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기

Views 2614 Votes 0 2016.03.08 2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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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기

 

내 서재 책상에 앉으면

마주 보이는 곳이 주에 주로 대나무가 자란다.

처음 이사 올 때보다 더 늘었다.

중간에 약간 비어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참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언젠가는 베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게을러서 뜸을 들이다가 오늘 결국 결행했다.

일단 창문에서 내다본 그림은 아래와 같다. IMG_0486.JPG

 키가 크고 팔이 긴 사람이 손을 뻗치면

대나무가 손에 닿을 거리다.

오늘 목표는 두 그루다.

아래는 빙 돌아 올라간 자리에서

내 방을 향해서 찍은 사진이다.

IMG_0487.JPG

톱질을 열심히 했다.

헉헉 거리기만 했지 진도가 잘 나지 않는다.

IMG_0488.JPG       그래도 다른 길이 없어서

계속 톱질을 했다.

이제 4분의 3정도는 처리된 거 같다.

IMG_0490.JPG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다.

손으로 흔들어서 흔들리면

언덕 쪽으로 밀어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힘센 사람이 옆에서 도와주면

그가 밀고 내가 톱질 하면 좋겠지만

나 빼고는 다 여자들이라,

그리고 이런 일을 극구 피하는 사람들이라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톱질 하면서

밀어 넘어뜨린 순간을 찾았는데,

내가 계산을 잘못했다.

슬슬 넘어가던 나무를

언덕 밑에서 버티면서

언덕 쪽으로 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심이 이미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를

내가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집 쪽으로 콰당, 하고 넘어졌다.

IMG_0491.JPG

그래도 잘라낸 나무 모양이 근사하지 않은가.

자칫하면 집이 무너지든지 붕과 벽에 흠집에 생길 뻔했다.

그건 괜찬하고 넷 선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에

고정 끈이 풀려 밑으로 쳐지고 말았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다.

혼자 힘으로 나무를 제어할 수 없는 걸 알고

위의 두 번 째 나무는 포기했다.

훨씬 굵고 키도 커서 도저히 불감당이다.

톱도 좀 큰 걸로 준비하고,

나무 넘어갈 때 안전을 위해서 밧줄도 필요하고,

젊은 집사님들도 초청해야겠다.

IMG_0494.JPG  

장렬하게 전사한 나무 시체가

언덕과 집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다.

저걸 다시 잘게 톱질해서

한쪽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IMG_0493.JPG

위는 잘린 나무 그루터기 사진인데,

올라간 김에 잔 나무들도 대충 자를 건 잘라냈다.

모양이 사나운 건지 스마트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래는 어제 찍은 야생초 사진이다.

이렇게 봄이 시작되고 있다.

IMG_048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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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

2016.03.09 06:32:20

쓰러트릴 방향으로  밧줄로 당겨  묶어놓으신  후에  톱질을  하시면 될듯합니다.

그런일은  제가  전공인데   멀리있어  도웁질  못함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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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3.09 22:18:23

앞으로는 밧줄을 꼭 준비하겠습니다.

은퇴하고 이쪽으로 이사오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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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2016.03.09 09:07:14

목사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ㅎㅎ

제가 사는 이곳은 북쪽이라 아직 봄을 실감하지 못하는데

야생초사진보니 봄이 곧 이곳으로 달려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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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3.09 22:19:34

손바닥만한 한반도,

그중에서도 남쪽 땅떵이인데도

이렇게 계절 감각은 다르군요.

그곳에도 봄 전령이 곧 당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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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6.03.09 20:23:12

ㅎㅎ 땀을 뻘뻘 흘리며 톱질을 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으셨을 목사님을 상상하니 웃음이 납니다.

젊은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살았으면 좀 도와드렸을텐데요~

벌써 그곳엔 큰개불알풀이 피었군요.

작지만 예쁜 봄의 전령사...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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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3.09 22:21:56

큰개불알풀,

이름이 참 걸지군요.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으니

또다른 님, 마음이 설레겠습니다.

도와주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

staytrue

2016.03.11 09:39:59

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

(큰개) 불알풀, 큰 (개불알) 풀, (큰개불) 알풀 인지 ... 

의미적 중의성이 다양하네요 ...


큰개의 부랄 같은 풀인지, 

큰 개부랄 같은 풀인지, 

큰개불(해산물)의 알모양 같은 풀인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그냥 혼자 신나봤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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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6.03.11 10:07:50

ㅎㅎㅎ 역시나 스테이트루님의 

시각은 늘 창의적이세요~ 이름이 거시기해서

봄까치꽃이라고도 하는데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

꽃이 지고  나면 씨앗이 열리는데 그 모양이

개불알과 같다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찍어서 올려볼께요~

꽃샘추위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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