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1층에 내려와 계란말이 식빵을 만들어 먹으면서
잠시 왼편 창문을 통해 녹색으로 가득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 이색적인 생명체가 대나무 숲에서 올라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
저의 눈에 들어와 순간적으로 여기가 지금 어디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낯선 경험은 다 그렇습니다.
쏜살같이 이층으로 올라가서 카메라를 들고 내려와 몇장 찍었습니다.
첫 장면을 보시지요.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줌으로 당겨 찍은 거라 좀 흐릿하지만,
저 낯선 손님의 자태에 품위가 있어보이지요?
원당에 들어와서 본 몇몇 야생동물이 있습니다.
거의 자기집처럼 드나드는 고양이들은
반려동물이지만 지금은 야생으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뱀은 딱 세번 봤습니다.
그것도 초창기이고 최근에는 거의 못 봤습니다.
고라니도 몇번 봤습니다.
언젠가는 한낮에 개에게 쫓겨 산에서 내려오는 고라니가
허둥 대면서 동네를 가로질러 가기에
뒤쫓아오던 개를 내가 반대편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실을 그 고라니는 모르겠지요.
위 사진의 동물은 처음입니다.
아주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지만 인기척을 들으면 달아날 게 뻔해서
가능한 소리를 죽이면서 집 안에서 찍었습니다.
10분 정도 저런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도대체 저 녀석이 밤도 아니고 이 아침에
우리집 텃밭까지 내려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조금 후에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제가 고양이에게 주는 먹이가 목표였습니다.
방근 전에 먹이를 먹던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얼마 전부터 고양이들의 행동에 이상한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평소에는 3-4마리가 모여서 먹이를 주면 곧장 다 먹어치웠는데,
얼마 전부터 늙은 수컷 한 마리만 와서
먹이를 다 먹지도 못하고 사라지곤 했습니다.
저 낯선 손님이 고양이들에게 위협이 되었을까요?
봄이 되어 야생에서 먹을 걸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우리집에는 그런 사냥을 못하는 늙은 고양이만 오는구나 생각했지요.
또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돼지 앞다리 바베큐의 살점을 발라낸 뼈다귀를
두 번에 걸쳐서 고양이 먹이 그릇에 던져놓았습니다.
밤에 그렇게 했지요.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을 고양이들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근데 아침에 보면 뼈 채 없어진 겁니다.
고양이들은 그 굵은 뼈를 처리할 수 없거든요.
아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저 낯선 손님이 처리한 거 같습니다.
누굴까요?
너구리인가요?
앞으로 너구리도 염두에 두고 먹이를 준비해야겠네요.
우리 삶에서 낯선 경험은 소중합니다.
가장 궁극적으로 낯선 경험은 물론 하나님이지요.
모두 5월 마지막 토요일 밤을 따뜻하게 보내시고,
귀한 주일을 맞으세요.
너구리라니까 전 출출할 때 먹는 오동통 너구리가..^^
목사님께서 너구리 식사까지 챙겨주시다 보면 들냥이들은 근처 얼씬도 못할거여요.
천적이라고 하니까요.그렇다고 배고픈 너구리를 안 봤으면 모를까, 안 챙겨 줄수도 없고요.
이런 곤란한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디에 기준점을 둬야하나...
저는 고양이를 키워요. 고양이들은 예민하고 영리하잖아요?
우리 냥이도 다른 통화엔 관심 없다가도 택배아저씨 방문예고 통화는 귀신같이 알아들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동물과의 교감, 충분히 가능한 것 같아요.
신기하네요.
너구리인것 같습니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요 ㅎㅎ
한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