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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검정 고무신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장식이 없는 평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처럼 

고무신 콧등에 뜨게실로 딸기모양과 구슬을 매단 것이다. 둘레에 빨간 실로 스티치도 되어있다.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든 장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식 없는 것을 좋아하는데

동네 할머니들은 딸기가 매달린 고무신을 신고 나가면 이쁘다고 하신다.

언제부턴가 이 고무신들은 나의 필수품이 되었다. 

시골에서 살아본 이들은 알겠지만 

겨울철만 빼고 시골에서는 그만이다. 

무엇보다도 신고 벗기가 편하다.

흙이 묻어도 닦기 쉽고 잔디가 있는 마당을 돌아다니기에도 좋다. 장마철에도 딱이다.

시멘트로 된 딱딱한 길은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겠지만 흙길은 상관없다.

나는 평상시 주로 이걸 신고 다닌다. 어떨 떄는 서울까지 신고 가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고무신은 거의 모든 시골아이들의 신발이었다. 기차표, 말표등 상표도 생각난다.

여자애들은 꽃고무신으로 멋을 내기도 했지만 보통은 검정고무신이었다.

우리는 고무신을 신고 학교운동장도 내달렸고 개울물도 서슴없이 건너갔다.

고무신을 신고 개울을 건너고 나면 걸을 떄마다 찔꺽 거리는 소리가 재밌었다.

여름철이면 발등에 고무신 자국이 선명했다. 

 드러난 부분과 고무신으로 가려진 부분의 명암 대비가 흙과 백으로 극명했다.

아주 어릴 떄 친구가 신은 새 꽃고무신이 이뻐 보여서  

내 멀쩡한 고무신 코를 손으로 조금씩 잡아 뜯고서는 

엄마에게 고무신이 찢어졌으니 새로 사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내 꽃고무신을 사오신다는 날 

장에 가신 어머니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운동화를 신었던 기억이 나고.. 

언제부턴가 시나브로 우리 생활 속에서 멀어져 갔던 고무신.

( 아버지는 오래도록 흰 고무신을 신으셨다.)

운동화에서 학생 구두로 성인이 되서는 구두와 샌들, 또 부츠로...그렇게 고무신은 내 인생에서 잊혀져 갔다.

그런데 고무신을, 그것도 검정 고무신을 반세기 후에 다시 사랑하게 될 줄이야.


 시골에 와서 살면서 시골살이에 맞는 여러 종류의 신발을 찾았었다.

그러다 고무신으로 낙찰을 본 것이다. 흙과 물을 감당하면서도 편안한 것으로 고무신만한 게 없었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고  멋도 있다. 단순한 곡선이며... 

말표 고무신, 나는 이 고무신이 아직도 나온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앞으로 사는 날 동안 나는 이 검정 고무신을 애용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고무신으로 돌아갔다는 건 많은 걸 함축하는 것 같다.

내 삶도 그렇게 단순해지고 소박해졌다.

더 간단해지고 수수해지고 싶다. 

고무신 한 컬례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어린 마음이 되어

세상의 작은 것들과 감응하며 살고 싶다. 

간단해질수록 풍성해지는 역설을 순간 순간 확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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