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생명, 최초의 30억년(9)
우리는 아직도 생명 기원의 수수께끼 속에서 헤매고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수없이 많은 미로와 같고, 우리는 아직 어느 문으로 들어가면 막다른 길인지 훤히 꿰뚫어볼 만큼 많은 길을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화학자와 분자생물학자들은, 생명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반응으로 생겼으며 그런 반응이 일어났던 이유는 막대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촉의 견해를 버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일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이 높은 화학반응이 생명의 기원에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중략) ...
늦어도 35억 년 전에는 생명의 장기적인 존속을 가능하게 한 다양한 물질대사의 진화가 거의 확실하게 시작되었고, 복잡한 미생물 집단들이 생물권 전체로 탄소를 비롯한 여러 원소들을 순환시켰다. 어쩌면 광합성도 존재했을지 모른다. 따라서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들의 시대는 원초의 진화라는 근원에서 올라와 생명의 계통수가 가지를 뻗기 시작하는(유전자와 생물의 다양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전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130, 131쪽)
생물학의 토대인 진화도 최소한 생명체를 전제로 하는 현상이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허공에서가 아니라 어떤 생명체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진화의 출발점인 처음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현대 과학도 그걸 설명하지 못한다. 그걸 앤드류 놀은 ‘생명 기원의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지구 밖에서 왔다고 하면 말이 될까?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면 말이 될까? 늦어도 35억 년 전에 시작한 최초 생명체의 기원은 무엇인가? 앤드류 놀은 ‘효율이 높은 화학반응’이 관여했다고 한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화학반응을 통해서 원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직 소식은 없다. 영원히 없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의 역사를 실험으로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