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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 샘터교회가 짧은 남산시대를 뒤로하고 광화문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네요. 전 광화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인데요
“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 /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좀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서울샘터교회 식구들도 우리만에 특별한 추억을 안고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의 역사가 담긴 이곳을 다시 거닐어 보는 날이 오겠죠.^^
전 어제 5호선 지하철 역에서 하차하여 8번 출구로 나와 걸어보았는데요. 걸어서 대략 7-8분 정도, 딱 ‘광화문 연가’ 2번만 부르면 어느새 우리의 새 예배처인 한글학회가 보인 답니다.
먼저 새 예배처를 방문해 본 한 사람으로서 장소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 본다면, 자연광과 실내광이 조화된 아름다운 조명과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대리석 실내벽, 웅장하고 장엄함이 깃든 돔천장… 뭐 이런 것들을 기대하신다면 조금 실망이 크실 듯 싶구요. 예배당 없이도 그저 모일 수 있는 곳이 그들의 거룩한 예배처가 되었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심정으로 달려오신다면 온전히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리 교회 식구들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크게 손색이 없을 듯 싶었답니다.
개인적으로 전 어제 하루가 샘터교회 식구들의 진면목을 엿본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어제 날씨도 많이 추웠잖아요. 근대 예상치도 못했던 얼굴들이 약속시간에 맞춰 속속 등장을 하셨지요.
먼저 , 그간 준비위원으로 수고 하셨던 박찬선씨가 저희들과 잠시라도 시간을 함께 하고 일손도 돕고자 하는 갸륵한 마음으로 회사엔 월차를 내던지고 먼저 와 계시더군요. 좌석 셋팅도 돕고 주보제작의 노하우도 전수하시고 함께 맛난 점심과 커피타임 까지 참석하시고 고향 가는 차편시간에 맞춰 자리를 뜨셨답니다.
이번 운영위원으로 합류하신 김용성님도 같은 사고를 치시고 달려오셨지요. 원래 직장 때문에 오실 수 없다 하셨는데 사장님께 특별 외출을 요청하신 거 있죠.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두분 다 겁들을 상실하셨 더군요. 홀로서기님은 어떻구요. 바쁘신 와중에도 일터가 있는 안국에서 날라오셨다가 점심도 같이 못하고 날라가셨죠. 나이는 제가 언니뻘 이지만 원더우먼처럼 씩씩하고 멋지신 홀로서기님.. 이제 어디서나 홀로서기님 얼굴만 보여도 왠지 마음이 든든해 질 것 같더군요.
샘터교회를 향한 이분들의 열정 앞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채 진정시키기도 전, 쨔잔~~ 희망봉님이 그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출입문으로 들어오시더군요. ㅋㅋ 저희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함과 감격에 마지 않는 목소리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 벌건 대낮에 회사들 팽개치고 정말 이렇게 다들 모여도 되는 거냐고요!! “
희망봉님 등장하시자 마자 얼마 안돼 회사에서 계속 콜이 들어오시더군요. 근데도 식사와 티타임 자리까지 끈질기게 저희들과 의리를 지키시다 박찬선님이 일어나실 때 덤으로 용기를 내어 미련을 박차고 자리를 뜨셨지요. 아참, 어제 얼큰한 생태탕과 고등어 조림이 어우러진 푸짐한 점심은 특별히 목대표님이 쏘셨구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맛난 파스쿠찌 커피는 희망봉님께서 대접해 주셨답니다. 아낌 없이 지갑을 비워주신 두분께 한번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 꾸벅^^
그리고 나서 나머지 사람들끼리 뭐했는지 궁금하시죠?
ㅋㅋ 바야흐로 저녘 밥 때가 다 되도록 본격적인 수다의 판이 벌어졌죠. 기껏 목사님이 일들 좀 하라고 운영위원 시켜놨더니 모여서 수다만 떨고 있었냐구요? 모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정말 영양가 100%의 수다였답니다. 지난주 예배를 통해 새로운 운영위원들로 지명들을 받고 그날 예배 후 함께 모여 얼떨결에 첫인사도 나누고 짧은 회의도 했었죠. 그러나 우리가 만나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답니다. 그간의 짧고 가벼운 얼핏한 대면으로 감지할 수 없었던 서로의 빛깔과 결들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던 아주 귀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죠. 샘터 교회와 우리의 삶 그리고 신앙과 세상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고민과 걱정, 역할과 계획, 꿈과 기대들을 나누며 시간은 깊어만 갔답니다.
장장 6시간이 넘는 시간을 서로 함께 하며 나이의 스펙트럼부터 너무 다른 부조화의 모임으로만 보였던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게 소통하고 교제할 수 있는 자들인가를 느낄 수 있었지요.
집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리며 어느새 슬며시 아름다운 여운이 밀려오더군요. 어제는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로 난 소담한 숲길을 오랜만에 걸어본 행복한 하루였답니다. ^^
집에 와서 보니 가방이 없더군요.
다시 거꾸로 버스--전철1호선--전철5호선--도보 이렇게 가서
커피를 마셨던 곳에 가서 물어보니 가방 못봤음.
식당에 가서 물어보니 가방 못봤음.
다시 한글학회 가서 문열어 달라했더니
경비아저씨 짜증 많이 내면서 저는 DG게 혼나고 나서야
한글학회 교육관에 들어가서 가방을 찾았습니다.
오는 길에 졸다가 전철에서 내릴 곳을 두번이나 지나쳤습니다.
엉뚱한 곳에 내려서 버스로 집에 가려고 하는데 버스에서 또 졸아서 지나치고....
아... 너무너무 고달펐습니다.
모두 고생들 많이 하셨네요.
그래도 후기를 읽으니,
추위를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의 값진 모임이었을 것 같아
참석 못 한 저로서는 너무나 아쉬울 따름 입니다.
아이 어린이집 행사와 시간까지 겹쳐서 눈물을 머금고 발을 돌려야 했거든요.
이렇게 모임 시간이 길어질 줄 알았으면 늦게라도 참석할 걸 그랬나 봐요.
그나저나 겨우살이 언니도 조만간 칼럼지기로 등극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쩜 이렇게 맛깔나고 실감나게 글을 쓰셨는지, 꼭 저도 함께 한 거 같아요.
정 목사님 말씀대로 언니의 고운 맘씨가 묻어나서 더 그러는 것 같기두 하구요.
앞으로의 활약이 정말 기대 되어요^^.
어제의 즐거움과 감동이 갑절로 전해오는군요.
글솜씨와 마음씨가 한 데 멋지게 어우러진 탓이겠지요.
모두 수고들 많았습니다.
며칠 동안은 서울샘터교회 일은 깨끗이 잊고
설 명절을 즐겁게 보내세요.
주의 은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