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서로 묻다.

조회 수 4079 추천 수 32 2006.06.08 23:48:15
2006년 6월8일 서로 묻다.

다 놀라 서로 물어 이르되 이는 어찜이냐? 권위 있는 새 교훈이로다. 더러운 귀신들에게 명한즉 순종하는도다 하더라. (막 1:27)

오늘 본문의 구조는 22절과 흡사합니다. 두 구절이 모두 예수님의 권위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22절의 가르침과 27절의 명령에 권위가 있었다는 건 곧 기존의 것과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서기관들과 다른 걸 가르치셨으며,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축귀능력을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서기관들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권위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축귀능력 문제는 약간 혼란스럽게 보이는군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이렇게 귀신을 내어 쫓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을 테니까요. 이런 문제는 훨씬 복잡한 역사비평을 거쳐야 하니까 여기서는 접도록 합시다.
저는 여기서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 물었다는 진술을 묵상의 주제로 삼을까 합니다. 예수 사건은 우선 우리를 놀라게 하며, 그 놀라움은 다시 질문을 야기합니다. 예수님을 바르게 대하기만 한다면 결국 우리가 중요한 것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리스도인들을 점점 깊은 질문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역사와 시간의 실체에 대해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통치와 종말에 대해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고 사는 것만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크게 질문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전혀 다른 삶의 세계를 맛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코 그런 것들, 즉 바울이 배설물이라고 표현한 그런 것들 안에서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는 오히려 이런 질문을 막아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해되지 않은 궁극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지 모릅니다. 그런 신앙은 어느 사이에 우리에게 체질로 굳어졌기 때문에 아무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출세하고 사는 것에 익숙해진 것처럼 교회성장에만 익숙해졌다는 말입니다. 아무런 질문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과 그런 구조로 굳어진 교회는 어쩌면 예수님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예수님이 가르치신 비유와 그의 행위와 그의 사건과 운명과 직면하는 사람은 누구나 충격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질문하기 마련인데, 아무런 질문이 없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우리에게 바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서 놀라고, 질문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발견할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 그런 새로운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보화를 담은 질그릇에 불과합니다. 다만 우리 안에 보화가 담겨 있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보화를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무언가 그럴듯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장기 기증을 한다거나 결식자와 부랑자를 위해서 우리의 인생을 바쳐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인간화를 위한 그런 실천들은 필요하지만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일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빛을 안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스스로 예수 사건에 놀라야 합니다. 억지로 놀라는 게 아니라 그를 알기만 하면 놀라고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질문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은 지금 죽었거나 죽어가는 중입니다.

주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궁극적인 질문이 살아있나요? 무감한 사람들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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