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아주 화창


부활주일이다.

흰 옷을 입고 예배를 드리고 싶어졌다..

어릴 때 부활절이면 어머니와 여 집사님들이 하얀 한복을 차려 입고 예배를 드리던 기억도 나고..

흰 색 옷을 찾아서 흰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입고 흰 구두를 신었는데 어째 구색이 안 맞는 듯하다.

그래도 흰 옷이라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성가곡도 부활주일에 알맞는 곡으로 선곡해서 연습을 하고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여느떄 같으면 성도들이 준비찬송을 부르고 있을 터인데.

이게 어찌된 일?

알고 보니 아침에 담임목사님 마저 코로나 확인이 되서

예배에 못 오시고 협력 목사이신 박후임 목사님에게 예배인도와 설교를 맡기셨단다.

도시는  코로나가 잦아드는 추세인가본데 이곳은 뒤늦게 감염자가 많이 나온다.

목사님 가족을 위시해서  코로나 격리 중인 몇 분과 또 감염이 우려되서 못 오신 몇 분.

이리하여 성가대를 제외하곤 남자 셋 여자 셋이 전부인 단촐한 인원으로 부활주일 예배를 드렸다.

갑자기 예배를 담당하게 된 박목사님은 물론 모두가 황당하리만치 휑한 예배 풍경이었다.

아마도 교회가 생긴 이후 가장 단촐한 인원이 드린 부활주일 예배가 아니었을까.

한 사람이 오지 못한  다섯 명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특별한 예배경험이었다.

언젠가 이렇게 텅빈 예배실이 될 지도 모른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 적목련 나무 아래서 반주자와 여자 성가대원 5명이 믹스커피를 

마셨다. 사월의 햇살이 눈부셨다.

예수의 부활... 그 엄청난 신비와 의미가 이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 희석된 채 조용히 지나갔다.


KakaoTalk_20220419_203234218_02.jpg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