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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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공원에 큰 가지가 꺾여 있는 왕벚나무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껶여서 떨어지기 직전인 가지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생명이 아직 깃들어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다 나뭇가지가 저렇게 꺾이게 되었을까.
족히 3미터는 되는 높이에 가지가 있어서
누군가가 장난으로 꺾진 못했을 것이다.
거센 바람에 꺾인 것일까, 번개가 꺾어 놨을까?
아무렴 좋다. 저렇게 꺾인 채로 생명이 붙어서
꽃봉오리를 맺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이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저 상황에서도 나무는 생명을 붙들고 있다.
꺾인 채로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가상하다.
그래도 사연이 궁금해서 자세히 나무기둥을 살펴보니
껍질이 많이 벗겨져 있는데다가 여기저기 작은 구멍이 나 있다.
개미가 돌아다니는 것을 봐서 개미구멍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죽었다가 다시 소생한 나무 같기도 하다.
이 나무를 보니 수로보니게 여인이 생각난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그녀는 헬라인이면서
— 마태복음은 가나안 여인으로 소개한다. —
수로보니게 족속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헬라인이었을 마가복음의 1차 독자의
삶의 자리가 반영된 문장일 것이다.
예수가 두로 지방으로 왔다는 소문을 듣고
그 여인은 발아래 엎드리며
딸에게 들린 귀신을 쫓아내 주길 요청한다.
예수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어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한다.
예수의 친언(親言)으로 보는 것보다
당시 유다의 메시아 상이 반영된 말이라 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당시 유다가 생각했던 메시아는 유다를 굳건하게 세워줄 인물이었다.
율법주의에 철저한 사람들은 유다와 이방인을 구분했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했다.
이 여인은 헬라인인데다가 여자였으니
유다 메시아의 사역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사람이었다.
유다인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한다면
이방인은 겸상하지도 못하는 개와 같은 취급을 당했다.
그런 모양의 여인은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하고 대답한다.
생에 대한 의지라고 할까.
귀신들린 딸이 낫기 위하여 여인은 자존심이 아닌 그 무엇이라도 버렸을 터이다.
유다인이 흔히 가지고 있던 배타적인 메시아 관념은 예수와 여인의 사이를 가로막지 못했다.
여인은 모든 상황을 무릅쓰고 메시아에게 나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생명, 곧 두로 지방에 오신 메시아 예수였다.
꺾여 있는 나뭇가지는 수로보니게 여인을 닮아 있다.
아름답지도 않고 위용 있는 모습도 아닌 꺾인 모습을 한
나뭇가지는 곧 죽을 것 같아 보인다.
아니 이미 생명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미관을 해칠 바에야
그냥 잘려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꺾인 나뭇가지에게도 생에 대한 의지가 있었을까.
때론 어떠한 멋진 일을 해내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나무껍질이 형편없이 떨어져 나가고
원기둥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나뭇가지는 꺾여 있지만 생명은 움트고 있다.
생명에 타는 목마름을 가졌던 수로보니게 여인의 딸에게
예수의 생명이 전해졌듯이 말이다.
나무는 숨은 붙어 있으나 죽어있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벚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경주 보문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양벚나무는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땅으로 늘어져 있어요.
왕벚나무도 벚나무 종류의 하나입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나고 화려한 편이라서
관상용으로 사랑받는 나무라 하네요.
각 지역 벚꽃 축제에서 주로 볼 수 있고,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 나무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은 공원에는 왕벚나무가 제주도와 전남 해남에서 자생한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와
일본의 재배종인 왕벚나무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유전학적으로
다른 종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공원에 있는 나무는 어떤 종류의 왕벚나무인지 궁금하네요.
까만 허공을 배경으로 한 벚나무 사진,
처연한 아름다움이 보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왕벚나무는 뭔가요. 우리가 요즘 보는 벚나무를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