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인도의 봉헌문화

인도의 길 조회 수 4392 추천 수 0 2009.08.02 10:53:56

만약에 당신이 보석이 여인네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거다. 인도의 신들도 보석과 황금을 기가 막히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타임즈오브 인디아를 비롯 6월 11일자 일간지들이 엄청난 봉헌물 이야기를 앞을 다투어 보도하면서 이를 만천하에 증명했다. 남인도의 카르나타카 띠루파티 사원에 있는 벵카데쉬와라 신들에게 기부된 4천 캐럿의 무게를 자랑하는 7만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70Cm 가량의 헌물은 사원이 생긴 이래 최고의 것이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숨막히는 다이아몬드왕관의 중앙에 자리잡은 아프리카산 890캐럿의 에머랄드는 아예 벌어진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한다. 에머랄드 자체만도 30억을 호가하며 다이아몬드가 박힌 32Kg의 순금의 가치를 합하면 현지화 싯가 42크롤, 한화로 따져서 125억원 정도의 이 거대한 헌물은 카르나타카주 관광부 장관이자 벨라리의 철광산들의 소유주인 갈리 자나르단 레디가 철광석 사업의 성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섬기는 신에게 봉헌한 것이다. 타밀나두주 코임바토르의 키르띠랄 보석상이 9개월이 걸려 제조한 이 헌물은 12일 아비쉐깜 제사에 전시되었다가 여러 신들에게 선을 보인 후에 해저물 무렵 저녁 7시경에 지성소에 안치되었다.


위의 엄청난 고가의 봉헌물을 꿀꺽 삼키신 벵카데시와라신의 탐욕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웃 주에 위치한 안드라프라데쉬 띠루파띠 사원은 머리카락 비지니스로 한 몫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사원으로 이름난 이 사원이 그 가진 부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에고를 신에게 항복하고 절대 복종한다는 의미를 지닌 까랸나 캇타(Kalyana Katta)라고 이름한 머리카락 자르는 의식 때문이다. 5-600여명의 이발사들이 이곳에 앉아 매일 1만여명의 신도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그러나 신도들은 신을 알현하는 의식인 다르샨에 앞서 치루는 이 의식의 부산물인 수백톤의 머리카락의 행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1953년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이후 거제도 반공포로수용소에 있다가 남도 북도 싫어 제3국을 택한 반공포로 76명이 있었다. 이 들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등 중립국을 택해 조국을 등졌다. 많은 이들이 멕시코로 가고 4명이 인도에 남았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인도 정부나 가톨릭 신부의 도움을 얻어 양계장도 하고 무역도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를 쏠쏠하게 보았던 것이 바로 이 머리카락 수출업이었다. 남성들도 머리를 깎았지만 정작 돈되는 것은 일생 머리에 삭도한번 대지 않았던 여인들의 면류관, 긴 머리카락이었다. 이 머리카락에는 여인들의 자존심과 진심이 담겨있다. 그 삭발한 모습으로 아이들이 잘 자라고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빈다. 신들이 목석이 아닌 이상 어찌 흠향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머리카락은 6시간 간격으로 모아져 컨테이너에 함봉된채로 연간 경매일까지 기다리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업자들중 최고 호가자에게 넘어간 이 머리카락 컨테이너는 독일이나 이태리의 제약업체나 화장품업체로 키로당 7천루피에 넘겨진다. 엄청난 돈이 그냥 굴러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사원은 믿음을 돈벌이 기회로 만든 거다. 물론 신자들은 자기들의 머리카락이 어디로 팔려가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제화된 이 시대에 사원의 머리카락의 질도 국제화가 되었다. 머리카락의 색깔이 국제화되었다면 좀 이상한 표현일까? 밤색머리, 노랑머리도 있고 흰머리도 있다. 작금의 동방박사는 낙타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먼 구라파에서 독수리 날개를 타고 날아와 천축국 벵카데쉬와라신에게 홀라당 머리를 깎아 드리고 법열에 젖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한편 사업이 바쁘거나 개인사정이 있어 인도로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많은 사원들, 특히 서구에 널리 알려진 크리슈나신을 섬기는 사원들은 아예 인터넷에 제단을 차려두고 뿌자(예배)를 드리도록 안내를 한다. 물론 그 감사함의 표현인 쁘라사드(봉헌물)은 온라인 송금을 하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 최소 송금 금액은 501루피다. 이로 시작해서 1001루피, 2001, 3001 막 불어나다가 아예 평생 회원제까지 두고 있다. 여기서 끝에 붙는 1루피는 인도인에게 있어서 죽음, 단절이나 끝을 상징하는 ‘0’에 반대되는 개념인 생명, 축복, 번영을 상징한다. 신과의 관계가 지속이 되고 그 신이 주는 축복을 한량없이 받아 누리고 싶으면 꼭 1루피를 더해서 송금을 해야 한다.   


사원은 두발거래를 통해서 나오는 수입의 3분의 1을 사원유지비에 쓰고 나머지는 자선 사업과 기부에 써야 한다. 그런데 사원 유지비가 늘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자선 사업에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하더라도 예비비는 남겨야 한다. 사람은 지구가 존속하는 한 계속 태어나고 특이 체질이 아닌 이상 머리카락은 밤낮없이 자라고 신에게 복받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 계속되니 사원의 금고는 언제나 철철 넘쳐흐른다. 그리고 그 돈냄새가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페르시아 무슬림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페르시아의 나디르 샤였다.


칼라가 없는 옷을 입은 남성, 청바지를 입은 여성은 절대 입장불가를 고수하는 영국보다 더 영국다움을 자랑하는 델리 골프클럽 식당에서 테헤란 지하은행에서 나디르 샤가 노략한 '샤 자한의 공작옥좌'를 보고 온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1톤이 넘는 순금에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 등 보석만 230Kg 이상이 박힌 이 옥좌는 봉황같은 모양으로 공작 두마리가 의자 양옆을 감싸고 있다. 제작기간 무려 7년, 타즈마할 건축비 두배가 소요된 이 공작좌의 화려함을 보고 그 주변에 수북하게 쌓인 다이아몬드를 둘러보았더니 이건 아예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유리조각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 나디르 샤만이 아니라 이민족의 인도의 부의 약탈사는 차라리 소설속 이야기같다. 17차례를 걸쳐 인도의 서북부를 습관처럼 털어간 가즈니의 마흐무드는 그렇게 털어가도 올때마다 사원에 가득 가득 쌓여 있는 금은 보화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가 가진 금내음을 이웃의 구르가 맡았고 마흐무드를 삼킨 구르는 아예 그 진원지인 ‘관문’이란 이름을 지닌 델리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그 살인적인 더위가 싫어 델리의 통치를 마믈룩(복속민) 쿠뜹웃딘 아이박에게 넘기고 아이박은 5백년 마믈룩 술탄 왕조를 인도 땅에 열어 아예 약탈 본부를 차리게 된다. 마믈룩 살탄 왕조의 마지막 왕조인 로디왕조의 이브라힘 로디와 한 판 전쟁을 통해 북인도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 바불과 그 뒤를 이은 무갈제국의 황제들이 모은 재물은 샤자한이 상기 언급한 공작좌나 타즈마할을 짓는데 아낌없이 쏟아 부어졌다. 현존 인도관광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힌두 사원이 아니고 무슬림의 건축양식을 따른 타즈마할인 것이 인도의 85%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힌두들의 심사를 거스린다. 무갈제국의 6대황제 아우랑제브는 북인도의 재화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데칸고원을 너머에 즐비하게 깔린 노다지 광산에 대한 욕심과 이교도를 응징하겠다는 명분으로 인도 서부의 아우랑가바드에서 20여년간 남인도공정에 몰두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런 이슬람의 약탈은 영국의 인도 약탈사에 비하면 차라리 순진하다고 할 수 있다. 1700 년대에는 인도와 중국은 세계 GDP의 47%를 차지했고 유럽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1870년대가 되자 인도와 중국의 비율은 세계  GDP의 29%로 낙하하고 서유럽은 42%로 점프했다. 동인도회사는 이 역전에서 주된 역할을 하였다. 악덕한 상인들로 구성된 동인도회사의 끊임없는 탐욕은 마침내 1943년~1945년의 벵골 대기근 참사를 불러왔다. 거의 7백만명에 육박하는 인도인들이 처칠이 이끌던 영국 식민치하에서 아사했다.


인도가 근현대를 거쳐 오며 이슬람 제국과 서양 열강, 특히 영국의 탐욕의 희생제물이 된 것은 되짚어 보면 신도들의 독실한 신심이 간접적인 원인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그 신심들이 드린 봉헌물을 물흐르듯 흐르게 하여야 할 종교지도자들이 그것을 쌓아두어 냄새가 나게 만든 것이다. 이 쌓인 금들이 인도 역사에 상기 기술한 이민족 약탈사뿐만 아니라 종종 독립 인도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 멀지 않는 1984년 인디라 간디 암살의 원인이 된 '블루스타 작전'에서 노출된 황금사원의 실체를 보자. 사원 지붕 전체가 금으로 덮여 있었던 것은 차치하고서도 막상 사원 지하에 쌓여있던 막대한 재화의 국고귀속과 창녀의 역할을 하던 여사제의 노출은 가뜩이나 칼리스탄으로 시크왕국을 건설하려던 시크교도들의 자존심에 막대한 상처를 입혔다. 그것은 곧 그 작전 지휘자인 인디라 간디의 암살을 지시하는데까지 이어졌다.


남인도 사원마다 곳곳에 쌓인 황금을 털어 인도를 구제한다면 인도 10억 인구를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그것이 1년이 아니라 10년도 될 수 있음은 오늘도 수십 년간 길러온 머리를 깎으러 사원을 방문하는 줄을 잇는 신실한 신도들의 간절함에서, 또 다이아몬드 7만개가 박힌 왕관을 봉헌하는 부자들의 봉헌에서 확신을 한다. 문제는 그 재화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데 있다. 세금 한 푼 내지않고 거둬들인 이 돈은 종교와 정치계에서 카르텔을 형성한 기득권자의 비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캐내려고 접근하던 모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고리의 핵심에 접근하는 순간 익명으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가진자들의 난폭하고 잔인한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던 그 교수가 당장 그 프로젝트를 접었음은 물론이다. 


자신들이 드린 진심의 헌물이 신도들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흘러가더라도 오늘도 인도 전국 곳곳에 세워진 사원들에는 저마다의 기도제목과 함께 비싼 다이아왕관은 아니더라도 집안에서 정성스럽게 재배한 새싹 항아리나 꽃과 과일을 들고 사원을 찾는 신도들로 붐비고 있다. 사원들이 원래의 목적인 헌물 1/3의 자체사용 및 사회 환원이 이루어지는 그날이 언제 올까?  그날이 바로 이 땅에 간디가 그리던 인도판 다윗왕국 람라자(Ramraja)가 이루어지는 날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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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09.08.11 12:22:47
*.234.35.112

세상에나!! 신의 나라 인도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황금과 보석을 좋아하는 신들이라..

아, 그래서 부처님상에 온통 노랑 금칠을 해 놓는 걸까요?

혹시 그 사람들, 예수님 상에도 금칠하고 싶은거.... 설마  아니겠죠??^^

정말, 울렁증 생기네요.

선교사님, 잘 읽고 갑니다.

후편,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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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9.08.12 14:21:19
*.160.132.218

실은 이글 정부와 관계된 사이트에 올리려다가

내용이 너무 심각하여 미역국 먹은 글이랍니다.

한국과 인도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서요.

역사적으로 볼때

영국식민치하에서 그토록 심하게 정치 경제적으로 압박받으면서도

아무말 않던 인도인들이

종교적인 문제를 걸고 넘어 들어오자 바로 발끈해서

식민반대투쟁에 불을 당긴 것이었거든요.

본문의 인디라 간디도 시크교도들의 성지인 황금사원을 침입했다가

시크교도 경비원에게 암살을 당했지요.


인도의 봉헌문화와 우리의 헌물 문화? 비슷하지요?

[레벨:17]시골뜨기

2011.01.06 13:36:59
*.165.89.233

  기독교가 기복교로 전락한 작금의 한국교회 현실을 보면서,

위의 글을 읽고 인간의 신심은 어디나 한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진리를 외면하고 현세적인 땅의 복을 추구하게 하는 강단의 가르침은

하루속히 개혁되어져야겠다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어느 사기꾼 중이 들려준 이야기에,

자기가 어느 부인에게 액땜 제를 올려야한다고 하면서

500만원짜리 제를 올리게 했더랍니다.

그래서 500만원을 챙겼는데,

그 부인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죽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문병을 갔더니

"아이구 스님! 제가 제를 올리지 않았다면 죽었을 텐데 제를 올렸기 때문에 살았습니다."하더라는 것입니다.

이 부인의 믿음과 기독교 신자의 믿음이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헌금 많이 하면 복 받는다."

참 진리를 분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굳이 기독교가 아니라도 복 받고 사는 데는

아무 종교라도 상관이 없는데

꼭 예수를  믿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구원의 진리를 제쳐두고

현세적인 출세, 물질, 권력이 축복이라고

목소리 높여 외쳐대고 있는 현실이

하도 개탄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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