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은 함께

장아찌 담그기로 한 날이다.

아침밥도 못 먹고 부지런히 집을 나서는데 뒤에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

"어이구...  공사다망하신 우리 마나님~!"

오늘 담그기로 한 장아찌 메뉴는 매실과 메론, 그리고 오이지다.

메론은 약을 하지 않는 지한이네 것으로, 매실 역시 농약을 치지 않는 지영 쌤 집 나무에서,

오이만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샀다.


어침 일찍 지영씨네 모여 매실부터 땄다.

한창 매실을 따는데

주인장의 반가운 멘트~

"우리 앵두 따 먹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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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나무 두그루에 보석처럼 달려있는 빠알간  앵두알,

유월의 아침햇살을 받아 유난히 윤이 나고 탱글탱글하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싱싱한 앵두알!

 음...이 달콤 상큼한 맛~~!!

촌에 살면서 이런 류의 소박한 기쁨을 많이 맛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충만감...

 더 이상  필요한  것도, 더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일상이 감사하고  순간 순간의 삶과 내 존재가 분리되지 않고

딱 밀착되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체감도 산골 생활 이후 생긴 뚜렷한 변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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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따기는 아량곳없이, 조잘거리며 앵두에 정신이 팔린 여인들.

그 모습이 순간 더없이 아름다워 보여 찰칵!.)


어찌나  열심히 따 먹었는지 허기가 가실 지경이다.

 다시 매실따기로 돌아가서.....

어느새 매실도 채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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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갓 딴  푸른 매실알....기특하다.

올 봄 매화꽃이 필 무렵 난데없는 한파가 와서 매실 열매가 잘 맺히지 못했다던데..

이렇게 여문 푸르고 탱탱한 매실알을 보니 감동이다.

이런 현상들이 기적이 아니고 뭘까.

조금만 유심히 봐도 우린 늘 무수히 일어나는 기적들에 둘러쌓여 있다는 것을!. 


이제 남은 작업은 매실에  칼집 넣기.

매실에 일일히 십자로 칼집을 넣는 일이다.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아프고 지루한 작업인데

모여서 수다를 떨며 하니까 덜 지루하고 힘도 덜드는 듯..)

수다의 진미는 남편 흉보기다.

집집마다 남편들 얘기는 왜 이리 재밌는지...

박장대소하며 배를 잡고 웃다보니 어느새 그 고되고 긴 작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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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낸 매실이 절여지는 동안

오이지를 담갔다,


뒤늦게 지한이네 메론이 도착했다. 알이 큰 메론을 얻기 위해 중간 단계에서 솎아 내는데

솎아 낸 메론이 바로 장아찌 용으로 쓰인다.20180616_172623.jpg


배달 온 지한이 엄마는 맛있는 메론 장아찌를 담는 비법을 열심히 설명한다.

배를 갈라 속을 말끔히 파낸 후 간장 설탕 식초를 넣은 물을 끓여 붓는다.

 2~3일 간격으로 6번을 더 끓여 부으면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 좋은 장아찌가 된단다.

이런 음식들이 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수고가 들어가는지..

.먹거리를 준비하고 밥상을 차리는 일의 위대함을

요즘 뒤늦게 새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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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는 물에서 5분 이상 소독한 용기에 담긴 장아찌들...



세가지 장아찌를 담는 일로 하루 해가 후딱 저물었다.

큰 과업을  끝마친 후 밀려오는 홀가분함과 급피로감..!

힘든 하루였다.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까지 내쳐 잤는데 아침에 눈을 떠서 잠시 아리송했다.

이게 토요일 저녁의 연장인지 아님 새날이 밝은 건지..ㅋㅋ


주일 오후, 잠시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수고한 여인들의 남정네들과 아이들까지 불러모아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장아찌 작업의 막을 내렸다.

돼지 불고기, 두룹장아찌 무침에 열무김치와 오이무침, 상추, 쌈장

그리고 오늘 메인요리인

 직접 만든 맛있는 피클 소스를 곁들인 생선까스..

아참, 우리 텃밭에서 급 배달된 상추도 있었다.

함께 담는 장아찌가 덜 힘들다면 함께 먹는 밥상은 더 맛있다.

울 남편이 가장 대만족이다.

근래  최고의 식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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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고 난 해원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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