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부자

Views 1652 Votes 0 2016.02.29 20: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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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부자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세요.

멋집니다. 

한눈에 퇴비라는 걸 알아보시겠지요?

IMG_0478.JPG       전체가 스무 포대입니다.

작년에는 열 포대만 구입했는데,

우리 집 텃밭과 꽃밭의 흙이 너무 후져서

이번에는 퇴비를 듬뿍 뿌려줄까 합니다.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몇몇 유실수들 중에서

특히 모과나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덩치만 컸지만 작년에는 겨우 한 개만 맺었어요.

퇴비가 모자란 탓으로 돌리고

올해는 빙 둘러 파고 퇴비를 듬뿍 뿌리겠습니다.

그래도 시원치 않으면

뽑아버리고 다른 걸 심어야겠지요.

그게 성서적(13:6-9)이니까요.

저 퇴비는 농협에서 만들어

싼 가격으로 농부들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거의 원가로 줍니다.

작년 기억을 되살려보면

한 포대 당 아마 3천원이었던 거 같습니다.

금년에는 아직 가격을 모르겠습니다.

가을 수확이 끝나면 정산하는데,

그때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농지원부가 있는 농부만 구입할 수 있는 건데

저는 아랫집 이장님에게 부탁해서 샀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대략 이런 방식으로 구입합니다.

개인이 농협에 가서 구입하면

두 배로 비쌀 겁니다.

농원 같은 데 가면 세배 비쌀 거구요.

스무 포대를 쌓아 놓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듯 배가 부릅니다.

  IMG_0479.JPG

위는 퇴비 비닐 포대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입니다.

무게가 20킬로그램입니다.

어제 마을 광장에 쌓아놓은 걸 집사람과 함께

카니발 트렁크에 실어 마당 수돗가 옆에 쌓았습니다.

두 번 왕복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혼자 옮겼는데,

이번에는 양도 많고 왼편 발목이 시원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20킬로가 아주 무거운 거는 아니지만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무게에요.

자칫하면 허리가 삐끗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 조심한다는 생각으로 집사람과 함께

사이좋게 포대를 마주 잡고 콧노래 부르면서 옮겼어요.

아이쿠 웬걸,

일할 때는 몰랐는데,

밤중에 큰 고생했습니다.

많이 좋아졌던 발목이 다시

시큰거리고 욱신거려서 잠을 못 잤습니다.

아마 잠든 시간은 30분도 안 된 거 같고,

통증을 피해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아침 알람이 울릴 때쯤 되어서야 조금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오늘밤은 더 괜찮겠지요?

어젯밤 퇴비 쌓아놓고 뿌듯해하다가

식겁했습니다.

 

사족-

요즘 통증클리닉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그런 전공 의학 분과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통증에 시달린다는 거 아닌가.

나는 발목의 약한 통증으로도

밤을 거의 꼴딱 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훨씬 강한 통증으로 시달리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년 내도록 계속된다면

삶이 완전히 궤멸되고 말 것이다.

다른 심신의 통증 또한 오죽이나 많은가.

그런 순간이 온다면 오는 거지,

그리고 버틸 때까지 버티는 거지,

어쩌랴!


profile

강병구

2016.02.29 21:54:00


    

교수님, 발목 아프셔서 어떡해요?ㅜㅜ

저도 농구하다가 발목을 다쳐봤는데 맨 날 다친 곳만 다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저희 집 작은 마당에 모과나무가 있었어요.

모과향이 얼마나 좋은지 값비싼 향수라도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님이 모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를 청소하기 귀찮다고 완전히 베어버렸어요.

이젠 돈 주고 사야해요. ㅜㅜ


profile

정용섭

2016.02.29 22:35:53

발목,

내가 까불다가 그런 거니

누구에게 뭐라 할 것도 없고

스스로 감수하는 밖에 없네.

금년에는 모과나무에 기대가 많은데

어떨지 모르겠네.

염려해 줘서 고맙네.

오늘밤은 발 컨디션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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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

2016.03.01 14:39:27

아고... 가서 대신 옮겨드릴걸....

작년에 저는 포당 2천원에 20포를 샀습니다.

뿌려 놓으면 똥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을 하지요.^^ 도시에서는 난리날겁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정겨운 냄새라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profile

정용섭

2016.03.01 21:59:23

그러고 보니 저도 포당 2천원에 산 거 같습니다.

기억력이 없어서리...

동물 배설물로 만든 퇴비라고 냄새가 좀 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맡을만 하고

두 세 주일 지나면 거의 냄새가 사라지는 거 같습니다.

나도 저런 냄새 좋아해요.

내 똥 냄새도 사실 구수하게 느껴지던데요.

단 소화가 잘 된 똥이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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