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
나무 베기
내 서재 책상에 앉으면
마주 보이는 곳이 주에 주로 대나무가 자란다.
처음 이사 올 때보다 더 늘었다.
중간에 약간 비어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참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언젠가는 베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게을러서 뜸을 들이다가 오늘 결국 결행했다.
일단 창문에서 내다본 그림은 아래와 같다.
키가 크고 팔이 긴 사람이 손을 뻗치면
대나무가 손에 닿을 거리다.
오늘 목표는 두 그루다.
아래는 빙 돌아 올라간 자리에서
내 방을 향해서 찍은 사진이다.
톱질을 열심히 했다.
헉헉 거리기만 했지 진도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길이 없어서
계속 톱질을 했다.
이제 4분의 3정도는 처리된 거 같다.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다.
손으로 흔들어서 흔들리면
언덕 쪽으로 밀어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힘센 사람이 옆에서 도와주면
그가 밀고 내가 톱질 하면 좋겠지만
나 빼고는 다 여자들이라,
그리고 이런 일을 극구 피하는 사람들이라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톱질 하면서
밀어 넘어뜨린 순간을 찾았는데,
내가 계산을 잘못했다.
슬슬 넘어가던 나무를
언덕 밑에서 버티면서
언덕 쪽으로 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심이 이미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를
내가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집 쪽으로 콰당, 하고 넘어졌다.
그래도 잘라낸 나무 모양이 근사하지 않은가.
자칫하면 집이 무너지든지 붕과 벽에 흠집에 생길 뻔했다.
그건 괜찬하고 넷 선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에
고정 끈이 풀려 밑으로 쳐지고 말았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다.
혼자 힘으로 나무를 제어할 수 없는 걸 알고
위의 두 번 째 나무는 포기했다.
훨씬 굵고 키도 커서 도저히 불감당이다.
톱도 좀 큰 걸로 준비하고,
나무 넘어갈 때 안전을 위해서 밧줄도 필요하고,
젊은 집사님들도 초청해야겠다.
장렬하게 전사한 나무 시체가
언덕과 집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다.
저걸 다시 잘게 톱질해서
한쪽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위는 잘린 나무 그루터기 사진인데,
올라간 김에 잔 나무들도 대충 자를 건 잘라냈다.
모양이 사나운 건지 스마트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래는 어제 찍은 야생초 사진이다.
이렇게 봄이 시작되고 있다.
쓰러트릴 방향으로 밧줄로 당겨 묶어놓으신 후에 톱질을 하시면 될듯합니다.
그런일은 제가 전공인데 멀리있어 도웁질 못함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