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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서

 

1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2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3 다스리는 자들은 선한 일에 대하여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대하여 되나니 네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느냐 선을 행하라 그리하면 그에게 칭찬을 받으리라 4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 5 그러므로 복종하지 아니할 수 없으니 진노 때문에 할 것이 아니라 양심을 따라 할 것이라 6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도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 7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

 

     위 구절은 우리의 지난날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어용적인 태도를 취하던 이들이 애용하던 내용입니다. 바울도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했으니 반독재 투쟁을 하는 건 기독교 신앙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바울이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로마 정부가 기독교를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로마 제국은 제국의 질서를 허무는 경우가 아니라면 토착민들의 삶을 보장했습니다. 관용은 그들의 통치 원리였습니다. 대신에 제국의 질서에 위협적인 이들을 향해서는 무자비한 보복을 가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질서를 유지하는 게 최대 목표였습니다. 초기 기독교는 로마 제국보다는 유대교와 충돌했습니다. 유대교라는 거대 종교 권력 앞에서 기독교는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종교 자유를 보장받는 게 시급했습니다. 이것을 로마 권력이 제공해주었습니다. 로마 관리들이 기독교에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또는 호의적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적대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된 사도행전에서 이런 형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가 처한 이런 배경을 전제하지 않고 무조건 권력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서의 왜곡입니다. 여기에는 역사에 대한 기독교의 심층적인 인식이 자리합니다. 악한 권력에 의한 질서가 무정부적인 혼돈(카오스)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무정부적인 혼돈에서는 약자가 무조건 피해를 당합니다. 어쨌든지 기독교 신앙과 역사에 대한 통찰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 역사의 마지막에 하나님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주님,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바울의 진술에서 우리는 초기 기독교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읽습니다. 풍전등화와 같은 생존의 위태로움에서 로마 권력을 소극적으로나마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 덕분으로 지금 우리는 복음을 전해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도 똑같은 세속 권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늘의 권력이 악을 벌하고 선을 지키는 정의로운 길을 가도록 인도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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