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새벽에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예순 셋의 젊은 전임 대통령이었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소중한 일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걸 다음 세대에 넘기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훌쩍 건너뛰고 말았다. 그 길밖에는 전임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나는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티브이 출구조사가 발표된 2002년 12월19일 저녁 아내와 함께 춤을 추듯 기뻐했다. 그 많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면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지지한 사람이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그를 지지한 이유를 여기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다. 시쳇말로 그는 ‘개념’ 있는 정치인이었으며, 그런 대통령 후보였다. 그 개념은 그의 대통령 통치철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남북 분단체제의 극복이었다. 그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본 미국의 부시 정권과 상대해야만 했다. 노 대통령은 부시의 대북한 압박 정책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수고, 우익,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좌파라고 몰아갔다.
물론 좌파 딱지는 그것 말고도 몇 가지 경제정책과 사학법과도 연관되었다. 여기에는 한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가 크게 한몫했다. 일부 목사들은 설교 시간에 노 정권이 기독교를 박해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그들의 행태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예언자적 외침이 아니라 증오심의 발로인 마녀 사냥이었다. 노 대통령의 퇴임과 서거 이후에도 이런 경거망동은 그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도 거기에 거의 맹목적으로 매달린 정치인이었다.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서의 국회의원 직을 포기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겠는가. 대통령직에 있으면서도 그는 그렇게 바보짓을 했다. 선거법 개정을 전제로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의했다. 지금과 같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아래서는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지역주의에 안주하거나 그걸 현실로 받아들일 뿐이다. 정치적 기득권만이 목표였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의는 한나라당에 의해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에게서 조차 무시당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있으면서도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바보 노무현이 바보 대통령이 된 것이다.
노무현을 원래 부정하던 사람들에게 나는 별로 실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를 지지했다가 등을 돌린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처음에 지지했다 하더라도 반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확대하기 위한 반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초기부터 심각하게 터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기 위해서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내심으로는 노무현이라는 실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래는 그 당시 내 생각을 쓴 글 “진보적 지식인과 운동가들에게”의 마지막 대목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그 정책 브레인들이 정책적 판단을 잘못 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주마가편이라고, 노무현 정권을 위해서 진정어린 충고는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과 운동가들의 행태는 나름대로의 자기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나친 선명경쟁에 휩싸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으로 투쟁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면 좀 기다립시다. 우리가 선택한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까지 잘 달리도록. 그래서 좋은 기록을 내도록. 동지들이여!”(2003.6.12)
노무현의 정책이 모두 좋았다는 말인가, 하고 묻지는 마시라. 나는 그를 한국의 정치적 지형에서 최선이라고, 아니면 최소한 최선이 없는 차선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안만 놓고 본다면 국군의 이라크 파병, 연정제의, 미국과의 에프티에이 등을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미국에 정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과 분단체제에서 반공 보수 우익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의 정책들은 고육지책 아니었는지.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고 토로한 노 대통령은 정말 힘들게 대통령직을 마쳤다. 지지도는 바닥이었다. 정권을 원하지 않는 당으로 넘겼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퇴임 후 그는 약속대로 고향 봉하로 내려왔다. 지난 일 년 동안 생태와 복지를 갖춘 고향 가꾸기에 매진했다. 고향에서 보인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여생을 보내기를 바랐고, 당연히 그럴 줄로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역사에 더 없는 공헌이라고 믿었다.
그가 갔다. 대한민국은 그를 끝까지 놓아두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그 정치의 정상에 올라선 경험이 있으면서도 그는 한국정치의 야만성을 몰랐다. 정치인이 된 것을 후회했다 하는데, 너무 늦었다. 바보 노무현이 그냥 바보 노무현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바보 노무현은 윤똑똑이들이 감히 이룰 수도 없고, 꿈도 꿀 수 없는 일을 해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사람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전했다. 지금 대한민국 민중들이 보이는 뜨거운 추모 열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자신을 버림으로 모든 것을 얻은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2009년 5월27일)
*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내가 쓴 지난 몇 년 동안의 글을 여기에 링크로 올립니다. '노사모'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를 지지했군요.
1)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취임식을 보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6
2) 2003년 3월9일,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보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7
3) 2003년 3월10일,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8&document_srl=9748
4) 2003년 3월29일, 정치란 무엇인가, 국군 이라크 파병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49
5) 2003년 6월12일, 진보적 지식인과 운동가들에게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52
6) 2004년 3월12일, 대통령 탄핵사태독법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7&document_srl=9762
7) 2005년 8월26일, 대통령 발목 잡는 사람들
http://dabia.net/xe/?mid=current&page=15&document_srl=9820
8)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에 부쳐
http://dabia.net/xe/current/243405
이전에 올렸던 짧은 글, 링크합니다.(2012년 12월12일)
9) 노무현(1) http://dabia.net/xe/386439
10) 노무현(2) http://dabia.net/xe/386712
11) 노무현(3) http://dabia.net/xe/387116
12) 노무현(4) http://dabia.net/xe/387399
있을게 있으면 좋고, 있을게 없으면 안 좋고
없을게 없으면 좋고, 없을게 있으면 안 좋다.
조금은 나 자신에게 정직해 보자!
사람들이 점점 바보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채에 올려진 그 분의 소박한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까지 세심한 배려와 몸에 밴 겸허함을 뵈면서,
이 분이 참 소신있는 분이었구나 싶습니다.
아마 정치도 그렇게 하시고 싶으셨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사님 말씀처럼 낙향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게 하신 분이시라는 거,
그 곳에서 정말 너무나 인간적으로 소박하게 사시고자 하셨던 분이셨는데,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가셨군요.
삼가 명복을 빕니다.
목사님처럼 저도 노사모는 아니였지만
노통의 정치철학이 이 땅에 뿌리내리길 마음속으로
꽤나 고대하고 기원했지요...
한민족이 언제까지 동서로, 남북으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속에 지내야 되는지....
또한 지난 역사속에서도 가엾은 민초들의 고생과 수난이 있었고,
지금도 순진한 민초들은 아직도 동서, 남북 이념에 이용당하고 있는걸 보면서...
모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노통의 정치철학을 이어받는 좋은 정치집단이
생겨나고 힘을 얻게 되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번 일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진정한 가치를 잊고, 아니 놓치고 사는 이 세대에게
분명한 각성을 주시려는...
한마디로 멋진 대통령이었단 생각입니다.
실제로 정치 현장에선 가진 뜻을 다 펴지 못했을 수도 있겠고
국민의 아쉬움도 많았겠지만...
며칠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선거도 못했고 재임기간내내 한국에 있지 않았지만 내심 지지자 였어요.
다 떠나서 한 사람으로서 그런 죽음이,
그리고 그런 죽음으로 몰고가는 현실이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판을 말해주는 단면이라는 데
절망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가 꿈꾸던 세상이 이루어질런지요...
정말 이 죽음이 변화의 큰 돌다리가 되어야 할텐데요.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비정치적이었던 사람으로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의 비정치성은 가장 정치적이었던 집단들의 열등감이었고 그 열등감은 그를 결국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다가 아닐 것입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 터닝 포인트라는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나 역시 그의 죽음을 방관하였고 어쩌면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덕성 , 청렴성이라는 멍에를
그에게 일방적으로 짊어 주고자 하지 않았는지 내 자신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그 말씀을 기억하며 대통령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많이 울엇습니다....
이세상은 역시 바보들이 살곳이 못되는구나!
예수님도 소외되고 가난한자들과 함께하다가 처형되엇듯이
이세상 기득권세력들과 타협하지 않는 지도자는 이렇게 죽을수 밖에 없구나!
정말 슬픈마음이 가득해졋습니다...
제가다니는 교회는 일언반구도 없더군요... 그 또한 슬픔과 분노의 마음을 만들고....
고인의 명복을 빌뿐입니다....
목사님의 글을 하나의 화일로 묶어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목사님으로부터
대통령 취임부터 시작해서 가시기 소환되기까지
고인을 지켜보면서 애정어린 비판과 지원을 보내신
이 시대의 예언자로서의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노통이 가시고, 가슴 앓이가 더 심해졌습니다.
생전 얼굴 한 번 직접 뵌 적도 없지만,
그의 아픔에 대한 한국 영남 기독교인으로서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의 정신을 이어 받는 모든 이의 삶에서,
한국 정치문화개혁의 역사 안에
그가 부활하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읽기가 2009년 5월 27일 이후로 종결된 듯하여 마음속으로는 기분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목사님께서 정치꾼들 이야기 하시는거 보기 싫거든요. 왜 그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요? 더군다나 사실이 많이 왜곡되어진채 그것이 사실인양 호도되어서는 더욱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면 노무현, 촛불시위이면 촛불시위 그 자체만을 보고 논지를 펼쳐 나간다면 분명 한쪽으로 치우침이 있게되지요. 애석하게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청난 실상들이 숨겨져 있다면 이쯤에서 논지들을 거두어 들여야 겠지요. 촛불도 꺼야 될거구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도 잊혀져야 겠지요.
잊혀져갈 논의를 다시 살려주시네요..감사..ㅎ
노무현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그 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 부인이 받았다는 얼마간의 돈때문에 자살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지키지못한 부끄러움이지요.. 우리는 기독교인이고 노무현은 자살했고 자살은 기독교인으로 따라해선 안될것이므로 노무현의 모든 부분을 없는 것으로 해버리자고 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접근일 겁니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건 일견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입니다..무조건 찍어주는 25%를 가지고 있는 그분들은 나머지 75%가 정치에 무관심해주길 바라죠..
마지막으로 촛불은 꺼진지가 오랜데 또 꺼야한다고 말씀하시니 어느쪽에서 일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p.s 참고로 전 노무현지지자 아닙니다..더 왼쪽에 있지요..ㅎㅎ
쫌 이상하고 궁금합니다.
왜 기독교 장로로 대통령이 되신 분은
강을 파헤지고 가난한 자의 밥그릇을 엎으시는지.
목사님들은 그러한 장로 대통령님을 절대 응원하고,
오히려 더욱 그렇게 하시라고 밀어 대는지..
아주 오리무중이고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인은 지옥갈 죄라고 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시고
불교의 절에서 장례를 치루어 아마 극락은 가셨을
상고 출신 대통령님이 더욱 그립고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보수적인 대구에서 노무현대통령을 사모하시는 정목사님은
혹시 좌파 빨갱이라 욕은 먹고 계시지 않는지 걱정됩니다.
저는 요새 웬만한 목사님보다는 법정, 명진 스님같은 분들이 우러러 보입니다.
기독교에도 존경받으실(물론 숭배차원은 아니고요.) 목사님이 안계신지
여기 다비아에서 좀 발굴해주시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
목사님, 작년 5월 이후는 세상읽기를 중단하셨군요.
더이상 세상 읽으실 기분도, 희망도, 필요도 없게 되신건가요.
아니면 고 노무현대통령님 서거에 즈음한 애도를 표현하신 것이
주변의 우려 아닌 우려를 불러와 자중하시는건지요?
요즈음은 4대강, 그 전에 미디어법 .. 등 세상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좋으신 말씀은 그냥, 우리끼리 서로 나누면 좋은 것이기 때문일까요?
제가 아는게 부족하여, 강남 이하 지방에서 가장 존경하는
목사님께 감히 여쭤봅니다..
정 목사님!
지난 주일 주일학교 초등부 6 학년 저희 반 아이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왜 북한의 독재자 bad guy가 죽지 않고 남한의 (전직) 대통령이 죽었는지..
한국어들도 유창하지 못 하고 더더군다나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 주어야할지 몰라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저 또한 한국을 떠난지 25 년이나 되다 보니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 많구요.
목사님의 표현대로 "한국정치의 야만성"으로 인해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 들어 있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