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목사도 밥의 힘을 안다

Views 2321 Votes 0 2009.08.07 17: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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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인목회를 하는 목사입니다.
목회현장에서 건져 올린 저의 창작시를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처럼  
여린 울림이 된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목사도 밥의 힘을 안다
-목양일기.7


누구보다 살갑고 충성하던 교우가
어느 날부턴가
눈빛이 달라지면서
여기저기 불평을 흘리고 다닌다.
억울하다 싶은 모함도 많지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의 약점도 다수 포함된
싸늘한 등 돌림
따질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알몸 뭇매질에
이제 웬만큼 익숙해질 법도 하련만
맵고 매운 생살 고통은 매번 새롭다

누군들 입이 없는가?
누군들 속이 없는가?

목사도 밥의 힘을 안다
목사도 밥을 먹어야 산다. 그것 귀한 줄 안다.
치솟는 울화를 터트리면 밥그릇이 날아가는 줄 안다.
아직 밥 떠먹여야 할 食口가 몇인데 생각하면
가슴팍이 시퍼렇게 멍들어도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어느 주일 제직회 때 한바탕 분탕질 직후
딸아이가 충혈 된 눈을 끔뻑이며
아빠, 우리 이사 가면 안돼?
아직 밥의 힘을 모르는 철없는 소리에
속에서 시꺼멓게 밥이 타들어간다.
예수님도 밥의 힘을 아시고 나는 밥이다 하셨다
목회가 밥벌이는 아니지만 밥의 힘 아래 두신 뜻은
교인들의 밥벌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밥상 앞에 앉아 견딘다.

정창원 목사(중국 예닮 한인교회)


신완식

2009.08.07 21:11:17
*.112.191.237

마음 고생이 크시겠군요.
같은 배를 탄 한 사람으로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한국 교회만 알았을 때는 이런 <밥그릇> 구조가
온 세계에 공통적인 줄로만 알았어요.
알고보니 자업자득 구조더군요.
목사가 밥그릇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목양일념할 수 있는
제도가 유럽 교회들에서는 이미 정착되어 있는 데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교인들이 마련하는 밥과
목회자들이 대하는 밥 사이에는 맛 차이가 있더군요.
그래도 목사들은 용산 청거민들이나 평택 노동자들처럼 밥을 먹게 되지는 않으니까요.
제 생각에 그래도 제일 편한 밥이 목회자들이 먹는 밥입니다.
손가락 짤릴 위험도 없고 곤봉과 방패에 찍힐 일도 거의 없으니...
목사님, 부디 용기 잃지 마세요~~~
교인들이 그럴 때는 혹시 내게 무슨 문제가 없을까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시고요...
여기 영국 한인교회들 가운데도 욱~하다 밥그릇 박살난 목회자들 더러 있습니다.
욕 나오면 보울링장 가셔요.
저건 누구 머리...저건 또 누구 대가리 하면서 마음껏 던지시구요.
그래도 성이 안 풀리면 하늘에다 대고 욕을 바가지로 하셔요.
한국 사람 없는 데서 욕하면 저는 속이 후련해 지던데요...
영국인들은 제가 방언하는 줄 알았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참, 울 교인 중에 한 분이 지금 베이징에 출장 가 계셔서 목사님 글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샬롬...

하문학

2009.08.08 21:13:52
*.59.29.245

명쾌하고 속시원한 답을 주시는군요. 하하하
100 겨우 넘는 보올링 실력으로 대가리를(?)박살 내보겠습니다.
예수님에게도, 모세에게도 바울에게도 있었던 안티그룹들,
왜 목사에겐들 없겠습니까?
걸림돌은 힘겹지만 도의 깊이를 더하니까요.
멋지십시오.
profile

저별과 달

2009.08.07 23:31:06
*.210.174.47

아~ 목사님의 목양일기를 보니 옛 생각이 나서 서글퍼 지네요..
예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저를 참 좋아하고 사랑 하였는데
제가 교회일 봉사 하다가 결국 시험이 들어  목사님과, 사모님을 힘들게 하고
저 또한 힘들어져 교회를 떠나고,  제가  떠난 얼마후에   목사님이 다른 목사님에게
교회를 인도해 주고 두 분은 목회를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 정창원 목사님의 글을 보니 다시금 지난날 저의 행동들이 후회가
많이 되는군요..
당시의 목사님 자녀들 두명도 저를 엄청 잘 따랐었는데요..
오늘 이 글을 보니  더욱 생각 나는군요..
교회를 섬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뼈저리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길만이...  교회를 올바로 섬기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아무쪼록 힘내십시요!
주님의 위로가 언제나 함께 하기를  잠시 기도 하고 갑니다! 


  

하문학

2009.08.08 21:17:06
*.59.29.245

멋진 분이시군요.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실 수 있는 눈을 가지신 분이라
위로의 말씀이 속깊게 다가옵니다.
항상 위로자를 붙여주시는 주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profile

정용섭

2009.08.07 23:57:09
*.120.170.243

정창원 목사님,
안녕하세요.
노골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시라서
뭐라 덧붙일 말씀이 없군요.
용기를 내시라는 말씀 밖에는요.
동병상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교인들의 밥벌이 ...' 하는 대목을 보니
목사님께서 이미 문제를 다 극복하셨네요.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하문학

2009.08.08 21:22:40
*.59.29.245

이렇게 마음 부릴 수 있는 근사한 집을 마련하신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집에 시가 어울릴까를 주저하다가 보냈는데
공감해주시니 더욱 힘이 됩니다.
아버지의 목회길에 들어서면서 저를 끝까지 망스리게 하던 일들이라
처음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목회중에 채이던  돌부리들이 저로 하여금 시인이 되게 했습니다.
다윗처럼 말이죠.
대구에 가면 한 번 뵙고 그윽한 중국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옹~

2009.08.08 12:59:21
*.223.153.106

안타까움과 아픔이 전해 옵니다.
힘든 중에도 힘내시고요.....

가만히 둘러보면 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네요.
가깝게는 형님이 목사고 제일 친한 친구가  선교사로 
강릉에서 담임목사로
그리고 대부분의 후배들이 총신 출신들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만나는 목사님들과는 거리를 좀 느낍니다.
서로의 탈을 쓰고 만나기 때문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서로를 향한 불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함께 극복하고 나아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문학

2009.08.08 21:29:17
*.59.29.245

교회도 완성된 천국이 아니고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하나님나라 공동체이기 때문에,
교인들도 여전히 죄성을 갖고 있는 연약함이 있기 때문이고
목사들도 한계를 안고 있기에 교인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노력해야지요.
부족한 제 시를 읽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행복하십시오.

평민

2009.08.08 17:58:40
*.90.57.47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밥"을 먹기위해  "목회" 하느냐
아니면 "목회"를 하기 위해 "밥"을 먹느냐 가  문제인것 같습니다
중국의 실정은 잘 모르지만  한국의 교회 현장은
밥을 먹기위해  목회를 하려는 경향으로 경쟁이 치열 하답니다

하문학

2009.08.08 21:25:36
*.59.29.245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느냐?
먹기 위해서 사느냐? 문제처럼 때로는 햇갈리기도 하지만
살기 위해서 밥을 먹겠죠?
많은 목사님들도 그렇겠지요.
치열한 밥 한 그릇의 가치가 목회중에도 한 자리 차지할 겁니다.
인간이니까요.
감사합니다.

gege

2009.08.10 03:29:53
*.115.58.193

아직 어린 나이고, 중국경험도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같은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목사님의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중국한인교회 2곳에서 전도사 생활을 했지만
참 아이러니 한 동네라는 생각을 간혹 한답니다.

밥힘....절대 무시할 수 도 없고, 무시 당할 수 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문학

2009.08.10 06:00:18
*.59.29.245

감사합니다. 독특한 곳이죠. 모든 세상이 다 나름대로 독특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시 독법에 관한 것입니다만
많은 분들이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합니다.
물론 작품이란 절절한 작가의 체험의 소산물이기는 하지만
작품 자체가 곧 작가의 직접적인 체험으로 동일시하면 곤란해집니다.
위의 시 같은 경우도 허구속에 진실을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물론 안수받은지 15년이 넘는 목회가운데서 포괄적인 체험은
있습니다만,... 시독법에 관한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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