤은 더 괜찮겠지요?
어젯밤 퇴비 쌓아놓고 뿌듯해하다가
식겁했습니다.
사족-
요즘 통증클리닉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그런 전공 의학 분과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통증에 시달린다는 거 아닌가.
나는 발목의 약한 통증으로도
밤을 거의 꼴딱 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훨씬 강한 통증으로 시달리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년 내도록 계속된다면
삶이 완전히 궤멸되고 말 것이다.
다른 심신의 통증 또한 오죽이나 많은가.
그런 순간이 온다면 오는 거지,
그리고 버틸 때까지 버티는 거지,
어쩌랴!
교수님, 발목 아프셔서 어떡해요?ㅜㅜ
저도 농구하다가 발목을 다쳐봤는데 맨 날 다친 곳만 다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저희 집 작은 마당에 모과나무가 있었어요.
모과향이 얼마나 좋은지 값비싼 향수라도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님이 모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를 청소하기 귀찮다고 완전히 베어버렸어요.
이젠 돈 주고 사야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