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 죄 (4)

조회 수 2817 추천 수 32 2006.07.31 23:30:01
2006년 7월31일 죄 (4)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막 2:5)

많은 지성인들이 그리스도교를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리스도교가 죄를 강조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옳습니다. 그리스도교는 그 바탕에 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깔고 있습니다. 이런 통찰은 갑자기 위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귀납적인 것입니다. 성서의 전승에 참여한 그 사람들은 인간 삶에 뿌리를 박고 있는 한 현실을 보았는데, 그것이 곧 죄입니다. 성서 기자는 그 죄의 현실을 선악과와 카인 설화를 통해서 설명했습니다.
선악과 설화에 대한 논란에서 간혹 어처구니없는 질문들이 나옵니다. 예컨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왜 인간을 뱀의 유혹에 넘어가도록 만드셨는가, 또는 선악과는 무엇 때문에 만드셨는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 에덴동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현상들은 오늘 인간 삶을 규정하는 모형일 뿐이지 사실 자체는 아닙니다. 성서 기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인간 본질이 근본적으로 죄와 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한 것입니다. 그것이 곧 원죄 개념입니다.
성서가 인간의 원죄론을 확증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교부들, 특히 어거스틴에 의해서 제시된 이 원죄론은 실낙원 이후로 모든 인간에게는 죄가 유전된다는 교리입니다. 특히 중세기 때는 이 죄가 성관계를 통해서 유전된다고 주장되었습니다. 이런 원죄론은 자체적으로 모순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아담 이후로 그 후손들은 자기가 행하지 않은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렇다면 인간은 이미 죄를 짓도록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에 현재 행하는 죄의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원죄론은 그리스도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구원 문제를 단순히 도덕성 회복이나 인간화에 놓지 않고 훨씬 근원적인 인간의 본질에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죄로 물든 우리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피조물로 변하지 않는 한 인간에게 구원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죄 문제를 가볍게 처리하지 않고 진지하게 다루는 그리스도교의 입장은 인간 이해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점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죄론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성격을 지닙니다. 하나는 죄의 보편성입니다.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도 역시 죄인이라는 게 곧 보편성입니다. 어떤 사람도 여기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죄인의 괴수라고 자처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죄의 극단성입니다.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죄는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총체적 부패입니다. 인간은 어느 한두 군데 개량하면 쓸 만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몇몇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인격 자체가 죄에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죄의 보편성과 극단성은 매우 정확한 인간이해입니다. 옛날에 비해서 풍요로롭게 사른 현대인들도 폭력을 행사합니다. 어쩌면 옛날에 비해서 현대인들은 훨씬 더 파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교육도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사회구조도 역시 이런 부분에서 무능력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죄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이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죄인인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구원을 베풀어주시는 것밖에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죄론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강조되면 죄 숙명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죄의식으로 인해서 생명이 아니라 불안이 인간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는 죄를 인간 본질의 중심으로 삼지는 동시에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합니다. 은총론은 죄론보다 상위개념입니다. 우리는 죄인이지만 동시에 의인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 죄인이면서 동시에 의인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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